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고독한 현대인의 초상, 연극 '스프레이'
“더 나아지길 희망하기보다 더 나빠지지 않길 바라는 사람의 이야기”
글 입력 2016.12.1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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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현대인의 초상,연극 <스프레이>12. 23 ~ 12. 31미아리고개 예술극장극단 초인“더 나아지길 희망하기보다더 나빠지지 않길 바라는 사람의 이야기”어제가 오늘이 되고 오늘이 내일이 되는 하루들 속에서,정해진 시간,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누가 들어오는지도 모르게 굳게 닫혀있는 문들을 발견한다. 기대치 않은 불필요한 관계, 예상치 않은 일들을 피해 자신의 안식처로 발걸음을 옮기면 노동 뒤의 무거운 피로감과 함께 순간의 안도감과 공허함이 끌려 들어온다.2012년 이상문학상 후보였던 동명의 단편 <스프레이>를 원작으로 하는 이번 공연은 같은 공간 속에서 완전한 타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얼굴을 조명한다. 구두 매장의 점원으로 늘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구두를 아홉 켤레나 신어보고 그냥 돌아서는 손님에게도 깍듯이 인사하는 주인공. 그는 실수로 집어온 남의 집 택배를 뜯어본 이후 계속해서 ‘남의 사생활’을 은밀히 엿보려는 욕망,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대해 쥐도 새도 모르게 갚아주려는 복수심을 드러낸다. 콘크리트 벽이 갈라놓고 가둬버린 현대인의 공간에서 억압된 감정과 차단된 소통이 불러오는 자아의 분열을 고스란히 담았다."손이 축축해진 것은 남의 집 택배를 들고 왔기 때문이고 남의 집 택배를 들고 온 것은 집중력이 떨어진 때문이고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피로감 때문이고 피로감은 밤잠을 설친 때문이고 밤잠을 설친 것은 옆집 고양이의 울음 소리 때문이었다.":김경욱, 스프레이 中“그의 손이 축축해졌다. 소파도, 마루도, 탁자도, 침대도, 장롱도, 신발도, 컴퓨터도, 접시도, 형광등도 축축해졌다. 그는땀 냄새 제거용 스프레이를 손바닥에 뿌렸다. 소파에도, 마루에도, 탁자에도, 침대에도, 장롱에도, 신발에도, 컴퓨터에도, 접시에도, 형광등에도 뿌렸다. 라벤더 향이 진동했다. 109호의 겨드랑이에서 나야 했을 향기였다.”:김경욱, 스프레이 中타인에 대한 고지식한 이해,병적인 인간관계 속에서,연극은 주인공의 심리를다양한 벽을 이용해 공간을 창출해내는오브제를 적극 활용한다.현대를 살아가는 한남자의 시선과상상을 따라 여러 개의 벽이 무대를분할, 확대, 축소하며시시각각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낸다.안락함과 무료함의 경계에 있는현대의 공간을 무대가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텍스트 자체에서도 느낄 수 있는현대인의 화석화된 삶을 어떻게 풀어냈을지연극 <스프레이>를 통해 확인해보자.극단 초인은?초인은 거대한 사회 구조 속에서 힘겹게 존재하는 왜소한 인간관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초인 작품 속의 배우들은 어설프고 어릿광대 같으며 움직임은 코믹하다. 사회와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거대한 힘을 이해할 수 없는 아둔한 인간의 전형이지만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잃지 않고 있다. 초인의 연기 메소드는 인물의 심리를 호흡으로 만들어내고 그 호흡을 움직임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이다.초인의 작업은 영화나 TV 드라마와 다른, 더 많은 상상력과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초인은 연극 무대만의 언어를 만들어 가려 노력하고 있다.< 공연개요 >공연기간 : 2016년 12월 23일(금) ~ 12월 31일(토)공연장소 : 미아리고개 예술극장공연시간:12/23,26,27,28 8시 | 12/24,25 3시,6시 | 12/29-31 5시, 8시티켓가격 : 전석 30,000원러닝타임: 80분원작: 김경욱연출: 박정의출연진: 이상희 김정아 이훈희양신우 김범린 이보람 김영건제작: 극단 초인후원: 서울문화재단, ㈜성림에코산업15예매처:인터파크, 예스24티켓, 옥션티켓대학로티켓닷컴, 메세나티켓공연문의010-6835-7040[심한솔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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