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산 자의 기억과 죽은 자의 기억, 연극 해피투게더

제 말 알아듣겄습니까?!
글 입력 2015.12.2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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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9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으로
연극 <해피투게더>를 만나보고 왔다.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담고있는 연극인 걸 알고 갔기 때문에,
더 긴장된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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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86아시안 게임과 88서울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1980년대 부산... 
일곱 살 종선과 누나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아버지 손에 이끌려 동광파출소에 맡겨진다. 
육교에서 구걸하던 아무개 씨는 어느날 경찰에 끌려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된다.

포항제철에 근무하던 서상렬 씨는 해운대 휴가 중
부산역 대합실에서 깜박 잠들었다 철도공안원 신고로 잡혀간다. 
원양어선을 타던 김민효 씨는 모처럼 육지의 밤을 술로 달래다 누군가에게 끌려 간다.
부산 연산동에 살던 이명렬 씨는 마누라를 때린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다.
취직차 부산에 왔던 한아무개 씨는 포장마차에서 술에 취해 졸다가 누군가의 차에 태워진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부산시 북구 주례 2동 산 18번지, 형제복지원! 
이들을 가둔 것은 1975년 유신시대에 발효된 내무부 훈령 410조. 
1975년과 1986년 사이 형제복지원에서 사망한 사람은 551명. 
그들은 왜 이곳에 갇혔으며, 도대체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딱 보아도 웬지 정감은 가지는 않는, 어딘지 모르게 황량한 느낌을 주는 무대가 있었고 이윽고 불이 꺼지고 연극이 시작됐다. 한 남자가 나타나더니 아주 진중하고 진실된 표정으로 천천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너무도 진지하게 누구라도 조금은 공감이 될만한 얘기를 풀어 놓으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로 끄덕일 때도 있었다. 나 뿐만이 아니었을거라고 믿는다. 나 이외에도 분명 그 남자의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들은 사람이라면 내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무슨 얘기를 꺼내고 싶어 이렇게 관객들에게 동의를 얻는 건가 싶긴 했지만, 꽤나 듣기에 부담 없이 남자는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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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끊김도 없이 줄줄이 말을 이어가던 이 남자에 이어 다수의 남자들이 등장했다. 의자를 위로 치켜든 채 어딘지 모르게 험상궂은 인상과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잔뜩 화가 나 보이거나 혹은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사건의 전말이나 그 어떤 상황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아마 나 또한 슬그머니 이 사람들을 피했을 지 모른다. 피하진 않아더라도 적어도 가까이 하려고 하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영문도 모르고 긍정하며 극을 보고 있었다면, 전개되면 될 수록 어쩐지 그들이 만드는 분위기(관객 또한 동조하길 강요하는 느낌을 주는)가 자리에 앉아있기가 참... 뭔가 꺼름칙했고 불편했다. 그래서 요소요소 마다 헛웃음을 짓게 하는 장면에도 쉽게 웃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매와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영문도 모른 채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간 그들이, 저항 한 번 쉽게 못하고 맞는 걸 당연하다 여기는 그 사람들이 너무나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저항할 수도 없게 만들었는지, 상황과 사회와 그들의 현실이 개개인의 인생을 어디까지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지 하나하나 목도하는 것이 정말 말 그대로 불편했다. 아무래도 남자 배우 분들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지만, 복지원은 분명 여성들만 따로 생활하는 곳도 있음을 암시했었다. 그 곳의 현실도 심했으면 더 심했겠지 나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으니 그 또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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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없이 많은 폭력과 불법적인 일들이 일어났고,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행위들이 일어나는 곳이었음에도 그 것들이 일어나게 했던 당사자에겐 제대로 된 벌조차 구형되지 않았다니. 어쩌면 이게 진짜 현실인가.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끝난 것도, 아무리 날려도 절대로 멀리 날아갈 수 없는 휴지를 어김 없이 던지고 있던 복지원 남자들도, 그 상황이 참 싫었다. 그걸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나도. 하긴 내가 뭘 할 수 있었겠나, 오히려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에 원장 편을 들고 있는 사람이 나였을지도 모르는데.

 산 자의 기억과 죽은 자의 기억, 그 간격은 얼마나 될까? 일곱살 종선이와 누나는 그저 같은 집에서 가족들끼리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그런 소소한 행복을 바랐을 뿐이었을텐데. 어떤 무언의, 무관심이, 그 무수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고 유린했고 망가뜨렸으니 이에 대한 불편함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감당해야 할 몫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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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틀림없이 어두운 이야기지만 맛깔 나는 짜임새 덕에 보고 듣기가 버겁지 않다.
어떤 상업적 작품보다 밀도 높은 재미를 선사한다.
- 동아일보 손택균기자

연극의 최대 방점은 문득문득 터져 나오는 웃음 코드다.
엽기적인 사건을 다뤘는데 어떻게 재밌을 수 있냐고 물을 수 있지만,
삭막함 속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재미들이 있다.
- 민중의 소리 김세운기자

복지원 원장의 이중적 얼굴과 궤변,
수용자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와 땀이 튀는 열정적인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1시간 40분을 눈 깜짝할 사이에 가져가 버린다.
-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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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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