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슬로박 신포니에타 오케스트라 - 부드러웠던 선율

글 입력 2016.09.1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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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_ Poster.jpg
 

아트인사이트의 감사한 초대로 9월 7일, 난생 처음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군데군데 빈 좌석을 제외하곤 1층은 대체적으로 꽉 찼던 것으로 기억한다. 2500여석에 달하는 공연장의 크기를 생각해보면  적지 않은 관람객들이 방문 했을 거라 짐작해본다. 기대감을 안고 표를 받은 뒤 콘서트홀로 들어가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사람들을 관찰했다. 내 앞 좌석에 많이 있던 외국인들을 보면서 이번 공연이 서양 음악, 클래식 공연이라는 점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지휘자가 등장했고 첫 곡을 연주했는데 순간 조금 당황스러웠다. 워낙 클래식은 즐겨 듣지 않고 잘 알지도 못하는 문외한이라 이번 공연에서 연주될 곡들을 미리 듣고 갔었는데 첫 곡부터 다른 곡이 연주되던 것이었다. 원래 연주할 곡인 베토벤의 프로메테우스 창조물 서곡에서 모차르트의 극장 지배인 서곡으로 곡이 바뀐 것이다. 프로그램이 연주자의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그런 유동성이 예상치 못했던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곧 연주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내가 느꼈던 모차르트의 극장 지배인 서곡은 마치 중세시대 귀족들이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사교 파티를 할 때 흘러나올 것 같은 느낌의 곡이었다. 서곡답게 밝고 경쾌하면서도 짧은 연주로 앞으로 펼쳐질 연주들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인 곡이었다. 

두 번째는 권혁주 바이올리니스트와의 협연곡인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였다. 곡의 전체적인 느낌은 굉장히 서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강함이 느껴져 바이올린이란 악기가 가진 매력을 잘 보여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직접 공연을 관람해보니 어느 부분에서 강하게 악센트를 주고, 부드럽게 연주하는지가 확실하게 느껴져 더욱 생동감이 넘쳤다. 오케스트라의 소리와 권혁주 바이올리니스트의 독주 또한 어느 한 쪽이 튀는 구석 없이 호흡을 맞춰가며 조화를 잘 이뤘다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의 소리들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권혁주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약 50여분의 긴 연주가 끝나고 이어지던 관객들의 박수소리에 그는 다시 무대로 나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앵콜로 들려주었다. 엄청나게 빠른 템포의 곡을 음 하나하나 뭉개지 않고 정확하게, 강약까지 조절하며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입이 절로 벌어지며 ‘저 사람 뭐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짧은 앵콜이었지만 그 한 곡을 통해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여 음악을 해왔는지 알 수 있을만큼 인상적인 연주였다. 그의 협연곡과 독주를 들은 뒤 느낀 점은 그가 기술적으로도 뛰어나지만 감성도 굉장히 풍부해 섬세한 연주가 가능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것이다. 그가 연주할 때 뒤에서 지켜보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표정,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공연장을 감싸던 그 긴장감 넘치던 분위기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세 번째는 사라사테의 곡 카르멘을 플룻 연주로 편곡한 곡이었다. 나에게는 모든 프로그램 중 가장 익숙한 곡이었던지라 좀 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현악기가 중심인 오케스트라와 플룻의 협연은 밝고 경쾌한 플롯의 소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높은 음역대를 가진 플룻으로 연주하는 카르멘은 자유롭고 부드러우면서 매혹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런 플룻을 오케스트라가 잘 받쳐주어 풍부한 소리를 자아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악보를 보며 연주하기 바쁘단 느낌을 받아 그 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게 연주가 끝난 뒤 이어지는 박수세례에 필립 윤트는 다시 무대로 나온다. 한국 대학에서 활동 중인 연주자답게 조금 서툴지만 귀여운 한국어로 자신이 연주할 앵콜곡도 바이올린 곡이라며 권혁주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했던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을 플룻 버전으로 들려줬는데 같은 곡이었지만 느낌은 전혀 달랐다. 플룻으로 연주한 카프리스 24번은 마치 작은 새들처럼 음들이 공중을 미친 듯이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이라 좀 더 경쾌하고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템포는 역시나 굉장히 빠른 템포였고 그런 빠르기에도 정확한 음을 구사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필립 윤트의 연주를 보는 내내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이 떠오를 만큼 연주 모습이 개구쟁이처럼 보였던 점도 기억에 남는다. 그의 약간 벗겨진 머리는 소년과 거리가 멀었음에도 자꾸만 피리 부는 소년이 그림 속에서 튀어 나와 연주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 번째 곡은 베토벤 교향곡 7번 A장조였다. 1악장과 2악장에서는 밝고 생동감 있게 연주하다가 여리게 연주함을 반복하며 잔잔하게 흐르다 3악장부터는 점점 빨라지며 힘차게, 4악장에서는 빠르고 역동적으로 연주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모든 악기들이 빠르고 강하게 연주하며 끝이 난다. 약 40여분 정도의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계속되는 리듬의 변화로 지루하지 않게 감상했다. 모든 연주가 끝난 뒤 쉴 새 없이 이어지던 박수소리에 지휘자는 감사 인사와 더불어 슬로바키아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앵콜곡을 들려주었는데 클래식 문외한답게 무슨 곡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마지막 곡도 굉장히 리듬감 넘치는 곡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약 두 시간 반에 가까운 공연이 마무리 된다. 

처음 본 클래식 공연이었던지라 여러모로 인상 깊은 점들이 많았다. 내 자리는 A열이라 지휘자가 특히 더 잘 보이던 자리였는데 이번 공연의 지휘자인 테오도르 쿠차의 스타일은 꽤 열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하나하나 짚어주는 디렉션에 따라 여리고 강하게, 또는 느리고 빠르게 변하는 음악을 듣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끊이지 않는 박수소리로 앵콜곡을 요청하던 관객들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직접 관람하는 클래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던 공연이라 나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클래식이 좀 더 친숙하게 들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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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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