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궁과 서촌에서의 포토 트립. ‘2016 서울 루나 포토페스티벌’

글 입력 2016.09.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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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트인사이트 유지은입니다.
매년 가을, 서촌에서 조금은 특별한 축제가 열리는 것을 알고계신가요?
통의동을 자주 지나는 분들을 보셨을 수 있을 텐데요. 골목 입구에 ‘SEOUL LUNA PHOTO’라고 써져있는 작은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서촌 일대에서 열린 사진 축제인 ‘서울루나포토 페스티벌’입니다. 12일간 진행되는 페스티벌 중에 저는 공간291, 사진위주 류가헌, 통의동 보안여관 그리고 이브닝 스크리닝에 다녀왔습니다.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해서 새로운 접근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서울루나포토 페스티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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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출현과 함께 하루에도 수십억 장의 사진이 생겨나고 전파되는 시대 ‘격식 없는 장소에서 친근하게 사진을 만난다.’는 취지로 열리는 이 행사는 전시장을 벗어나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서촌 골목골목의 문화 공간에서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전시와 함께 영상 매체 및 문화 행사를 통해 사진을 친밀하게 만나고 즐길 수 있게 한다.
 
서촌 일대에 생활밀착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해 온 ‘통의동 보안여관’, 사진의 저변 확장에 기여해온 ‘사진위주 류가헌’, 문화 놀이터 ‘길담서원’, ‘부암동 문화공간 공간 291’, 건축가가 운영하는 특색있는 한옥 레지던스 ‘사이드’ 등 7개 공간에서 아이덴티티(Identity, ID)라는 주제에 맞는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특히 9월 달밤, 국립고궁박물관 마당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만나는 포토필름을 사진 감상의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행사 개요
 
기간 : 2016년 9월 6일 (화) ~ 9월 18일 (일)


주요행사
 
이브닝 스크리닝 (Evening Screening) ;달과 사진의 밤
 
2016년 9월 10일 (토) 오후 6:30 – 8:30
국립고궁박물관 마당
가을 달밤 국립고궁박물관 마당에서 열리는 낭만적인 포토필름 상영회
 
 
전시
 
사진위주 류가헌 : [그림자가 일어섰다] 이재갑

통의동 보안여관 : [추적자 : 그들은 너무도 사랑했다] 홍진훤, 이우성, 서평주+신학철 아카이브

보안여관 신축현장 : [Imprint(가제)] 김익현

이용재건축사무소+사이트 : [Deposit] Yann Mingard+이용재

길담서원 : [인왕산] 임채옥

공간 291: [growingthat] 권희진, 이수안, 이현주, 전성진, 최영, 하혜리, 함슬기, 황예지
 
 
문화프로그램
 
작가와의 만남/전시연계토크
 
9월 7일 : 이재갑 [사진위주 류가헌]
9월 8일 : ‘추적자’ 참여작가 [통의동 보안여관]
9월 9일 : 임채옥 [길담서원]
9월 11일 : 공간291 참여작가
(권희진, 이수안, 이현주, 전성진, 최영, 하혜리, 함슬기, 황예지) [공간291]
 
시시관광 프로젝트
 
9월 6일 : 배민경, 김윤 작가와 함께하는 서촌 투어프로그램 : 오픈퍼레이드
 
아트마켓
 
9월 11일 : 지역, 예술, 생활 밀착형 사진 프리마켓,
작품부터 빈티지 카메라까지 사진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공간291]
 
Growinthat - 권희진, 이수안, 이현주, 전성진, 최영, 하혜리, 함슬기, 황예지
 
가볍고 촬영 속도가 빠른 장비,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파되는 속도감에 힘입어 사진의 즉흥성과 직관성이 그 어느 때보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감각 기관은 훨씬 예민해지고, 그 예민함은 시지각이 인식하기도 전에 먼저 셔터를 누르게 한다. 본능적으로 낚아챈 듯 과감한 구도와 파격적인 색감 혹은 내러티브를 무시한 자유로움이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특징으로 나타나는 이유다. 그러나 지극히 사적이고 개성 넘치는 사진들을 무리 지으면 그 속에서는 개별화하기 어려운 경향과 동시대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자신의 일상에서 시선을 끄는 사물, 생명, 풍경을 포획해 온 젊은 작가 8인의 같고 다름을 통해 SNS시대 사진의 행방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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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가장 어려웠던 전시이기도 한다. 너무나도 사적이고 일상 속의 시선을 끄는 대상을 포획한 사진들을 처음 직면했을 때에는 이 들의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내 곧 사진의 구도와 색감에 매료되고 작가들이 자유로움이 느껴지는데 ‘현대 사회의 즉흥성과 직관성’을 염두해두고 사진을 본다면 조금은 여유롭게 전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위주 류가헌]
 
