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들의 크리스마스 [영화]

무엇이 그들을 위한 것인가
글 입력 2017.10.12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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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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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에는 영화의 중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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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맥머피, 수간호사 렛체드를 정신병동 환자들과 함께 그리며 보는 사람을 꽤나 불편하게 만든다. 그들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채스윅, 하딩, 빌리를 비롯한 정신병동의 환자들은 그야말로 반복된 일상에 젖어 무기력하고 주체성을 잃어버린 삶을 산다. 병원의 시스템은 이를 목표로 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영화는 보여주는데, 이를 이끄는 중심축이 바로 수간호사 렛체드이다. 그녀는 환자들이 말싸움을 일으키는 와중에도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감정을 쉽게 내비치지 않는다. 규정에서 벗어난 것은 옳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반드시 모두가 짜인 계획대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 예로, 그녀가 음악을 크게 트는 것은 환자들끼리의 소통을 중단시키고 침묵을 유지하며 시스템에 복종할 것을 종용하는 것과 같다. 흥분한 채스윅을 끌고가, 마치 짐승처럼 마취시켜 실려 보내는 장면이나, 당황한 빌리를 앞에 두고 그의 약점을 끄집어 내 패닉에 빠지게 하는 랫체드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말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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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들의 생활에 맥머피는 폭탄처럼 날아와 변화를 가져온다. 그는 마치 그들의 잃어버린 주체성을 상징이라도 하듯 우발적이고 자유분방한 행동을 마음껏 내보인다. 주목할 것은 그와 함께 하는 환자들의 모습이 더없이 행복하게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가령 렛체드가 월드 시리즈를 보지 못하게 하자 맥머피가 보란 듯이 꺼진 TV를 앞에 놓고 마구잡이로 중계를 떠들자, 다같이 그 관람 현장을 즐긴다든지, 철창을 넘어 점거한 버스에 사람들을 태워 선상 낚시를 하고, 여자들을 몰래 데리고 들어와 술을 맘껏 나누며 크리스마스 같은 파티를 벌일 때, 프레임 속 환자들은 더없이 행복해한다. 철저히 짜인 일상에서 벗어나 상상도 못 했던 삶의 소소한 즐거움이 그들에게는 더없이 커다란 기쁨이었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맥머피의 영향은 사람들의 의견 및 불만 표출과 추장의 말문을 열게 하는 것으로 그 효과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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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맥머피의 각종 이벤트에 의해 전에 없던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병원의 시스템이 진정 저들을 위한 것인가,’ 또는 ‘그들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 옳은 것인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자유와 새로운 가능성 및 희망으로 대변되는 캐릭터인 맥머피를 결국 병원에 의해 식물인간화 시키는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추장은 맥머피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이러한 상황을 못 견뎌 할 것임을 알기에 그를 직접 잠재우고, 대신 스스로 힘차게 유리창을 깨부순 뒤 걸어나간다. 우리는 이 영화의 끝을 보면서 사회 시스템이 가지는 한계를 십분 느낄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사그라지지 않는 희망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설령 맥머피가 아니더라도 그를 잇는 움직임이 어디선가 계속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맥머피는 비록 병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지만, 환자들은 자신들에게 해방감을 느끼게 해 준 그를 기억할 것이다. 그들에게 맥머피는 그저 하염없이 기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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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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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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