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해 목표를 돌이켜보며 [문화 전반]

매년 멍청한 행동을 반복하는 나를 위한 변명과 위로
글 입력 2017.02.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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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 밝아온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새해를 맞이하며 올 한 해는 달라지리라 결심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돌이켜 봤을 때, 과연 그것들은 잘 지켜지고 있는가? 신년을 기리면서 야심찬 포부를 품는 일뿐만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멍청하다고 자책하는 일도 정말 멍청하지만 매년 반복된다.

그럼에도 우리들이 그렇게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데에는 분명 더 나은 삶을 위한 갈망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갈망을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 무시할 수도 없으며, 아예 꿈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 도저히 바뀌지 않는 현실 앞에서 한 편으로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새해 목표와 멀어진 오늘을 보낸 나를 위한 변명일 지도 모르겠다. 『장자』 잡편 제 28편의 왕양 11에 나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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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山公子牟謂瞻子曰: 『身在江海之上, 心居乎魏闕之下, 奈何?』
瞻子曰: 『重生, 重生則輕利.』
中山公子牟曰: 『雖知之, 未能自勝也.』
瞻子曰: 『不能自勝則從之, 神無惡乎? 不能自勝而强不從者, 此之謂重傷. 重傷之人, 無壽類矣.』
魏牟, 萬乘之公子也. 其隱巖穴也, 難爲於布衣之士. 雖未至乎道, 可謂有其意矣!


중산의 공자 모가 첨자에게 말했다. “몸은 강과 바닷가에 숨어 살아도 마음은 항상 위나라 궁궐 아래에 있으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첨자가 말했다. “삶을 소중히 하십시오. 삶을 소중히 하면 이익이 가볍게 느껴질 것입니다.” 공자 모가 말했다. “그런 줄 알고는 있지만 스스로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첨자가 말했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겠거든 그대로 마음을 따르십시오. 그러면 정신적 해악은 없어질 것입니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면서도 억지로 마음을 따르지 않는 것을 이중으로 자기를 손상시키는 것이라 합니다. 거듭 자기를 손상케 하는 사람 중에는 오래 사는 이가 없습니다.” 위나라의 공자 모는 만 승 군주의 공자이다. 따라서 그가 바위굴 속에 숨는데 있어서는 평민의 선비보다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비록 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도를 터득하려는 뜻은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공자의 어머니는 과거의 자기 삶과 비교하여 현재의 삶에 불편함을 느낀다. 이에 첨자는 자신이 살아있는 것 자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한다. 물질적인 것은 가볍게 여기고 생명 그 자체를 중시하는 경물중생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공자의 어머니는 이를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차마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다. 스스로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 첨자는 그렇다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르라고 한다. 자신이 머리로 인지하는 것보다 더 진실하게 느껴지는 마음을 거부하거나 밀쳐내려 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완전히 물질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오히려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더 편해질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자신을 해치면서까지 스스로의 마음과 생각을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그것이 비록 경물중생의 태도와는 맞지 않더라도 마음을 따르라고 말이다.

이러한 그의 조언은 한편으로 모든 삶의 태도가 존중 받을 가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자는 옳고 그름이 절대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며, 사람마다 저마다의 삶의 방식에 의해 살아간다는 상대주의적 시각을 견지한다. 따라서 개별 존재는 인위적으로 부여된 가치가 아닌, 자신의 독자적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삶을 향유할 때 보다 진정한 자기실현이 가능하다. 우리의 삶에 적용해 봤을 때, 비록 내가 연초에 생각하고 꿈꾸던 이상적인 삶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주어진 대로 살아갈 때 오히려 진정한 나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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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좀 더 적극적인 선택의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선택의 갈등 상황에서 자기 내면에 집중하여 진정 마음이 원하는 방향대로 행동하라는 것. 우리의 삶을 곰곰이 살펴보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 과거에 대한 후회에 사로잡혀 정작 지금 당장을 충실하게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 아닌 상태에 신경 쓰느라 정작 현재는 또다시 무분별하게 흘러가고, 그 순간 후회거리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선택들을 떠올릴 때, 미래마저 우울하게 전망되기도 한다. 그러나 삶에 있어서 분명하게 옳다고 정해진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개인의 삶은 그 각자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다. 따라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마음에 따라 가꿔 나가는 것이 진정으로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이다. 외부의 간섭 없이 도에 따라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무위자연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느끼며, 고민과 갈등의 상황도 유유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내가 세운 목표가 지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더라도, 훌훌 털고 일어나 더 즐거운 오늘을 사는 것은 어떨까? 그 상쾌함 속에 새로운 목표를 향해 전진할 에너지도 샘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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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Google)
 

[이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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