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네모난 화면속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이고 근사한 이야기 [시각예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스크린 미학
글 입력 2016.03.2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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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웨스 앤더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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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슈태판 츠바이크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고 웨스 앤더슨 감독의 완벽주의에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애드리언 브로디, 주드 로 등의 초호화 캐스팅이 더해져 국내외 언론들의 극찬에 빛나는 작품입니다.



-Why do you want to be a lobby boy? 
-Well, who wouldn't? At the Grand Budapest, sir? 
-왜 로비보이가 되려고 하나?
-그랜드 부다페스트인데 누가 싫겠어요?



기상천외하고 미스터리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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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살인을 당합니다.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이자 그녀의 연인 구스타브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이 되는데요, 그는 그의 충실한 호텔 로비보이 제로와 함께 누명을 벗기 위한 모험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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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 앤더슨 감독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통해 유럽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유럽적인 특징과 함께 시각적인 유연성도 엿보이는 장소로 처음에는 유럽에 위치한 리조트와 호텔들을 염두에 두었지만, 우연히 발견된 독일 동부 도시 괴를리츠에 있는 거대한 백화점이 촬영지로 낙점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괴를리츠에는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에서 근대적인 아르누보의 곡선이 돋보이는 특색 있는 건축물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예외적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외관은 실제 건물이 아닌 미니어쳐 세트로 특별히 제작되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그래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완벽한 스크린 미학의 절정을 이룬다고 평해집니다.

  최근 상영되는 영화의 대부분은 1.85:1(플랫) 혹은 2.35:1(와이드 스크린)의 비율을 사용합니다. 영화관에서 영화가 상영되기 직전 화면의 위쪽, 혹은 양 옆에서 검은색 천이나 커튼으로 마스킹되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실 텐데요, 압도적인 풍경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물의 클로즈업이 자주 등장하는 등의 이유로 적절한 화면 비율을 선택하게 됩니다.

 앤더슨 감독은 영화 속 각 시대를 다른 화면 비율로 촬영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1.85:1의 화면으로 시작됩니다. 오늘날 많이 사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화면비율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영화 속 ‘작가’가 등장해 제로와 만난 일을 회상하는 1980년대의 시기는 1.85:1의 플랫화면으로 보여집니다. 시간을 거슬러 1960년대로 돌아가면 화면은 잠시 2.35:1의 와이드스크린으로 바뀌어 비교적 길쭉한 화면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1930년대의 중심 이야기가 펼쳐질 때의 비율은 1.33:1로, 무성영화 시절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던 화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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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회상장면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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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작가와 제로 무스타파와의 만남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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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의 중심스토리 (1.33:1)

 
  앤더슨의 또 다른 독특한 시도는 평면적 접근 입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대부분의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서 인물은 대각선의 역동적 공간에서 4분의 3 지점에 놓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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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해즈 폴른 (London Has Fallen) 2016


  반면 평면적 촬영은 인물을 수직면의 배경에 놓습니다. 평면적 촬영은 시각적인 강조 등의 특별한 효과를 위해 사용되곤 하지만 영화 전체를 평면적으로 촬영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그것이 기본 어휘로 사용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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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반으로 나눴을 때 대칭을 이루는 모습


  더불어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들이 집요하게 자로 잰 듯 대칭구조를 이룹니다. 사진과 같이 가상의 선을 하나 그어 반으로 접은 듯 깔끔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인물이 한 명만 있을 때에는 화면의 가운데에 놓이고, 여럿이 나올 때에는 대칭되게 배치됩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중앙에 중심을 두어 관객의 시선을 주된 아이템에 주목하게 합니다. 평소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보여 지는 모습들은 비대칭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강박적으로 대칭을 이루는 장면들은 인위적으로 보이고 보는 이들은 무의식중에 경외감과 불편함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주는 효과를 가지고 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의 세계를 멀리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만화처럼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지면서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작품에 한층 빠져들게 합니다. 조금은 별난, 그렇기 때문에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였습니다. 앤더슨 감독이 그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 낸 것은 이러한 과감한 시도들을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컬렉션,  매트 졸러 세이츠, 2016.


[정나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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