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단어 '힙하다'를 통해 고찰한 한국 문화의 흐름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6.1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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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힙하다'를 통해 고찰한
한국 문화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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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개성적인 인테리어의 카페나 독특한 스타일을 뽐내는 인물 등을 향해 ‘힙하다’는 수식어를 붙인다.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에서 눈치 챌 수 있긴 하지만, 이는 주로 야생미가 철철 흘러넘치는 빈티지 의상을 입은 패션피플이나, 힙합과 레게가 쿵쿵 울려 퍼지는 특이한 맥주 가게 등에 부여되는 말이다.

 
 그렇다면, ‘힙하다’는 말은 대체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 힙(hip)이라는 말은 ‘최신 유행에 밝은, 잘 알고 있는, 통달한’이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로, 엉덩이 주변의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대중적인 문화로 떠오르는 힙합(hip-hop)의 어원이 ‘엉덩이를 흔들다’라는 의미에서 출발한 것과도 연결 지어 볼 수 있겠다.
   
 
 즉, ‘트렌디하면서도 힙합스러운’ 요소들을 지칭하는 말인데, 이것이 한국의 젊은이들 간에 대중적인 신조어로 부상하면서 그 기준이 더 까다로워졌다.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독특하고 생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보다 한발 바르게 멋진 것을 찾아내야 한다. 이에 링 달린 볼캡에 소매가 기다란 배트멍 티셔츠를 매치하는, 흔한 힙합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홍대충’이라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힙-하다 : 세련되지만,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아닌,
힙합 스타일?


 
 애매하고 복잡하다. 사실 힙합 자체가 2-3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주류 문화가 되면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힙합이 ‘스타일’이 아닌 ‘유행’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반짝 바람이 불었던 복고나 보헤미안 등의 컨셉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창 복고 대중음악과 패션이 인기를 끌 때 7080 스타일을 추구했던 이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세련된 사람이었지만, 그 유행이 지난 지금 폭탄머리에 쨍한 색감의 두건과 뾰족구두, 땡땡이 스커트를 매치한 이는 음….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한눈에 끄는 정도.

 
 그렇다면, 흔히 힙스터로 불리는 힙한 이들이나 힙한 장소들은 유행에서 살짝 빗겨나간 감각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인데, 힙합이 유행을 선도하는 지금 그들이 갈 곳은 어디란 말인가. 스타일의 기반이 되는 문화가 주류가 되어버렸으니 또 다른 비주류를 찾아 헤매야 하는 것일까?
   
 
 잠깐 본론에서 벗어나 보겠다. 몇 년 전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에서, 할머니 스타일을 추구하는 10대 여학생이 등장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나이 대에 보편적인 의상을 입지 않는다는 것이 화성인 선발 이유였는데, 방송을 보는 몇 십분 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꽃 자수가 새겨진 할머니 옷도 나름대로 예쁘기만 한데, 우리나라의 10대 소녀는 꼭 청치마에 귀여운 티셔츠를 입어야만 한단 말인가?
 

 이렇듯 ‘힙하다’라는 한 단어를 통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국 사회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었다. 힙합 문화가 오래 전부터 뿌리내린 일본이나 미국 등지의 문화에서는 누군가가 힙합 의상을 입는다고 그를 세련되거나, 트렌드를 좇는 인물이라 평가하지 않는다. 반대로 힙합 의상을 입지 않는다고 트렌드에 뒤떨어졌다 말하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힙합은 유행이 아닌 그냥 하나의 ‘스타일’인 것이다. 필자의 시각이 문화사대주의적인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러한 현상을 과도하게 유행을 쫓고 대중성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것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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