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름다운 시선을 향유할 수 있는 곳, 스미스 소니언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7.0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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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나는 일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카메라로 남기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 셔터의 아름다움을 찾아 전시회를 탐색하던 중 '스미스 소니언 사진전'이 대구에서 개최하고 있다는 글을 발견했다. 우연찮게 '스미스 소니언 사진전' 이벤트에 당첨되어 관람하러 가게 되었다. 처음엔 스미스 소니언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전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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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박물관 ‘스미스소니언’의 해외 최초 사진전인 ‘LOOK SMITHSONLAN : 스미스소니언 사진전’이 지난 4월부터 대구 MBC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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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미스 소니언 전시회는 역대 수상작 중 140여 점을 관람할 수 있다. 게다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애착이 가는 전시회이다. '경이로운 혹은 흥미로운'이라는 주제로 전 세계 사람들의 의미있는 순간을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개최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시는 형언할 수 없는(Indescribable), 익숙함을 벗어난(Close up), 햇살처럼 빛나는(Bright as the sun) 총 3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전시회는 독특한 점이 사진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보통 전시회에서는 사진을 금하는데, 이 곳에서는 사진촬영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관람객들이 셔터를 누르는 흔치 않은 광경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스미스 소니언 전시장을 이곳저곳 누비던 내내 나의 셔터는 멈출 새가 없었다. 아름다운 사진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일상의 아름다움과 찰나의 순간을 카메라로 잘 포착한 그들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 아름다운 시선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전시회가 가진 미학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SMITHSONIAN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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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소니언의 창시자인 제임스 스미슨은 화학자이자 광물학자였다. 큰 질문을 가지고 세계를 탐험했던 그의 이념은 1846년에 설립된 스미스소니언협회에서 계속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협회는 국립자연사박물관, 국립역사박물관,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을 포함하여 총 19개의 박물관과 1개의 동물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2015년 기준) 이외에도 다수의 연구소와 도서관 및 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유물 및 표본은 1억 4천만여 점으로, 1분당 한 점씩 관람한다는 가정 하에, 모든 작품을 보려면 약 267년이 소요된다고 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LOOK SMITHSONIAN (경이로운 혹은 흥미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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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소니언 사진전'은 전 세계 사람들이 사진으로 기록한 ‘의미 있는 순간’을 수집하고, 전시하여 개인적인 수집과 기록의 영역을 보다 넓고 입체적으로 확대한다. ‘인류의 지식을 넓히기 위한’ 모든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 협회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에게도 이보다 더 흥미로운 과제는 없었을 것이다.



lNDESCRIBABLE (형언할 수 없는) : 경이로운 풍경 혹은 위대한 생명과의 마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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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에 살고 있는 붉은 여우를 완벽하게 설명하기 위해선 몇 개의 단어가 필요할까요? 알라스카의 밤하늘을 수 놓은 푸른 오로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요? 우리는 광활한 풍경이나, 위대한 생명을 마주한 '순간' 그 대상이 무엇이든, 언어로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곤 합니다. 두려움을 넘어서서 어떤 위대함을 온몸에 오롯이 새긴 채, 그 순간을 경이롭게 바라보게 되는 것.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는  것은 말 그대로 형언할 수 없는 순간인 것이죠.



