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색다르다는 말로는 부족한 [공연]

글 입력 2017.05.2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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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컬렉션-오케스트라 아시아
- 국립국악관현악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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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다’는 말로는 표현이 아쉬울 것 같다.
한국, 일본, 중국. 3개국의 국악이 섞이는 연주라니, 물론 곡마다 각국의 독특한 악기가 첨가되기도 하였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악기로 연주되는 대도 묘하게 일본 작곡가의 음악은 일본을, 중국작곡가의 음악은 중국을, 한국 작곡가의 음악은 한국의 정서를 노래하고 있었다. 앞서 다른 클래식 연주를 들으러 갈 기회가 있었는데 미리 곡에 대해 조금씩 공부를 하고 갔어도 낯설고 어려운 느낌을 받았다면 이번 <오케스트라 아시아>는 모르고 갔어도 충분히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그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족의 정서’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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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의 해오름극장, 연주회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더 안겨주는 아름다운 외관.
국악연주회를 종종 찾아 듣는 나와 국악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지만 중국, 일본, 몽골까지 여행을 많이 해온 지인과 함께 연주회에 갔다.

끊길 듯, 끊길 듯 이어지는 애절하고 안타까운 일본의 ‘히나우타(鄙歌)’ 연주.
예전에 일본의 애니메이션 ‘가구야 공주 이야기’를 본 적 있었는데 일본의 오랜 전래 동요와 일본 국악 연주가 영화 중간에 흘러 전체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했었다. 일본에 대해 우리가 가진 편견일지 몰라도 그들의 음악은 얼굴을 다 드러내지 않는 여인의 모습처럼 늘 조심스럽다.

강한 원시의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중국의 ‘후토(后土)’ 연주.
‘후토(后土)’ 땅의 신을 일컫는 단어이다. 작곡가는 이 단어에서 “땅속의 어떤 힘이 덤벼드는 것 같은 영감을 느꼈다”고 한다는데 음악을 듣다보면 작곡가의 영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생명을 일궈내는 대지의 굳건한 힘. 음악이 소리 뿐 아니라 진동으로도 느껴진다.

따라 부르고 싶었던 한국의 ‘오케스트라 아시아를 위한 뱃노래’
한국민요 ‘뱃노래’ 가락이 주선율로 곡에 흐른다. 내가 한국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는 민요, 외국에 나가면 아리랑이 그렇게 벅차게 느껴진다 하더니 각국의 음악을 듣는 그 자리에서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초연 당시, 중국과 일본의 연주자들이 한국 특유의 세 박자 장단에 적응하면서 하나 됨을 느꼈다고 한다.

마두금(馬頭琴)은 활로 두 개의 현을 문질러 소리 내며, 맨 끝에는 말머리(馬頭) 장식이 있어서 마두금이라 불린다. 마두금 협주곡 ‘원(源)’은 제목대로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자연을 존중하는 정신이 담겨있다. 연주 중 부끄러웠던 한 가지. 마두금 연주자가 몽골 전통성악인 ‘흐미’로 연주할 때 객석에 터진 웃음소리. 우리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하려는 정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좋은 연주란 좋은 관객의 태도도 한 몫 하리라.

가야금과 함께 동아시아 현악기류에 속하는 일본 전통악기 고토를 위한 ‘소나무’
백대웅이 편곡해 25현 가야금의 대표적 협주곡으로 자리 잡은 곡이다. 동아시아의 현악기에 관류하는 공통점과 차이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이 곡을 들으면서 한국과 일본의 두 나라 사이 어느 지점에 서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라고 우리와 일본을 말한다. 음악도 그런 우리를 표현한 듯, 섞이면서도 이질적인 두 나라를 느끼게 하였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강한 카리스마의 모습으로 그려지기 쉬우나 음악감독 및 지휘자로 활동 중인 이나다 야스시의 모습은 유쾌하고 연주자와 관객을 배려하는 따스한 모습이었다. 특히 앙코르 곡으로 ‘고향의 봄’을 연주할 때는 그 곡이 그리 아름다운 곡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좋았다. 함께 갔던 지인에게는 몽골과 일본여행의 추억을, 나에게는 낯선 타국에의 동경을 선물해준 <오케스트라 아시아>에게 감사드린다.


[고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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