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린 개도 돼지도 아닌 사람

글 입력 2017.03.2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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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돼지] 포스터_700px.jpg
 

연극 <개, 돼지>는 최초의 여성 화가이자 여성 운동가 나혜석에 대한 이야기 <경희>, 5.18 민주화 운동을 무마시키기 위한 대규모 축제 <극풍 81>, 10년 동안 숨겨져 있던 대학 풋볼팀 감독의 성폭행 사건 <터치. 다운> 이 3가지 이야기가 옵니버스 식으로 진행된다. 여성인권에 대해 무지했던 시대, 남녀 평등을 주장한 가장 근대적인 인물이었던 나혜석의 이야기와 민주정권을 위해 맞서싸우고 희생당했던 이들과 이를 함구하고자 했던 정부와 언론, 그 속에 진실을 외면하려는 이들과 목숨을 받쳐 지키고자 한 이의 이야기, 부와 권력을 이용하여 가난한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인기 풋볼팀 감독 사건. 언뜻 보면 이들간엔 어떠한 연관성도 없어보인다. 연극에선 여섯명의 배우들이 이 세 이야기를 연속적으로 보여주지만 연극 끝까지 독립적인 이야기들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각기 다른 내용은 결국 같은 지향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개, 짐승이 아니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지" 이는 진실 왜곡과 대중들의 외면 속에서 진실을 말하고자 한 주인공들이 반복적으로 외치는 대사다. 우리는 짐승이 아닌 사람이니 제발 사람답게 살자고 외치는 이들의 절규는 단순히 한 시대, 한 상황 속에 국한 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부당한 사회 상황 속 눈 앞의 이익과 즐거움으로 눈과 귀를 가려버린 이들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좀 더 편한길을 가기위해 진실과 옳음을 외면하는 이들, 이러한 군중 심리를 이용하며 대중들을 개,돼지 취급하는 권력자들과 수많은 질타와 왜곡 속에서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이들을 보여주면서 연극에선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해왔는지 또한 앞으로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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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와 <극풍 81>은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있지만 이 이야기들 속에서 나오는 문제들은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도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여성인권과 남녀평등에 대한 문제가 존재하고 이에 대한 의견 역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또한 헌법제 1조 1항에서 민주공화국임을 명시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거의 40년전인 80년도나 현재 2017년이나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은 쉽지가 않다. '국민이 주권을 갖고 법 안에서 자유를 갖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과거나 현재 속에서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지키기위해 맞서싸우고 있다.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는 일이 더이상 과거의 이야기가 아님을 우리는 이번 국정농단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언제나 진실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힘과 수많은 거짓과 왜곡 속에서 진실을 걸러내는 눈이 곧 짐승으로 살아갈 것인지 사람답게 살 것인지를 결정 짓게된다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 속에서 홍수처럼 쏟아져나오는 정보들과 소식들은 마치 우리를 거짓과 은폐가 없는 사회를 살고있는 것처럼 믿게한다. 하지만 언론과 인터넷 속 정보의 왜곡성과 거짓성, 군중심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보여준 <터치, 다운>을 통해서 내가 진실이라 믿어온 수많은 정보들과 대중 속에서 나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과연 내가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은 진실이었을지, 나는 그저 내가 진실을 외면한채 내개 믿고 싶었던대로 믿은 것은 아닌지, 나는 과연 사람이었을지, 개, 돼지었을지...


 연극 <개, 돼지>는 부당한 현실 속에서도 '나만 아니면 돼', 아님 '다들 그러니까'라는 자기 위안을 되새기고 있는 우리에게 과연 당신은 사람처럼 살고있는지 끊임없이 묻고있다.


[개돼지] 상세페이지.jpg
 

[김휘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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