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철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다, '쇠,철,강-철의 문화사'展

글 입력 2017.10.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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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어스름이 진 늦은 저녁,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수요일과 토요일에 한해 저녁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하는 덕분에, 저녁 식사를 한 뒤 한산한 박물관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특별한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찾은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특별전시 중 하나로 <쇠,철,강-철의 문화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철은 우리의 삶, 그리고 거슬러 올라가 인류의 역사와 긴밀한 연관이 있는 대상이다. 이번 전시는 특정 시대나 인물의 소유가 아닌, 전 인류를 관통하는 소재로서의 철을 이야기하기에 다분히 포괄적이다. 그렇지만 권력과 삶이라는 큰 축으로 철을 재조명하는 만큼, 각 구성별로 철이 가진 원형과 변형부터 현대에 이른 양면적 모습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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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철, 인류와 만나다

  인류가 철을 최초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BC 2,000년 무렵 서아시아 히타이트 왕국이었다고 전해진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청동기 시대는 BC 3,000년에서 BC 1,200년경에 해당하는데, 당시 등장했던 민족국가들 중 히타이트가 최초로 철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철제 무기로 이룩한 군사 강국이었기에 철심 박힌 청동검과 같은 무기가 주를 이루었다. 히타이트의 멸망은 철 생산기술이 흑해-카스피해 사이의 캅카스 지역을 거쳐 동아시아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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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성기때의 히타이트 왕국의 영토,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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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철 문화는 동아시아 내 중국에서 가장 먼저 발전하게 된다. 중국 내 무기와 농기구를 철로 제조하기 시작한 때는 춘추전국시대였으며, 한나라 때 최고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철을 녹여 주철(무쇠)을 대량을 만들고, 거푸집을 이용해 다양한 도구를 만든다는 것이 큰 특징이었다. 특히 전국시대 당시 연나라의 쇠도끼, 쇠낫과 같은 농·공구는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강하고 유연한 철기 제조 기술은 서양보다 1,000년 정도 앞선 것이라고 한다.

  철의 강함에 익숙해지며 인류는 '강철'을 선호하게 된다. 수력 풀무를 만들고 석탄을 가공하여 코크스를 만들어 제철용 연료로 사용하는 등 강철의 대량 생산 시대가 열렸고 이에 유럽은 산업혁명으로 강철의 대량 생산기술을 크게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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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에서 발견된 연나라 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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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프로젝터를 통해 영상으로 선보였다. 철광석 등의 연료에서 불순물을 분리하여 철을 뽑아내는 '제련'부터 뽑아낸 주철 속 탄소량을 낮춰 강철로 만드는 '제강'기술, 마지막으로 대장간에서 강철 덩어리를 큰 모루에서 두드려 덩이쇠를 만들고 다시 도구를 만드는 '단야'의 공정이 알기 쉽게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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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의 중간에는 '철의 숲'이라는 관련 예술작품도 전시되어있다. 강철을 대량 생산하며 철을 만드는 연료인 나무의 벌목도 증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환경파괴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상징하는 작품이다. 25개의 철 구조물을 배열하여 숲 속의 빽빽한 나무들의 형상을 표현하였다. 오로지 철로 제작되었기에 겨울나무처럼 차갑고 냉랭한 느낌을 주었으며, 그만큼 철로 이룩한 현대 문명에 대한 냉소적 시각을 시각적인 이미지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
    
 

2부 철, 권력을 낳다

  철기의 등장은 곧 생산력의 증가와 군사력의 신장으로 이어져 철을 소유하려는 지배자의 욕망은 더욱 커져갔다. 철을 얼마나 소유했는지가 권력을 상징하는 지표가 되었고, 철과 권력의 관계는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계속되었다. 철의 생산에 따른 '성장'과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한 '파괴' 속에 철의 양면성을 제시하는 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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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우리나라의 고대 무덤을 살펴보면, 권력자의 무덤에 무기를 함께 부장하며 무덤 주인의 정치 경제적 힘을 보여주었다. 신라시대 황남대총에는 무기부터 농·기구에 이르는 철기들이 3,200여 점이나 묻혀있었다고 한다. 이중 철기의 생산 소재이자 화폐와 같은 가치를 가졌던 덩이쇠의 경우 여의도 63빌딩의 높이와 맞먹을 정도의 수량이 있었다고 하니 이로써 권력 소유의 집착이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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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철, 삶 속으로 들어오다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철은 일상 도구, 건축 부재, 종교적 상징물 등으로 민중의 삶에 녹아들게 된다. 철은 가위, 자, 인두, 젓가락, 그릇, 솥 등 일상용품을 넘어 제사 등의 의례에도 활용되었고, '철불(佛)'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전시의 한쪽에서는 조선시대 풍속화 속에 등장하는 도끼, 자귀, 톱, 송곳 등 다양한 철로 된 도구를 살펴본다. 주로 단단한 나무를 가공하거나 농사에 이용되는 도구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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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품에서 벗어나 예술적 용도로도 활용되었던 철. 거친 질감을 띠는 거대한 철불은 투박하지만 웅장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입사(入絲)공예의 소재로도 쓰여 거울받침, 향로, 촛대 등에 쓰이기도 하였다. 철을 안료로 이용하여 철화 청자, 철화 분청사기, 철화 백자 등 철의 독특한 색감이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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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전시의 마지막 부분을 좋아한다. 전시실 밖을 나가려는 관객에게 다시한번 전시의 의미를 되살리며 새로운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또한 인류사 속의 철이 가진 양면성을 되새기며, 인간의 다양한 형상을 한 철모형을 제시한다. 벽을 빼곡히 메운 철인형들은 태고부터 지금까지 철로 인하여 탄생과 종말을 반복해온 인간세계라는 느낌이다.

  철은 공유된 꿈인 '신화'로써 전 인류에게 기억되어 왔다. 그리스신화의 헤파이스토스나 로마신화의 불카누스, 고구려 고분벽화에 있는 대장장이 신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는 철을 다루는 고된 노동을 감내해왔으며, 이를 다루는 능력을 초월적이고 경이로운 힘이라 생각해왔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철은 가벼움과 무거움이 공존하는 존재이다. 일상에 당연시되어 쓰여왔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근간이 된 것이다. 이번 <쇠,철,강-철의 문화사>전시는 철의 기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철과 함께 한 인류사를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위키백과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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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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