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감능력이 결여된 현대인들의 집단 최면 -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연극, 대학로 선돌극장]

-한 밤의 엽기적인 진실게임-
글 입력 2016.11.13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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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능력이 결여된 현대인들의 집단 최면"

#꼭꼭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린뷰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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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문화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ARTinsight 아트인사이트
소중한 119번째 문화초대를 통해 직접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Review 리뷰와 Preview 프리뷰를 통해 함께 소통하고 가꾸어 나가기를 희망하는

문화리뷰단 #린뷰 입니다.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한 밤의 엽기적인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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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소통하는 문화리뷰단 '린뷰' 시리즈::

개인적으로 '이 연극을 볼까 말까?'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겐,
꼭! 보시기를 추천하는 연극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연극을 보고 오신 뒤, 생각해볼 만한 문제가 참 많이 생가게 되거든요.

"어떤 점에서?" 라는 물음이 들으신다면
필자가 끄적끄적- 작성해보는 리뷰를 함께 보실까요?


  안녕하세요! 리뷰에 앞서서 늘 앞 부분에 적는 최근 이야기를 짧게 적고자 합니다.
바로 리뷰로 보고 싶으신 분은 스크롤을 내려주세요!
올 해 병신년, 2016년은 앞으로 역사책에 남을 만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와 더불어 '2016년 제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많은 분들이 대선 결과에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저는 아직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 시험을 보러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까지, 제 두 눈을 의심했어요. 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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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러리 클린턴은 막판 여론조사와 조기투표에서 일제히 승기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패배했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참으로 당황스러웠지요. 본인도 얼마나 참담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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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대한민국엔 어떤 영향이 있을지,
우리나라의 앞으로 대응이 참으로 궁금합니다.


※※주의※※
리뷰 시작합니다.
이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다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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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보신 분? 꽤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책으로 원작도 있는데, '매리 헤론'의 2000년 작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 American Phycho>입니다. 범죄 스릴러의 원조격이라고도 불리는 영화이지요. 영화 <다크나이트 Dark Knight>와 같이 <배트맨 Batman 시리즈>의 주연을 맡았으며 '베일신'이라는 별명이 있는 '크리스천 베일 Christian Bale' 주연으로 '패트릭 베이트먼 Patric Bateman'으로 잘나가는 미국 상류층으로 나오지요. 명문 사립고 패트릭은 명문 사립고 필립스 엑세터 아카데미를 거쳐서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부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월 가에 있는 인수합병 전문 회사 피어스&피어스에서 27세의 나이로 부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친구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바로 잡아주는 교양인에 심지어는 한 끼에 570달러를 아무렇지도않게 지불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경제력까지 갖추었으며 잘생기고 자기 관리까지 철저한 남자이지요. 흠 잡을 것 하나 없는 그런 사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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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라셨나요? 네, 맞습니다. 그는 작 중에서 인격장애를 겪고 있는 '싸이코패스'로 나타납니다.
겉으로는 훌륭한 인격을 갖춘 듯 보이지만, 그는 자신보다 더 멋진 명함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동료를 살해한 그는 점점 많은 살인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지요. 노숙자를, 친구 여자를, 창녀를... 더욱 더 극단 적인 방법으로 살인을 이어나가는데 이는 서로 단순히 '한 명의 상류층의 엽기 살인 행각'으로 볼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는 명함을 비교하는 씬을 통해 볼 수 있었던 현대인의 허황된 삶과 동문이고 같은 회사의 동료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씬을 통해 볼 수 있는 소통의 단절, 이 사람이 이 사람 같이 보이는 모두 똑같은 머리 스타일과 명품 슈트... 획일화 되어가는 인간들의 군상 등의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를 적나라하게 꼬집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왜 이 영화 이야기를 하냐고요?
마저 읽어보시면 '아~' 하며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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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11/9)부터 일주일 전. 한 주 뒤에 다가올 시험에 대한 생각은 잠시 미뤄두고, 조금 일찍 마쳐주신 수업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혜화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대학로 '선돌극장'은 평소에 가 보지 못하였던-마로니에 공원 근처가 아닌-조금은 먼 곳이었습니다.. 도착한 선돌극장은 스산하고도 어두운 골목을 지나서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왼쪽 사진과 같은 입간판이 보이시면 다 도착하신 겁니다!

