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좀 지겨워졌겠죠.' 다시 한 번, 장희빈을 다루다

글 입력 2016.07.3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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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속의 인물은 ‘역사’라는 시간적 깊이만큼이나 오랜 세월동안 문화예술의 소재로 활용되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한 사람의 삶이 여러 문화예술의 형태로 반복적으로 다루어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두고 봤을 때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장희빈을 꼽을 수 있다. 

 장희빈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대충 세어 보아도 5개가 넘는다. 그리고 이들이 몇 년의 텀을 두고 제작되었기 때문에 시대별로 ‘그 시대의 장희빈’으로 대중들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진 이미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때 MBC 드라마 <동이>에서 이소연이 연기했던 장희빈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다. 
 때문에 여러 번 다루어졌던 인물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중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기존 장희빈의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장희빈을 심어줄, 색다른 장희빈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극 <왕과 나>는 그러한 위험, 또는 부담을 무릎 쓰고 이번엔 브라운관이 아닌 무대 위에 장희빈을 세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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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장희빈으로 잘 알려진 장옥정과 그녀의 남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잘 알려진 바와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조선 19대 왕인 숙종은 신참 나인 장옥정을 보고 한눈에 반해 사랑에 푹 빠집니다. 
그 과정에서 이른 바 남인과 서인의 정쟁이 한몫 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인에게 핍박 받던 남인이 서인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미인계를 썼다는 얘기인 거죠.
어쨌든 장옥정은 왕의 총애를 받아 금세 후궁이 되고, 
머지않아 원자를 출산하게 되지요. 

하지만 머지않아 숙종과 왕비 장옥정 사이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좀 지겨워졌겠죠. 
제 아무리 예뻐도 오래 같이 살면 그럴 수 있는 법이지요. 



 '좀 지겨워졌겠죠.'

 역사적 인물을 다루기에는 조금 가벼워보이는 말투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이, 연극 <왕과 나>는 숙종과 장희빈의 비극적인 사랑을 무겁게 다루기 보다는 말그대로 남녀의 연애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위대하고 점잖은 인물도 사랑, 질투, 그리고 증오라는 말그대로 인간적인 감정들 앞에서는 다를 바 없다고 연극 <왕과 나>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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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공연이 기대되는 또다른 이유는 정통사극이 아닌 가무극으로 극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연극 <왕과 나는 기타, 북, 아코디언, 하모니카 등의 다양한 악기들로 대중가요부터 아리아까지 폭넓은 음악을 선보임과 동시에 15명의 배우들이 끊임없이 역할을 바꿔가며 소리의 몽타주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자신만의 특색을 가진 소리들이 숙종과 장희빈의 연애사를 다룬 극의 흐름과 잘 버무려질 수 있을지, 어떤 조화를 이룰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하나의 대상을 반복적으로 다루다보면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지만, 개인적으로 인물에 대해서는 그렇지가 않다. 이는 모든 것들이 그렇긴 하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특히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장희빈에 대해서도 어떤 이는 권력욕이 많은 요부였다고 말하는 반면, 어떤 이는 한 여자로서 불쌍한 삶이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만 해도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는데 하물며 몇 십 년, 몇 백 년 전의 시간을 살았던 인물에 대해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사실 별로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연극 <왕과 나>는 희빈 장씨의 굴곡진 삶에서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다시 한 번 장희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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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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