그림자가 일어섰다 - 이재갑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어두운 동굴 혹은 터널일 뿐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기의 주요 부품을 만들고 보관하던 일본 오사카의 ‘다카츠키 다치소’다.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지하 시설을 만들기까지 3500명의 조선인이 강제 징용되었다. 사진가 이재갑이 셔터를 누를 때, 그의 그림자가 우뚝 일어섰다. 곧추선 그림자는 사진에 크고 짙은 얼룩으로 남았다.
그림자는 이재갑 자신이었다. 결벽에 가까운 작가 정신을 가진 그이지만, 작업 과정에서 이따금 동요할 때가 있고 심한 통증을 느낄 때도 있다. 그렇게 엮어 낸 작업 뒤에는 늘 이재갑 자신이 사진에 남았다. 바로 <그림자가 일어섰다>의 사진들이다. 그래서 이들 사진은 역사를 말하지만 멀리 흘러가 버린 타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사진을 바라보며 다가설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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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한 직선 – 성남훈
 
나라가 더 이상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일제 침략과 한국전쟁이라는 멀지 않은 근대사 속에 난민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우리에게 ‘유럽 난민사태’는 먼 나라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명의 사람들이 난민의 삶을 살고 있고, 질병이나 배고픔으로 사망하는 난민의 80%가 여성과 노인, 어린 아이들이다. 따라서 ‘유럽 난민’의 이야기는 지구촌 인류에 대한 이야기이며 약하고 무구한 사람들이 처한 비극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이 걷고 있는 험난한 노정의 풍경들이, 낯선 자연과 사물들을 배경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낯설지 않은 것이 그 때문일 것이다.
사진의 힘이 센 이유는 ‘부재(不在)를 현존(現存)으로’ 불러오기 때문이다. 지난 25년간 성남훈이 찍은 난민들의 사진이 중요한 이유도 사진이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재한 이후에라도 사진은 남아, 난민들의 삶의 역사를 증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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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 보안여관]
 
추적자; 그들은 너무도 사랑했다 - 서평주, 이우성, 홍진훤, 신학철 아카이브
 
이 전시 <추적자; 그들은 너무도 사랑했다>는 미술가가 사랑했던 인민 혹은 인민을 사랑했던 미술가를 가시화하는 전시이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규정된 인민에 대한 전제는 깔려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예술가들이 마주한 인민의 모습을 미술의 언어로 드러낸다. 먼저 참여작가 서평주, 이우성, 홍진훤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났거나 관찰했던 인민을 추적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영상으로 담아낸다. 또한 이 전시에서는 신학철의 198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아카이브 형태의 전시를 병행한다.
또한 이 전시는 세 명의 젊은 작가 서평주, 이우성, 홍진훤의 작품과 신학철 작가의 작업을 통해 인민을 마주하려는 예술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하며, 여전히 현실에 존재하는 인민을 현재화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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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변화하면서 이에 따라 미술도 많은 변화를 보였는데, 특히 예술가 개인이 자신을 통해 드러낸 세계의 모습에서 사회의 현실을 명백하게 밝혀내는 작업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좀더 멀게 느껴지고 독특하게 느껴진 ‘인민’이라는 주제어가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전시에 참여한 네명의 작가의 작업의 방향이 각각 다르고 특히나 80년대 민중미술을 대표한 작가 신학철의 현재적 반응과 인민에 대한 현재의 또다른 해석과 함께 서평주, 이우성, 홍진훤 작가의 국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 이러한 힘에 밀려난 개인의 부재의 풍경, 또는 자신의 삶과 주변의 이야기를 조명한 작업등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는 인민의 모습을 조명하려 한 작업을 통해 ‘인민’이라고 하는 주제를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나에게는 조금은 어려운 주제이긴 했던 것은 사실이다. 통의동 보안여관 내부의 모습과 전시의 테마가 너무나도 잘 맞았다고 생각하며 보안여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 과거 한국근대문학의 중요발상지였던 시 동인지 ‘시인부락’을 창간한 역사적 장소였다고 한다. 루나포토페스티벌이 아니더라도 보안여관에서 전시가 진행되게 되면 꼭 가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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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스크리닝 (Evening Screening) ;달과 사진의 밤

