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발 밑을 조심하세요! 미니어처 아트 [시각예술]

사람들은 왜 이런 미니어처들에 열광할까?
글 입력 2015.12.0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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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배가 고프다. 방금 전까지 어떤 요리가 차려져 있었을지 궁금하다. 저 빈 그릇에는 음식의 온기가 남아 있을까. 요리가 막 끝난 듯 어질러진 조리대. 그 위에 널부러져 있는 온갖 식재료들. 정리되지 않은 냄비, 접시, 포크, 나이프. 그리고 옆에는 놀랍게도 조그마한 쥐가 나타나 남은 음식을 탐내고 있다. 하지만 쥐가 나타났다고 해서 저 작은 부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쥐는 옴싹달싹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왜냐. 이 모든 것은 클레이와 물감으로 만들어진 미니어처 아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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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로그나 유튜브에 미니어처 아트 제작기를 연재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 특히 주로 알려진 장르는 음식을 본떠 새로 제작한 미니어처 푸드들. 클레이, 나무, 플라스틱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해서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미니어처 푸드를 만들어낸다. 사실 미니어처 푸드의 경우 디자인샵이나 피규어샵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지도 꽤 되었다. 양식, 일식, 중식, 한식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과 플레이트가 미니어처로 판매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 과자 중 하나인 가루쿡은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재료로 초소형 당고, 초소형 붕어빵 등을 만들 수 있게 해놓았다. 초보자도 간단하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가루쿡은 일본과 한국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은 왜 이런 미니어처들에 열광할까? 아마 이유야 개인마다 제각각이겠지마는, 아마 그 공통적인 근간에는 ‘일상이 비일상이 되는 신기함’이 있겠지 싶다. 늘 보던 익숙한 풍경, 익숙한 사물들이 사람들의 손에서 작은 크기로 재탄생하는 것은 한없이 낯설면서도 진기한 모습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보면 이전에 얘기한 바 있는 ‘극사실주의’와도 비슷한 맥락에서 파악해볼 수 있다. 다만 극사실주의는 현실의 것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단하고 확대하여 대상을 현실에서 잘라냈다면, 미니어처 아트는 극사실주의처럼 현실의 것을 모방하되 그 대상을 축소시킨다. 그리고 맥락적인 상황과 분리되어 이질감을 주는 극사실주의와는 반대로, 축소된 미니어처는 현실 속의 상황으로 흡수되어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경향이 강하다. 저 미니어처 푸드를 제외하고서 보더라도 미니어처 아트의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전하고자 하는 내용도 그만큼 많다. 이제부터 살펴볼 미니어처 아트들은 각각 어떤 방식으로 현실과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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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스페인 출신의 작가 Issac Cordal의 미니어처 아트이다. 황량한 들판과 해변을 배경으로 그 가운데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작으로 담아내었다. 사람이나 물건은 미니어처로 만든 것이지만 배경이 되는 황량한 들판과 해변가는 실제 벨기에에 있는 장소라고 한다. 미니어처를 이용한 설치디자인을 통해 기후변화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자 하였다. 바닥에 눌러붙은 유해 물질, 모래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사람의 모습은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만든다. 이처럼 미니어처는 현실의 배경과 결합하여, 미니어처는 결국 진짜가 아닌 조각이지만, 오히려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생생한 감각을 심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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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방향을 달리해보면 조각과 같은 입체적인 것들 외에, 평면에서 이루어지는 작업 역시 미니어처 아트에 포함된다. 이 작품을 그린 작가 Ashish Patel은 유명인들의 초상화를 오직 몇 센치도 안되는 작은 스케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림과 대비되는 지우개, 연필, 샤프 등을 같이 배치하여 이 그림이 얼마나 작은 사이즈로 섬세하게 그려졌는지 관람자로 하여금 확인하게 만든다. 고도의 관찰력과 집중력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분명 현실 속에 존재할 것만 같은 대상이지만 사실은 평면 속에 있을 뿐인 것과, 그 평면 속의 인물이 현실의 물체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게 하는 그의 작품 구성은 우리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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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미니어처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아티스트가 있다. Tatsuya Tamaka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 출신의 작가로, 작은 인물 피규어를 일상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재료와 결합하여 작품을 만든다. 재료, 물체, 풍경이 정말 일상적인 것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의 미니어처 사진을 보면 마치 소인국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그의 작품 안에서 허물어지고 흔들리고 만다. 발상과 표현방식이 재미있고 유쾌하며,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가이다. 또한 주목할만한 다른 점은, 이 작가가 매일매일 미니어처를 만들어 업데이트하고, 그 사진을 미니어처 캘린더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쌓이게 된 세월이 벌써 5년. 작은 것이 모여 얼마나 커질 수 있는 지 몸소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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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 아트는 그 크기나 사용되는 재료들의 특성상 오래 보존되기 힘든 것들이 많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미니어처 아트는 사진작업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위의 사진은 Team Kurt and Edwige Moses의 작품이고, 아래 사진은 Christopher Boffoli의 작품이다. 사용하는 재료나 환경,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르더라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두 사람 다 사진작가라는 점이다. 소형 피규어와 실제 현실 속의 대상과 풍경을 소재로 작업하며, 사진 보정 작업을 함께 병행한다. 위쪽 풍경사진과 같은 작품을 주로 하는 두 작가는 이 미니어처 세상의 사람들과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 넣기 위해 최대한 사실적인 풍경을 담아내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아래의 음식사진을 주로 작업하는 작가의 경우 미니어처 인간은 음식에 속한 존재로, 자신의 작업을 통해 인간의 식욕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자칫 둘 다 비슷한 작업방식으로만 느껴질지 모르나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각 작품마다 매우 개성적이다.
 

