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듀오 유+킴의 세 도시 이야기, '파리'

글 입력 2016.05.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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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 덕분에 5월 12일 목요일, 금호아트홀에서 세 도시 이야기 시리즈의 일환인 파리 편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피아니스트 유재경과 김윤지로 구성된 듀오 유앤킴의 연주로 꾸며진 이번 공연은 20세기 초 격동의 파리를 연상시키는 격렬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Programs

프랑시스 풀랑크,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가면무도회’에 의한 카프리치오, FP155
Francis Poulenc, Capriccio for 2 Pianos after ‘Le bal Masque, FP 155

클로드 드뷔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흑과 백으로, L.134
Claude Debussy, En Blanc et Noir for 2 Pianos, L.134
Avec Emportement
Lent - sombre
Scherzando

에마뉘엘 샤브리에,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스페인 랩소디
Emmanuel Chabrier, Espana Rhapsody for 2 Pianos

모리스 라벨, 라 발스(두 대의 피아노 연주)
Maurice Ravel, La Valse (performed on 2 Pianos)


INTERMISSION


가브리엘 포레, ‘꿈꾸고 난 후’ (듀오 유앤킴 편곡)
Gabriel Faure, ‘Apres un Reve’(arranged by Duo Yoo+Kim)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두 대의 피아노 연주, 작곡가 편곡)
Igor Stravinsky, Le Sacre du Printemps(arranged for 2 Pianos by the Composer)
Introduction
The Augurs of Spring
Ritual of Abduction
Spring Round Dances
Ritual of the Rival Tribes
Procession of the Sage
The Sage
Dance of the Earth
Introduction
Mystic Circles of the Young Girls
Glorification of the Chosen One
Evocation of the Ancestors
Ritual Actions of the Ancestors
Sacrificial Dance (the chosen one)
 





총 6곡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1부에 4곡, 2부에 2곡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봄의 제전이 가장 길다보니, 이를 고려해서 1부에 4곡이 배치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1부의 시작은 풀랑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카프리치오였다. 가면무도회 주제에 의한 카프리치오였는데 변덕스러운 듯 자유로움이 넘치는 곡이었다. 두 대의 피아노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선율을 주고 받는 데에 몰입하다보니 어느 새 곡이 끝나있을 만큼 영원한 찰나 같은 순간이었다.


두번째로는 드뷔시의 작품이 이어졌다. 이 작품은 1차 대전을 겪은 드뷔시가 그 공포를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드뷔시에게서 느낄 수 있는 유려하고 풍부한 색채감이 문득 느껴지면서도 어딘지 모를 침울함과 불안감이 묻어나는 선율이 이어졌다. 열정적으로 시작해서 우울한 터널을 지나 다시 활기차게 마무리되는 여정이었는데, 듀오 유앤킴은 완급을 조절해서 우울해도 늘어지지 않게, 전쟁의 공포를 넘어 희망의 미래를 바라보는 드뷔시를 잘 전달해준 것 같았다.


세번째로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무난한 구성의 작품이었다고 생각되는, 샤브리에의 스페인 랩소디였다. 원래 관현악곡인 이 작품을 두 대의 피아노로 들으니, 즉흥적인 듯 아름다운 선율과 무곡 느낌의 관능미가 더 절절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자유로우면서도 화려한 곡, 듀오 유앤킴의 매력이 아주 극적으로 드러난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1부의 마지막으로는 라 발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현장에서 두 대의 피아노로 듣는 라 발스는 처음이었다. 처음엔 왈츠같지 않다는 생각에 익숙해지지 않던 라 발스에 꽂힌 이후로는 선우예권, 조성진의 라 발스를 번갈아 들으면서 내내 빠져 있었다. 그래서 듀오 유앤킴은 어떤 라 발스를 들려줄 지 매우 기대가 되었다.

사실 초반에는 조금 놀랐다. 내가 익숙하게 듣던 템포보다 느린 속도로 시작되는 도입부가 약간은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대의 피아노로 듣던 것보다 더욱 더 풍부하게 음 하나 하나를 쪼개어 들을 수 있는 현재에 몰입하다보니 어느 새 연주에 빠져들어 있었다. 빈 왈츠를 연상시키는 바로 그 Theme이 나올 때 느껴지는 베이스의 상승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대목인데, 이 부분을 온전히 두 대의 피아노가 각각 맡아 연주하니 그 풍부함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극적인 끝이 맺어지자마자 브라바를 연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1부의 네 곡이 20세기 초 음악들의 신선함을 다소 무난하게 보여주었다면 2부는 보다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준비되어 있었다. 바로 봄의 제전이 그에 해당하는데, 아마도 2부 첫번째 무대로 포레의 가곡을 준비해둔 것은 봄의 제전으로 인해 느껴질 그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히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부의 첫 무대로 꾸며진 포레의 Apres un reve는 피아노 편곡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가곡을 두 대의 피아노로 편곡하여 마치 노래하듯이, 그 가사의 열망과 환희 그리고 일말의 허무함까지 전달해주었다. 몽환적인 선율로 시작하여 나른하게 끝맺어지는 무대. 이번 듀오 유앤킴이 준비한 곡 중 가장 짧았지만 서정적인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대망의 마지막 곡, 봄의 제전. 봄의 제전을 두 대의 피아노로 듣는 것은 처음이다. 관현악으로 들어도 난해한 이 곡을 피아노로 듣는 것은 어떨지 궁금했다.

아주 변칙적인 박자들이 나오면서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봄의 제전을 보다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콘서트홀에서는 거의 암전에 가까운 어둠 속에서 무대가 시작되도록 안배했다. 아주 적극적으로 쏟아지는 반음계와 객석으로 내리치는 듯한 듀오 유앤킴의 타건은 이 작품의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극대화했다. 봄의 신을 맞이하기 위해 산 제물을 바치는 이교도들의 의식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시종일관 긴장을 놓을 수 없는데, 듀오 유앤킴의 연주는 관현악으로 그려내는 그로테스크함과는 또 다른 원초적인 야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공연의 테마가 '파리'였던 만큼, 20세기의 파리를 연상하면서 더욱 더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 피아노 듀오 유앤킴이 무대에서부터 뿜어내는 역동적인 에너지는 정말 가슴이 뜨거워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 다음에는 피아니스트 유재경과 김윤지가 또 어떤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매료시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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