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 '오디션'

글 입력 2017.09.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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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디션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청춘, 젊음에 대한 환상을 그린 작품이라 하고 싶다. 이 말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뮤지컬을 보고 나면 저렇게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심정이 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도전, 의지, 사랑, 음악, 우정, 무모함, 열정 등등 젊음이기에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이다. 다만 이런 작품들에서 청춘들이 마냥 밝아 보이고 실패하더라도 완전한 실패가 아닌 듯한 느낌을 우리가 받는 이유는 이것이 극이기 때문이다. 청춘에 대한 극은 대부분 희망을 노래한다. 실패와 갈등도 모두 희망적인 미래를 위한 장치일 뿐이다. 그러나 실제 청춘의 모습은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불확실성으로 불안에 떠는 모습이 더 익숙하다. 내가 그 시기에 있어서 그런지 이 극을 보는 내내 그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부러움이 더 앞섰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현실은 내가 좋아하는 것, 꿈을 찾는 것도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환상의 간극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의 인물들과 스토리가 흡인력이 있었던 것은 각본 때문일 것이다. 완급조절이 잘 되어있는 느낌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대사가 좋았다. 아마 10년의 세월동안 거듭하여 갈고 닦여진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실에서 마음 놓고 하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을 인물에게 이입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뮤지컬 무대가 소극장의 형태를 띠다 보니 공간의 이동을 표현하는 데에도 제약이 없을 수가 없는데, 연습실, 회상, 옥상, 기타 외부 씬을 소품들로 적절하게 표현하여 장면의 이동이 생각보다 다채로웠다는 점에서도 내공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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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인물의 내면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느린 호흡을 좋아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밴드에 인물들이 들어오게 된 동기라든지, 개인적인 사연을 갖게 된 이유도 설명이 조금 빈약했다. 시간에 쫓기듯 마무리 한 느낌의 결말도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음악의 힘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그 개연성을 이어 준 느낌이 좋았다. 복스팝이 월세로 집주인을 피해 도망 다니고, 병태가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런 모습을 볼 때는 대견스럽기도 하고 동정심이 일기도 했다.

이 작품은 힘들고 지친 청춘들이 지하실에서 밴드를 만들어 고군분투 하는 다소 뻔한 스토리를 풀어가고 있다. 그러나 식상하다는 뜻 뒤에는 여전히 지속되고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라는 말이 된다. 10년이나 된 뮤지컬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가요계를 넘보는 것은 아직도 복권 긁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저성장 시대를 달리고 있는 요즘 같은 경우엔 ‘한 방’을 노리고 무모하게 도전하는 경우가 더 증가했을 것이다. 앞으로 이들은 어떻게 될까. 정말 다시 돌아와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어쩌면 희망적인 암시를 주기도 했지만 2017년의 복스팝의 미래는 암울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런 패기와 치기가 젊은 나날에는 용인되고 실패해도 괜찮은 분위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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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공포증도 극복했고 다 잘되는 일만 남았어! 하면서 커튼콜을 마냥 즐기기에는 어딘가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들의 희망의 엔진이 어디까지 버텨 줄 지는 모른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서 공유된 그들의 상처가 너무 컸고 그들의 재기를 노리기에는 서로의 삶이 너무 벅차보였다. 그렇기에 더없이 밝은 커튼콜의 음악이 구슬프게 들린 것 일수도 있다. 그들의 연주와 경쾌한 멜로디가 계속해서 연주되길 바라면서 공연장 밖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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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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