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탈리아 오페라의 살아있는 전설

글 입력 2017.04.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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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티 베르디 콘서트 in 수원


2017년 4월 6일 목요일 20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무티콘서트1.jpg

 
이탈리아 오페라의 살아있는 전설
리카르도 무티가 직접 고른
베르디 레퍼토리를 만나게 될 가슴 설레는 무대


베르디를 가장 베르디답게
해석하고 격조 있게 접근해 온
거장 리카르도 무티의 순도 높은 해석과 지휘로
주세페 베르디 음악의 깊고 심오한 감동을 만난다.


 나부코의 서곡이 연주되자 나는 ‘내 마음아 황금빛 날개로 언덕위에 날아가 앉아라’로 시작되는 히브리 노예의 합창을 마음속으로 따라 불렀다.

 오페라를 즐겨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나부코의 서곡은 익숙한 곡일 것이다. 아직 클래식이 대중적인 음악이라고 하기엔 어려운데다 오페라는 관람하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낯선 이탈리아 말로 노래하지 않는가. 이러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 첫 곡으로 친숙한 곡을 선곡했다는 건 관객의 입장에선 친절한 배려로 느껴진다.

 서곡이 연주되고 난 후 등장한 여지원.
특별한 무대 장치나 해설 없이, 모던한 현대식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그녀는 낯설어도 너무 낯설었다. 그동안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리마돈나들만 보아왔는지 다소 초라하기까지 보이던 그녀가 연주에 대한 기대도 조금은 떨어뜨릴 정도였다.

 그러나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무대가 작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녀는 당당하였고 커보였다. 오페라 전곡이 아니고 한 아리아만 들어서는 분위기를 느끼기에 어렵고 노래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연주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여지원의 레이디 맥베스는 마치 내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잠들어있는 왕을 암살하라고 추궁 받는 맥베스인양 불안하고 두렵게했다. 어쩌면 그렇게 몰입할 수 있을까!

 이어서 오페라 <에르나니>의 아리아 “아르고, 아 당신을 용서하려는 사람에게”와 “밤이 내려와... 에르나니, 날 데리고 도망쳐요”가 연주되자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원치 않는 결홍을 피할 수 있도록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는 여인이 되었다. 물론 <맥베스>나 <에르나니> 두 오페라의 대표적인 아리아를 선곡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리아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관객들도 몰입하게 한 것은 여지원, 그녀의 공이 가장 클 것이다. 주빈메타에게 조수미가 있었다면 무티에겐 여지원이 있다. 무티가 직접 캐스팅했다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선 그 존재감을 알 수 없던 그녀, 새로운 디바 등장을 알리는 무대였다.

 1부에 잠깐 서곡이 연주되고 2부에서 3막 중 “사계”가 연주된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는 베르디의 후반부 작품이고 사실은 무척 규모가 큰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연주회에서는 발레곡으로 쓰인 “사계”가 연주되었다. 어쩌면 무티는 화려하고 웅장한 베르디보다 원숙하고 깊은 울림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보아도 관악기보다 현악기가 더 돋보였으며 부드럽게 들리는 소리도 그랬다. 그렇게 여리게 연주되는 트레몰로였는데도 너무나 아름다웠고 마치 악보에 쉼표가 없는 듯 레가토로 연주되는 오보에를 듣고 있자니 함께 숨을 못쉬겠던 무티 콘서트.

 연주가 끝나고 갈채를 받을 때면 악장, 단원들과 장난치는 듯 한 모습을 보며 연주외에는 인간적인 측면으로 매우 유쾌한 사람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봄 밤, 베르디의 다른 음악을 듣게 된 무티 베르디 콘서트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무티 베르디_수원_웹.jpg
 

[고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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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꼬마천사
    • 잘 읽었습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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