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젠틸레스키, 그녀는 누구의 목을 내리쳤나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7.3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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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그리고 페미니즘 이론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 페미니즘적 요소가 가미된 미술은 한번쯤 다루고 싶은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서양미술사 강의와 여성문학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는데 두 분 교수님 모두가 이 이야기와 이 화가를 언급하셨으니 미술사와 페미니즘 관점 모두에서 짚고 갈만한 가치가 있는 컨텐츠라고 볼 수도 있겠다. 구약성서 속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혹은 이탈리아 여성화가인 아르테미시아 젠틀레스키에 대해 알고 있다면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구약성서 속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아름다운 과부인 유디트는 전쟁 중 자신의 지역인 베툴리아를 포위한 아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르네스에게 접근한다. 홀로페르네스의 환심을 산 유디트는 둘만 남게 되자 그에게 술을 먹여 만취하게 한 후, 잠든 그의 목을 베어 베툴리아로 돌아온다. 장군을 잃은 아시리아 군대는 후퇴하게 되고 유대인을 전쟁의 승리로 이끈 유디트는 영웅이 되었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줄거리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논개의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의 이 성경 이야기도 볼만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를 그린 화가에 더욱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어딘가 단순하고 통속적인 줄거리임에도 이 스토리를 소재로 그림을 그린 여성화가인 젠틸레스키의 이야기와 나란히 놓고 본다면 아마 언급할 이야기가 보다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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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의 여성화가로, 화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아버지의 조수로 일하며 당시 카라바조의 화풍을 따르던 아버지의 그림을 보고 배우며 자연스럽게 그녀 또한 카라바조에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나날이 발전해가는 실력을 보여주며 어릴적 부터 화가라는 꿈을 키워 나갔다. 당시 여성들이 미술 공부를 하는 것이 용인되지 않았던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일치감찌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의 지원과 그녀 자신의 능력으로 여자로서 최초로 피렌체 디세뇨 아카데미아의 회원이 되었다. 또한 여성적 범주로 여겨진 정물화나 초상화가 아닌 역사나 종교를 바탕으로 하는 그림에 주력했던 야망도 그만한 실력도 갖춘 화가였다.

  그러나 그녀가 열일곱 살 때 아버지의 동료로부터 강간을 당한 사건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 채 바꾸어 버린다. 이로 인해 그녀는 손가락 고문과 산부인과 검사까지 받으며 재판을 치러야 했고, 이 과정에서 느꼈던 모멸감과 오명은 이후 그녀의 작품에 막대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젠틸레스키의 그림은 대부분 폭력적이다.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여성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음으로써 그녀는 내면에 자리하던 남성에 대한 반항심과 복수심을 작품을 통해 해소하려 했던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유디트’를 소재로 한 다른 작품과의 비교

  위에서 소개한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카라바조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 루벤스의 <홀로페르네스의 머리와 유디트> 비롯해 이미 잘 알려진 것들이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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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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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홀로페르네스의 머리와 유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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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틸레스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카라바조와 루벤스의 작품 역시 그들의 명성에 걸맞게 그림의 생동감과 몰입도가 상당하다. 유디트는 아름답고 청순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스토리 또한 잘 집약되어 나타나있다. 그렇다면 위의 작품들과 마지막에 있는 젠틸레스키의 작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어딘가 겁먹고 연약해 보이는 카라바조의 유디트보다, 관능적이고 여성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루벤스의 유티드보다 강인하고 굳은 의지가 드러나지 않은가. 그녀가 그린 유디트는 여성으로서의 모습으로보다는 한 명의 전사로서의 묘사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많은 학자들은 젠틸레스키가 유디트에게 자신을 투영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작품 속 유디트는 젠틀레스키 그녀 자신이고 이러한 주장은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녀의 자화상을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젠틸레스키는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라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 당시 남성과 차별과 억압받았던 여성의 현실을 담아내었고 자신을 비롯한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했다.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를 그려낸 다른 남성화가들과는 사뭇 다르게 용맹하고 적극적인 유디트의 모습은 그녀의 안타까운 개인사에 비추어봤을 때 더욱 흡입력 있게 다가온다.



젠틸레스키와 여성성 그리고 성공

  여성성과 성공을 동시에 갖기엔 여전히 참 쉽지 않다. 하물며 그녀의 사회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니 었을까. 당시 사회에서 쉽게 용인되지 않던 여성으로서의 특출난 재능을 세상이 시기한 탓인지 재판 이후에도 뛰어난 작품들을 많이 그려냈음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손가락질과 눈총으로 자유롭지 않은 삶을 살았던 그녀는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선구적인 삶을 살았던 여성은 대체로 운명이 기구한 편인데, 그녀는 수많은 어려움 겪었고 이를 극복하고자 작품 활동 하나의 창구로 삼아 남성을, 세상을 징벌하는 듯한 그림을 그리며 해소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녀의 그림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가 여실히 드러나있다. 아마도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이 작품에서 유디트, 다시 말해 젠틸레스키가 내리친 건 단순히 홀로페르네스의 목이 아닐지도 모른다. 남성위주의 사회 구조와 이를 묵인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일지도. 이 후,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그녀의 개척 정신과 작품은 재평가 받게 되었고 후대의 여성 화가들에게 계속해서 영감을 주고 있다.


 다음은 그녀가 자신의 작품을 주문한 고객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나는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입니다.
당신은 시이저(Caesar)의 용기를 가진 한 여자의 영혼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양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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