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와비사비 라이프] 비움의 미학

'와비사비 라이프(줄리 포인트 애덤스, 윌북, 2017)'
글 입력 2017.12.0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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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사비 라이프
(줄리 포인트 애덤스, 윌북, 2017)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집에 불이 나서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외장하드에 담긴 영화와 벽면 하나를 메운 책들, 용돈을 쪼개어 차곡차곡 모은 옷, 그리고 하나하나 짚어낼 순 없어도 각자의 자리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생활용품들. 재만 남은 곳에서 차마 뒤적여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서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각은 이렇게 나아간다. 모두가 없어진다면 무엇이 가장 아까울까? 공연히 앉아 여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으면 평소 내가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된다. 물건에 대한 집착이 잘 버리지 못해 창고 방이나 책상 서랍에 욱여놓곤 한다. 그들마다 각자의 기억이 스미어 있고 도무지 내 손으로 없앨 수 없다.

  자연히 나의 공간은 가득히 채워지고 복잡해진다. 쓰이지 않는 물건들과 불편하게 공존한다. 이것은 삶에까지 확장된다.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쓰고 이리저리 치이며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시간이 가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다.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에만 급급한 생활이 지속되어 인생은 즐겁기보다 피곤하고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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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스타일 잡지 < 킨포크 >의 프로듀서였던 줄리 포인터 애덤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와비사비’라고 이야기한다. 와비와 사비는 각자 일본어로 단순한 것, 덜 완벽한 것오래된 것, 낡은 것을 의미한다. 투박하고 느긋한 여유가 있는 삶이 마음에 평온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비워내야 하고, 버려야 한다.

  억지로 꾸민다고, 완벽을 추구한다고 해서 인생이 아름다워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름다움은 비어 있음에서 온다. 처연히 홀로 피어 있는 꽃, 색이 바랜 담벼락, 낡고 오래되어 방치된 고택. 부족해 보이지만 그 안에 깃든 깊이가 우리를 더 풍요롭게 채워준다. 없는 대로 잘 살아가는 삶, 찾아온 사람에게 없는 대로 기꺼이 문을 열어주는 삶, 어슬렁거리며 주말을 보내는 삶, 그것이 와비사비로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이다.

“와비사비는 꽃잎을 떨구는 작약이나 저녁시간에 울리는 성당 종소리처럼 소소하고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고 음미하는 습관이다.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태도를 버리고 기꺼이 그 순간을 즐기려는 의지다.(p.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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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사비 라이프
(아름다운 삶을 위한 목록)

1.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정하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2. 사소한 일은 그대로 흘러가게 두라.
3. 나에게 의미 있는 물건만 소유한다.
되도록 소유하지 않는다.
4. 부족해도 덜 완벽해도 그게 인생이라 믿는다.
5. 한 번에 오직 한 가지에 집중한다.
6.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솔직해진다.
7. 다 잘될 거니 마음은 언제나 느긋하게.
8. 산책은 필수.
9. 겉치레보다 본질을 선택한다.
10. 물질적인 것에 휘둘리지 않는다.



[저역자 소개]

글/사진: 줄리 포인터 애덤스
줄리 포인터 애덤스는 느린 삶의 기쁨을 미니멀한 사진과 글로 담아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킨포크KINFOLK>의 작가, 스타일리스트, 프로듀서로서 일해왔다. 전 세계 수많은 작은 모임을 직접 주관하고 모임에 초대받기도 하면서 각 나라 사람들에게서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을 지켜나가는 기본 원칙들을 발견했다. ‘욕심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의미 있게 살아간다’는 와비사비 정신대로 현재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에서 플로랄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남편 라이언과 없는 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옮긴이: 박여진
한국에서 독일어를, 호주에서 비즈니스를 공부했다. 기업경영 컨설팅 사업을 하다가 번역가가 되었다. 현재 파주 번역인 작업실에서 번역가 겸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비비안 마이어: 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셀프 포트레이트>, <어드밴스드 스타일>,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라이언 맥긴리 컬렉션: 바람을 부르는 휘파람>, <라이언 맥긴리 컬렉션: 혼자 걷는>,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2>, <비치스: 하늘에서 담은 해변>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_덜할 때 더해지는 삶
와비와 사비에 관하여
와비사비가 시작되는 곳
Chapter One_일본
Chapter Two_덴마크
Chapter Three_캘리포니아
Chapter Four_프랑스
Chapter Five_이탈리아
나오며_온전히 나답게
감사의 말


[도서 정보]

도서명: 와비사비 라이프: 없는 대로 잘 살아갑니다
원제: WABI-SABI WELCOME
지은이: 줄리 포인터 애덤스
옮긴이: 박여진
분야: 에세이, 행복론
발행일: 2017년 11월 20일
펴낸곳: 윌북
면수: 264쪽
정가: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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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범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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