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문라이트, 다르다는 것에 대하여 [영화 리뷰/스포있음]

영화 문라이트를 보고 왔다.
글 입력 2017.03.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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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에 빛나는 영화, <문라이트>를 보고 왔다.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심지어 줄거리도 모른 채 단지 ‘그’ 문라이트라는 이유로 보고 온<문라이트>는 요새 흥행중인 타 영화에 비하면 꽤나 심심한 영화이다. 히어로가 하늘을 날아 다닌다거나, 불의에 맞서기 위해 온갖 책략을 모색하는 것도 없고, 악으로 대변되는 인물을 무찔러 통쾌함을 자아내지도 않는다. 이 영화는 단지 무언가를 보여준다. ‘이 주인공을 우러러 보아라!’나 ‘이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정 이입해봐’. 이런 뻔한 시선이 아니라 그저 한 남자의 성장 과정을 묵묵하게 보여주고 있다. 내 눈으로 본 이 영화는 ‘다르다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과연 어떤 것일까? 약간의 영화 줄거리와 함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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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유소년기인 리틀, 청소년기인 샤이론 그리고 성인이 된 블랙이다. 모두가 동일인물이다. 리틀은 아주 작고 연약한 존재이다. 아버지의 부재와 왜소한 체구 때문에 동네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있다. 이런 리틀은 우연히 숨어든 은신처에서 후안을 만나게 되고, 후안과 그의 여자친구인 테레사에게서 보호와 안정을 느낀다. 테레사가 리틀을 리틀이 아닌 ‘샤이론’이란 이름으로 불러주었고, 리틀은 비로소 샤이론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2부도 1부의 연장선이었기에, 샤이론은 청소년기에도 학교 폭력의 희생자가 된다. 또한 ‘성소수자’라는 꼬리표와 친모에 대한 주변의 비아냥으로 상처를 받는다. 샤이론은 결국, 자신을 괴롭힌 학우를 치고 소년원에 가게 된다. 이후, 샤이론은 자신이 좋아했던 친구 케빈이 붙여준 별명인 블랙으로 살아가게 된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마약을 팔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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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가지의 이름을 달고 살면서 그는 남들과 ‘다른’ 사람으로 구분되고 손가락질 받는다. 하지만 그 다름은 우리에게도 유효한 다름이다. 남들보다 더 예민하다거나, 가리는 음식이많다거나, 술을 잘 못 마신다거나 하는 등이다. 하지만 샤이론의 이야기가 다르게 들리는 이유는, 그가 그렇지 않은 ‘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의 시선 가운데 모나지 않게, 그들과 같은 사람인 척, 무난한 무색의 사람인 척 스스로를 포장하는우리와 달리 그는 자신을 포장하지 못한다. 그저 있는 그대로존재하고 그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낼 뿐이다.
 
 샤이론은 그를 남들과 다른 사람으로 만들던 존재들을 뒤로 한 채 블랙이 된다.그리고 케빈을 만났을 때 그는 말한다. “그 때 이후로,누구도 나를 만지지 않았다”고.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나는 이 부분이 그가 아직도 그를 사랑함을 밝힘과 동시에 그가 실은 변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변한 듯 보이겠지만, 나는 여전히 나야.”란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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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와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요즘. 이 영화는 우리가 ‘다르다’고 분류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노출한다. 그리고 오히려 반문한다. “왜 이러면 안 돼?” 왜 우리는 남들의 기준에 맞추어야 하는가. 왜 우리는 ‘나’를 버리고 ‘남’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가. 우리는 근본적으로 남들과 다를 수 밖에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가 그러하다. <문라이트>는 우리에게 남과 다름의 보편성과 달라도 괜찮다는 위로를 보낸다. 그 푸른 위로에 젖어간다.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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