[Review] 불후의 명작, 8인8색의 매력 [전시]

서울미술관, 불후의 명작 展
글 입력 2018.01.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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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서울미술관에 다녀왔다.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서울 부암동에 자리 잡은 미술관은 작지만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개관 5주년 기념전인 <불후의 명작>을 찾았는데,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일곱 명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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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대와는 달라 실망했던 전시였다. 얼마 전 확장공사를 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공사 후에 전시 작품을 대폭 줄였다는 이야기는 사전에 전해듣지 못해서 전시장 내에 열 몇 점의 작품 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을 보고 굉장히 당황했다. 전시장 팜플렛과도 구조가 달라 직원에게 몇 번을 물어봐야 했다. 전시 소개에서는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을 공개한다고 되어있었으나, 전시 관람 당시 세 점밖에 전시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주요 작가들의 작품도 모두 한 작품 내지 두 작품 정도만 전시되어 있을 뿐이었으며, 전시 팜플렛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았던 이대원 화백의 작품들이 전시장 입구에 있는 헤프닝도 있었다.
 
사전에 전시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은 매우 컸지만, 대신 <불후의 명작> 전시의 티켓으로 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다른 전시와 흥선대원군의 별서인 석파정까지 관람할 수 있었다. <불후의 명작> 전시를 보러갈 계획이 있다면 현재 진행 중인 <사랑의 묘약> 전시와 석파정을 함께 돌아본다면 좋을 것 같다.
 


 

전시 구성은 굉장히 알찼다. 작품의 수가 조금 더 많았다면 더욱 풍성한 전시가 되었겠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볼 수 있어 좋았다. 김환기, 유영국과 같은 추상화가, 사실주의 정물화를 그린 도상봉, 한국적인 기독교화를 그렸던 김기창을 비롯해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그리고 이대원까지 한국의 근대 미술에 이렇게 다양한 화풍을 가진 작가들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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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여인과 소녀들 사진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특히 다시 보게 된 작가는 박수근이다. 그의 그림은 너무나 유명해서 오히려 가까이서 들여다볼 기회가 적었던 것 같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물>, <여인과 소녀들>이라는 두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칙칙한 회색빛 색감으로 단순하면서도 흐릿하게 그려진 인물과 최소한의 배경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박수근만의 독창적인 질감표현도 작품에 묘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마치 돌가루를 캔버스에 문질러놓은 듯한 질감에, 색감 역시 희뿌옇게 표현되었지만 그 사이로 서민들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애정이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화려하지 않아도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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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농원 사진출처: 본인 


새로이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는 이대원이다. <불후의 명작>전에서 보게 될 거라 예상은 못했지만, 뜻밖에 마주친 그의 <사과나무>, <농원> 두 작품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시 작가 중 가장 최근에 활동했던 작가로, 커다란 캔버스에 강렬한 원색들을 거침없이 사용하여 시선을 압도한다. 흔히 정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식물을 화려한 색채로 표현하여 보는 이에게 불끈 솟아오르는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그의 자세한 생애 이력은 알지 못하지만, 이대원 화백이 평소에 자연을 볼 때 어떤 느낌을 가졌을지 어렴풋이 전해지는 그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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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관람이 끝난 후, 석파정으로 나와 옛 별서와 오래된 나무들을 보았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렇게 외부와 차단되어 조용히 서울의 풍경을 내려다본 것은 참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그곳에 가만히 서서 몇 십 년 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땅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낸 사람들을 생각했다. 또 어딘가에서 그들의 작품을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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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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