 
 
‘달과 사진의 밤’은 전시장 밖에서 좀 더 친근한 방식으로 사진을 만나기 위한 포토필름 상영회다. 포토필름은 사진을 동영상으로 제작한 슬라이드 프로젝션과 사진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편집한 스톱모션 등을 총칭한다. ‘달과 사진의 밤’은 음악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사운드 디자이너 정재호가 각 작품에 맞춰 작곡했으며, 뮤지션이 라이브로 연주하기도 한다.
    
장소: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마당
일시: 9월 10일(토) 18:30 – 20:30
기획: 송수정, 이정민
영상감독: 이동규
음악감독: 정재호
뮤지션: 김목인
 
뮤지션 김목인
 
김목인은 노래로 음악가의 밭을 일구는 싱어송라이터이다. 또박또박 묘한 설득력을 가진 그의 노래는 팬들 뿐만 아니라 동료 음악가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캐비닛 싱얼롱즈라는 밴드를 결성하여 활동하였고, 2011년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하여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 ‘팝 앨범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참여작가 Artist
 
고천봉 Ko Cheonbong
나오미 해리스 Naomi Harris
다이애나 마타 Diana Matar
마야 다니엘즈 Maja Daniels
빌레케 더이제캄 Willeke Duijvekam
얀 밍가드 Yann Mingard
오형근 Oh Hein-kuhn
올리비에 컬만 Olivier Culmann
왕칭송 Wang Qingsong
요시노리 미즈타니 Yoshinori Mizutani
윌렘 포펠리에 Willem Popelier
육명심 Yook Myoung-Shim
케빈 오 무니 Kevin O Mooney
한스 아이켈붐 Hans Eijkelboom
히로시 오카모토 Hiroshi Oka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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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사진의 밤’이라는 주제에 맞게 이브닝 스크리닝은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마당에서 해가 질 즈음인 저녁 6시 30분에 진행되었다. 장소와 시간이 너무나도 낭만적이라 많은 기대를 하고 갔으나 생각보다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조금 실망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페스티벌이 진행된 지 3년차이고 크게 알려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숙한 점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애석하게도 당일 날씨가 흐려서 달빛이 비추어지는 이브닝 스크리닝이 아니였던 것이 아쉬웠다.
포토필름 상영회 순서가 될 때 즈음 해가 졌고, 경복궁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잘 어우러져 스톱모션 형태로 사진을 영상화한 포토필름을 보게 되었다. 한국의 작가 뿐만 아니라 해외의 작가들의 포토필름을 보면서 다시금 페스티벌의 주제를 상기시키게 되었다.
 
세계가 다원화 되면서 기존의 정체성을 둘러싼 경계는 모호해지고 그 경계를 탐색하려는 사진의 시선 또한 예리해진다. 생태계의 위장술, 계층의 탄생, 포즈의 재구성까지 사진이 보여주는 시각적 정체성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시대적 초상으로의 우리를 들여다보게 한다.
 
서촌 일대를 돌아다니며 둘러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를 마치 여행하듯이 둘러보고 경복궁 안에서 달빛에 둘러싸여 포토필름을 상영하는 이 프로그램이 너무나도 낭만적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가들의 예리한 시선으로 비추어낸 작품들로 인해 사진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됨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더 자세한 전시정보가 알고 싶다면
서울루나포토 홈페이지 http://www.seoullunarphoto.com/
 
문화예술에 관한 알찬 정보가 알고 싶다면
아트인사이트 http://www.artinsight.co.kr

  
[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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