CLOSE UP (익숙함을 벗어난) :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익숙한 기준으로 측정할 수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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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의 기준에 맞추어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 기준 안에서 세상 모든 것을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기준에 벗어나는 것들은 쉽게 지나친다. 그래서 우리는 '익숙한' 기준으로 측정할 수 없는 세상' 을 발견하고 놀라곤 합니다. 눈높이를 바꾼다는 것은, 작은 세상에 담긴 우주를 만나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BRIGHT AS THE SUN (햇살처럼 빛나는) : 행복, 희망, 기쁨, 즐거움, 열정 등 행복을 느끼게 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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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진첩은 어떤 사진들로 가득한가요? 당신을 웃음 짓게 만들고, 행복을 느끼게 했던 순간의 사진들이 얼마나 차지하고 있나요? 사람들은 행복했던 순간을 '가장 많이' 사진으로 남겨 두려 합니다. 이곳에 걸어두어도 좋을 만큼 '햇살처럼 빛나는 순간'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스미스소니언은 언제나 당신의 햇살 같은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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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헬렌켈러의 명언이다. 소중한 것은 만질 수 없다는 것. 과연 어떤 의미에서 이 문구를 새겨놓은 것일까. 고귀해서 함부로 만질 수 없다는 것일까. 아니면 마음 속에 울리는 그 감동을 만질 수 없다는 것일까. 자세한 뜻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의 순간을 마음 속으로만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피조물들을 나의 집 뒷마당에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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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가까이에 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즉, 멀리서 피조물을 찾으려 하지 말고, 가까이에 있는 사물들을 관찰하려는 습관을 가지라는 의미인 듯하다. 매일 지나치는 그 일상도 어쩌면, 가까이 들여다보는 순간 경이로움을 표출하고 있을지도 모를 것이다.



NOSTALGIA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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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공감이 되었던 문구였다. 살면서 문득 옛 것이 그리울 때가 있다. 컵 떡볶이 하나에 세상을 가진 것마냥 웃음짓던 꼬마였던 나. 숨바꼭질놀이 하나에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던 그 때. 교복입고 등교하던 그 날들. 사소한 것 하나에 감동하게 되던 그 순간들. 글 쓰는 것 자체가 마냥 행복했던 고등학생의 나. 그 당시엔 소중한 것인지도 몰랐던 일이 지금은 향수로 다가오는 듯하다.

당시 뜨거웠던 열정들이 식어가는 나의 현재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가끔 숙연해질 때가 있다. 나이를 한 살씩 먹을수록 늘어가는 건 조바심과 두려움이었다. 어느 새 부터인가, 나는 포기하는 것부터 생각하게 되는 겁쟁이 20대가 되어 있었다. 그 당시엔 대학만 간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와 보니 세상은 더욱 더 암담했고,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사는 이들로 가득했다. 마치 나 혼자만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곧 내가 발을 내딛고 있지 않았음을 주변사람들의 조언을 통해 성찰할 수 있었다. 발전없는 삶에 낙심해하기 보다는 앞으로 느낄 희열과 나만의 도전적인 삶을 추구하기로 결의를 가졌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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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갈 지 몰라도, 어느 새 생각해보면 나의 희망과 바람, 그 동안 이뤄낸 성과들로 이루어진 세월의 나이임을 자각하게 된다. 결국 인생은 속도가 아닌, 내가 가진 어떤 무언가로 이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문구이다.

나 또한 그렇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무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가르침, 부모님의 뒷바라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나는 무에서 점점 유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과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동안 내가 채워 온 인생 결과물을 통해 지금 이 순간도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채워 나가는 과정을 맞이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를 이곳 저곳 둘러보면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순간은 우선 사진의 선명함이었다. 바로 촬영한 듯한 따끈따끈함과 생동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전시회가 사랑받을 수 밖에 없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전시회와는 달리 사진 전시에 대한 몰입도가 훨씬 빨랐다. 색채의 아름다움을 잘 묘사해주었으므로, 관람객으로 하여금 금세 그 공간 속에 빠져들게 하는 무서운 흡입력을 가졌다. 어느 새, 사진 가까이에 시선을 머물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흠칫 놀라워할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여운이 남았던 부분은 사진 중간중간에 삽입된 문구였다. 비록 단순한 문장에 불과할 지 몰라도, 계속해서 되새김질 하다보면 탄성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멋진 문구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문구들을 곱씹으며,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리는 문장들이었다. 일상의 따분함에 지친 날 위해 주변의 아름다움을 둘러보라는 의미를 넌지시 던져주고 있는 듯하다.
 

[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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