마치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고양이의 눈동자가 더욱 이 곳의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해주었지요. 이미 도착하신 분들이 많았고, 이 날 따라 특정 학과에서 많이 관람을 하러 왔었습니다. 다소 북적북적한 분위기 사이에 간간이 흐르는 적막함은 기다림을 더욱 어색하게 만들었고, 늦은 저녁 시간임 동시에 해가 짧아진 요즘 같은 계절의 어둑어둑한 분위기가 괜스레 공연을 보기 전에 긴장감을 자아냈습니다. 또한 쌀쌀한 날씨 역시 앞으로 관람하게 될 연극을 살짝 알려주는 주는 듯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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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을 받았습니다! 조명이 너무 밝았어서 사진이 흩뿌옇게 나왔네요.. 시간을 거의 딱 맞춰서 온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공연장 내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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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아래로~
이렇게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나면
사진으로는 담지 못하였지만, 벽면에 이 역극에 캐스팅 되신 배우분들의 사진이 액자로 하나씩 걸려있었습니다.
이 사람들 중 범인은 과연 누구인지, 한 번 인상착의로만 맞춰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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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개의 빈 의자와 물컵. 맨 처음에는 마치 <최후의 만찬>의 그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공연 중에 그런 씬이 나와서 신기했어요. 그리고 공연을 다 본 뒤 이 사진을 다시끔 보게 되니, 이 빈 의자는 누구나 사람들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공허함'과 같았습니다.

어른의 시간이 시작되는 밤 9시
의문의 고양이 죽음 때문에 벌어지는
 우스꽝스럽고 엽기적이고 미스테리한
한밤의 진실게임

  연극은 고양이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빌라 대책회의를 열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주민들은 그들이 확신 없이 내뱉은 말과 싸이코패스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집단 내의 여론몰이로 인해 한 청년을 살인자 및 범인이라는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작은 의아함에서 시작한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였고 어느 새 그들의 상상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닌 '사실'이 되어 버립니다. "아닐 수도 있지만 맞을 수도 있다"며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 따위는 그들에게 없습니다. 그저 그들은 싸이코패스로부터 살아남고 도망치고 싶은 두려움 뿐. 결국 그들은 무고한 숫기 없는 자동차 정비공을 죽이게 됩니다.

  이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이 참 재밌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와중에 그들은 내면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둔 자신의 광기이자 본심을 조금씩 드러내게 됩니다. 자신을 무시하곤 하는 학생들을 죽이고 싶은 도덕 선생님, 여성혐오로 가득찬 고시생 청년, 남자들을 학대하는 부띠끄 직장인 처녀, 급식봉사 중 식중독을 퍼트리는 노인, 아픈 사람들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 호스피스 아주머니, 허세와 바람기 가득한 남편, 정신병이 있는 아내. 모두들 도덕적인 '척', 교양있는 '척' 하지만 결국은 내 안에 억눌린 부분을 풀 수 있는 방법으로 고양이 한 마리 쯤은 싸게 먹히는 것이었습니다. 고양이를 죽임으로써 나의 상처를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건 참 어찌보면 합리적인 것이니 말입니다.

  처음에는 '빌라의 일'일 뿐이라며 관심을 주지 않던 이들이 이제는 '빌라의 일'이니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며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너도나도 자처하게 됩니다. 보는 당시에는 참 불편했는데, 그러다가도 상상할 수 없는 이런 일은 그들이 바로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아차'싶기도 했습니다. '인간답다'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이 되는지도 헷갈리게 하지요.

