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리포트] 웰빙, 힐링 그리고 휘게

글 입력 2017.08.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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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웰빙, 힐링 그리고 휘게


 올여름 휴가 시즌에는 유독 YOLO가 많이 들렸다. 작년 초 tvN 예능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에서 외국인 여행객이 배우 류준열에게 YOLO의 뜻을 알려주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YOLO라는 말이 대중에게 퍼지게 되었다. 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당신의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행 프로그램에서 젊은 외국인 여행객이 행복해하며 YOLO를 말하는 장면은 바쁜 삶에 지치고 불안함을 느끼는 2030 세대로부터 인기를 얻으면서 빠른 속도로 퍼지게 되었다. 오직 한 번뿐인 인생임을 잊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휴가철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여겨지면서 트렌드가 된 것이다.


yolo.jpg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


 YOLO와 같이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꾸게 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키워드 트렌드는 그 주기가 상당히 길게 간다. 10여 년 전, 우리나라 라이프 스타일의 핵심 키워드는 '웰빙'이었다. 2000년대 초는 IMF를 겪으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했던 분위기가 가라앉는 시기였고,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은 삶의 목표를 단순한 경제적 지표보다 개개인의 건강과 행복으로 두기 시작했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주 44시간이었던 법적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줄어들고,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노동시간은 단축되고, 여가시간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노동과 생산 중심의 생활양식에서 여가와 소비 중심의 생활양식으로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게 되었다.

 웰빙은 그렇게 바쁜 일상과 인스턴트 식품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하게 되었고, 식품에서부터 문화와 산업으로까지 확대되어 퍼져갔다. 단순한 식사 대용이었던 패스트푸드 대신 유기농 음식과 생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각종 피트니스 센터와 넓은 공원 등지에서 자신의 건강을 위해 건강한 땀을 흘리는 이들이 늘어났다. well-being 말 그대로 잘 먹고 잘사는 것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러운 화두가 되고 나서 새로운 키워드가 그 뒤를 이었다.

 잘 먹고 잘살아가는데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불편함, 각종 스트레스는 여전히 개개인의 문제였고, 이를 치유하고 싶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사람들은 모든 것에 '힐링'이라는 말이 붙은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스타와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한 토크쇼 '힐링캠프'가 인기를 끌었고, 힐링과 관련된 자기계발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육체적인 힐링과 관련된 스파, 마사지, 명상과 요가 등은 지금까지도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Healing 말 그대로 개인의 내적 상처가 치유된 이후에 사람들은 어떤 욕구가 생길까. 나는 힐링 다음의 라이프 스타일의 키워드를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들리는 '휘게'라고 말하고 싶다. 휘게(Hygge)는 '편안한', '아늑한'이라는 뜻의 덴마크어로,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을 뜻한다. 2016년 국제연합에서 발표한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만큼 세계인들은 덴마크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행복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휘게 라이프에 행복의 원천이 있다고 말하는 덴마크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휘게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휘게는 단순히 잘 먹고 잘사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물건에 집착하기보다 정서적인 안정감에 중점을 둔다. 안락한 분위기, 함께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사람들과의 친밀감이 휘게에 해당된다. 양초를 밝힌 따뜻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 집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거나 보드게임을 하는 것 등이 모두 휘게 라이프라고 할 수 있다. 휘게는 힐링과 욜로를 넘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트렌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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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를 중요시하는 덴마크 사람들의 모습


 그렇다면 이미 우리 라이프 스타일에 익숙한 힐링과 휘게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이 둘의 차이를 경험에 대한 특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힐링을 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야지만 가능한, 일상에서 누릴 수 없는 특별한 경험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힐링은 마사지를 받고, 여행을 하고, 명상을 하기 위해 고즈넉한 산에 찾아가는 등 정서적 안정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반면에, 휘게는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소박하고 단순한 요소들로 경험할 수 있다.

 잘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의 시작인 웰빙이 라이프 스타일의 트렌드가 되는 과정에서 주 40시간 근로시간과 주5일 근무제가 중요한 영향을 끼쳤듯이 우리 사회가 평범하게 쉬는 시간을 보내는 휘게가 라이프 스타일의 트렌드가 되기까지 최소한 OECD 회원국의 평균 노동 시간까지 감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라이프 스타일의 트렌드의 변화와 상관없이 우리는 계속해서 조급하며, 경쟁하고 자본, 명예를 중요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늘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자신만의 시계를 멈추고,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휘게 라이프를 누리기 위해서는 현재에 만족할 수 있는 용기가 우선 필요하다. 글을 마무리하며 휘게를 실천할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제시해본다. 오늘은 힐링보다 휘게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휘게 10계명

1.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해 분위기를 바꾼다.
2. 스마트폰을 잠시 꺼둔다.
3. 초콜릿, 쿠키 등 달콤한 것을 먹는다.
4. 주변 사람들과 함게 tv를 시청한다.
5.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을 즐긴다.
6. 자기 자랑과 과시를 내려놓는다.
7.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한다.
8. 정치 토론 등의 감정 소모될 대화를 줄인다.
9. 추억에 관해 이야기한다.
10. 당신의 보금자리의 평화를 누린다.



참고자료출처





[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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