최근에 이르러 미니어처 아트는 실생활을 모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생활 속에서 실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가장 큰 예가 ‘인물 피규어’ 이다. 지금까지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어 추억을 그려냈다면, 지금은 3D 스캐너를 통해 인물을 직접 스캔한 후 미니어처를 만들어 추억을 조각할 수 있다. 본인들의 실제 모습을 스캔하여 입체적인 미니어처로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는 3D 프린터의 공이 크다. 3D 프린터가 발명된 이후 점차 그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전보다 간단하고 편리하게 미니어처를 생산해내는 시대가 열렸다. 또한 미니어처는 클레이 아트 등과 접목하면서 사람들의 좋은 취미생활로도 자리잡아가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같은 SNS를 타고 여러 미니어처들이 올라오는가 하면, 미니어처 아트를 만들어 보는 전문적인 책이 시중에 출간되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못 보고 지나갈 만큼 작은 조각들. 삶의 여러 모습을 포착하여 위트 있게 담아내는 자그마한 세상. 관람자의 시선을 상상 속의 세계로 맘껏 이끈다. 사람들은 각자 작은 세상 안을 들여다보며 자기 삶을 비추어 보기도 하고, 그 풍경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미니어처 아트는 마치 소인국에서 온 사람들이 판타지 세계를 보여주는 듯 장난스럽지만 결국 그 이면에는 우리 삶의 모습이 녹아있다. 우리 삶의 모습이 손톱보다도 작은, 아주 작은 크기로 담겨 나오는 것이다. 조금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너무 크고 방대하다고 느껴졌던 세상, 그리고 때로는 한치 앞도 모르는 막막한 삶이 내 손안에 올라올 수 있게 되다니.

그리고 이것은 오히려 우리 삶의 아주 작은 부분에 주목하게 만들기도 한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찾아내지 못하는 삶의 여러 단면이, 우리의 오늘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진 않을까. 잠시 시선을 내려 살펴보자. 오늘 내가 놓치고 말았던 소중한 것들이 어디 떨어져 있는지.
 
미니어처 아트가 던지는 작지만 큰 메시지. 우리로 하여금 문득,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 참고 자료

http://bugaga.me/7659-miniature-food-sculptures.html
http://www.thisiscolossal.com/2012/04/incredible-miniature-food-sculptures
http://cementeclipses.com/Works
http://www.ilovehash.bigcartel.com
https://www.miniature-calendar.com
http://www.unpetitmonde.net
http://www.bigappetites.net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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