  결국 그들은 '싸이코패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본인이 싸이코패스가 되어 버립니다. '살인자'를 만들기 위해 본인들이 '살인자'가 되어버리지요. 오히려 이렇게 서로에게 본성을 엿보인 뒤 싸이코패스가 된 그들은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하하호호 웃고 떠들며 서로 마음도 참 잘 맞습니다. 특히 "그 동안 어떻게 참으셨어요?"라는 질문에 '에이 뭐 이정도로~'하는 그들의 웃는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혼자서는 조용히 나보다 약한 생명체에게만 폭력을 휘두르다가도 집단 안에 들어가야만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고 집단 안에서 그들은 대중심리 혹은 군중심리로 인해 비윤리적이고 비논리적인 부분들마저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지요.

정말 우리 주변에 싸이코패스는 누굴까요?
아니, 다르게 물어보겠습니다.
정말 우리 주변에 정상인은 누굴까요?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이 되는 걸까요?

 
이는 모두가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는 '공감능력 결여'가 빚어낸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제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너무 내가 타인에게 각박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나는 내면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곤 하는지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참 연극을 보고 나온 뒤에도 찜찜하더군요. 그로테스크한 이 분위기가 참... 특히 고시생 청년 역할인 '심원석'배우의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쉽게 얻을 팩트는 아니죠."라며 빈죽거리는 그 표정과 의미심장한 웃음. 그리고 수위를 넘나드는 여성 혐오적인 발언도 듣는이로 하여금 눈쌀을 찌푸리게 하였으니 말이지요. (다소 표현이 너무 강한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 마지막에 밝혀진 '진짜 범인'의 반전도 참 아이러니했습니다. 정말 전 예상도 못했어요.... 미친 연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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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을 받으면 1인 1개씩 책자도 무료로 주십니다. 다른 곳은 원래 책자도 다 돈 받고 파는데.. 티켓을 산 사람들은 무료로 주는 것 같았습니다. 공연장 내부에 들어와서도 한 번 찰칵! 공연장 내부는 별 다른 무대장치 없이 매우 깔끔합니다. 책자 위에 살짝 보이시다시피 의자 몇 개 뿐이 전부이지요. 더욱 배우분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어요. 이런 '블랙 코미디'장르는 무대 배경보다는 인물의 심리 변화와 차가운 기류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따라가는 데에도 집중하기 벅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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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진실은...
고양이가 물어 갔잖아...


  저는 이번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를 보고 위에 소개해드린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가 문득 떠올랐는데..
여러분도 이제 좀 공감이 되시나요?두 작품 모두 현대사회의 정신병질의 인간 본성을 나타내며 익명의 현대인들이 이끄는 무모한 살인, 그리고 싸이코패스라는 은신처를 잘 표현하였기 때문이죠. 두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 모두 "인간다운" 모습을 지키고 있지만 혹여나 싸이코패스로 낙인 찍힐까 불안감에 주위를 끊임없이 곁눈질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지요.
사실 '싸이코패스'는 다른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가 내면에는 '싸이코패스'라는 기질을 품고 있으며 그걸 얼마나 잘 포장하느냐의 여부에 나뉘는 것은 아닐까요? 


(중략) 고장 2년 사이에 그처럼 달라진 반응은 흥미로웠습니다.
부조리한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는 체감이 엿보인 듯했기 때문입니다.
-작가 석지윤


  저는 이 연극이 비록 '코미디'였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현실 풍자적인 블랙 코미디였다고 생각합니다. 석지윤 작가님의 글에서도 볼 수 있는 말이었는데, 그는 희곡을 처음 발표했을 때 부조리한 초현실극이라는 평가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올해 초, 주된 평가는 현실 풍자적인 코미디라는  평을 더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한 밤의 엽기적인 진실게임-


● 공연명 : 연극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

● 공연장소 : 대학로 선돌극장

● 공연기간 : 2016. 10. 27(목) ~ 2016. 11. 20(일)

● 공연시간 : 평일 20시 / 토요일 15시, 19시 / 일요일 15시 (월요일 공연 없음)

● 러닝타임 : 100분

● 가격 : 전석 30,000원

● 티켓예매 : 바로가기

 ● 작 : 석지윤

● 연출 : 이동선

● 제작 : 몽씨어터

● 공연문의 : 070-4233-7609
몽씨어터 대표전화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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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ARTinsight 아트인사이트' 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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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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