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 베트멍(Vetements)의 '일반인'룩 [다원예술]

베트멍(Vetements)의 2017 가을 콜렉션
글 입력 2017.03.0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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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패션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베트멍(Vetements)일 것이다. 베트멍의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DemnaGvasalia)는 구소련국가들의 1990년대  유스컬쳐를 재현한 콜렉션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소비에트 연방의 조지아에서 태어난 그는 공산권 문화와 자본주의가 결합되던 과거의 기억에서 당시 청춘들의 서브컬쳐를 포착해 자신만의 정체성이 담긴 옷을 만들고 하이패션과 스트릿웨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페이크 스포츠웨어의 로고가 박힌 옷들, 어색할만큼 커다란 오버사이즈 후디, 과하게 어깨 뽕이 들어간 재킷, 싸이하이 부츠 등  한국에서도 유행한 스타일들이 베트멍, 혹은 베트멍스러운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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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7년 가을 콜렉션에서 뎀나 바잘리아는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의 전형적인 룩을 쇼에 세웠다. 


 

ㅣ다양한 나라의 신분증을 초대장으로ㅣ


이번 시즌 베트멍 쇼는 초대장부터 색달랐다. 내가 그 모습을 처음 본 건 지드래곤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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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이 길에서 누구 운전 면허증을 주웠나….싶을 수도 있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베트멍 쇼장의 위치와 날짜, 초대받은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렇다. 이번 시즌 베트멍의 쇼 초대장은 각 나라 사람들의 가짜 신분증이었다.


24-Vetements-invitations.w710.h473.jpg▲ http://nymag.com/thecut/2017/01/vetements-used-fake-id-invites-for-fall-2017-show.html  


베트멍의 초대장은 뭔가를 설명하지는 않지만 그 이상을 생각하게 했다. 특권적인 패션쇼에 보통 사람의 신분증이라니. 패션계의 배타성에 대해서 반문하게 되기도 하고, 세계적 이슈인 다양성과 이민 문제를 떠올리게도 한다.  


ㅣ 다양한 몸들의 등장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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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등장했다. 연령, 인종, 키, 체형, 헤어스타일 모두 다르다.

뎀나 바잘리아와 그의 동생 구람 바잘리아(Guram Gvasalia), 그리고 디자이너팀이 여기저기서 캐스팅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대부분 전문적인 모델이 아니라 그들의 지인이고, 심지어 쇼 전날 밤 근처 술집에서 캐릭터에 맞는 사람을 급히 캐스팅했다고도 한다.

큰 키의 마른 모델들만 설 수 있는 런웨이에 종종 다양한 인종과 체형의 사람들이 등장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번 베트멍 쇼는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했고, 단순히 런웨이에서 캣워킹 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스토리와 정체성까지 함께 무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남달랐던 것 같다.



ㅣ일반인의 전형적인 룩, 사회적 유니폼(social uniform)ㅣ
 
베트멍 쇼는 퐁피두 센터에서 열렸다. 별다른 무대 디자인 없이 모델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관객들 앞을 걸은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식이다. 어찌보면 퐁피두 센터를 방문한 평범한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델들은 각각의 정형화된 캐릭터에 맞게  전형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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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코트를 입은 상류층 중년 여성, 우비을 입은 관광객, 직장인, 미군, EU 로고가 박힌 후디를 입고 유럽을 떠돌아다니는 방랑자, 머리를 한껏 치켜올리고  "Queers stillhere"과 "Not your resident"라는 문구가 새겨진 가죽 자켓을 입은 펑크족, 패션에 별로 관심이 없을 것 같은 너드, 파란 안경을 끼고 레드립을 한 비서 등등.
옷차림만 봐도 어디서 온,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예측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학부 시절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 사회학이라는 바잘리아는 이번 시즌에 그 학문적 호기심을 실현해보였다. 보통 사람들이 어떤 드레스 코드로 옷을 입는지 관찰하고, 그들의 소셜 유니폼(social uniform)을 연구했다. 그리고 런웨이를 걸어가는 인물들마다 각각의 이름과 스토리를 부여했다. 베트멍의 재기발랄한 디자인도 돋보였지만 착장마다 스토리가 함께 하니 한편의 연극을 보는 것처럼 흥미로운 쇼가 된 것 같다.

 EU 로고의 후디를 입고 유럽 전역을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나 "Queers still here"과 "Not your resident"라고 새긴 가죽 자켓을 입은 펑크족은 전세계 이민 문제와 난민 문제, LGBT 성소수자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바잘리아가 직접적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상 거리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여러 사회적 문제의 당사자들이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무대에 올리는 것 자체가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가 될 수 있고, 패션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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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쇼에서 바잘리아는 하이패션과 스트릿웨어, 패션인 것과 패션이 아닌 것의 경계를 넘나들고, 패션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회적 이슈와도 연결시켰다. 언젠가 베트멍 열풍은 끝날 수도 있겠지만, 그의 통찰력과 창의력은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ㅣ사진 출처ㅣ



[이다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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