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리드리히의 뒷모습 [시각예술]

프리드리히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람은 열에 아홉은 뒷모습을 감상자에게 보이고 있다.
글 입력 2015.11.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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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프리드리히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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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portrait as a young man, 1800   


카스파르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1774~1840)는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화가다. 자연을 기본 모티프로 삼는 낭만주의 사조에 맞게 그의 그림도 장엄하고 숭고한 대자연을 그린 그림이 많다. 그외에도 종교, 정치, 삶에 대한 은유가 그의 전반적인 그림 인생에 베여있다. 장십자가와 예수그리스도, 고딕 성당, 묘지, 항구, 선박 등등의 요소들이 이를 극명히 드러내 준다. 그의 그림은 상징적이고 분위기 있는 풍경묘사, 세상 속 인간 존재에 대한 관념 등을 드러내어 가장 낭만주의스러웠지만, 히틀러가 애호했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저평가되어왔다가 1970년대에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주목할 점은 사람의 뒷모습이다. 프리드리히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람은 열에 아홉은 뒷모습을 감상자에게 보이고 있다.





뒷모습이란

보통 뒷모습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는 앞모습에 비해 많지 않다. 體의 뒤 편에는 평평한 등과 엉덩이, 다리, 발목이 있다. 그 어떤 것도 표정이나 기분이나 정보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뒷모습을 볼 때 우리는 '그 사람 자체'라기보다는 그 사람이 무얼 보고 있는 지, 행선지는 어디인지등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뒷모습을 보이는 그 사람을 통해서 그 사람이 바라보고있는 것을 우리도 바라보게 된다. 마치 거울 속에 또 거울이 있는 무한한 거울방처럼 말이다. 감상자-뒷모습-풍경이라는 분리된 프레임 속에서 감상자는 뒷모습을 보인 그사람의 것일 시선을 자신의 것에 일치시켜 풍경을 바라본다. 즉, 뒷모습은 감상자의 시선과 뒷모습을 한 모델의 시선을 동일선상에 놓아 생각의 추를 '오직 나'에서 탈피하여 그림 내부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그의 작품에 특징적으로 등장하는 뒷모습의 인물은 구성 안에서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이 되는 동시에, 형식적인 표현 뿐만 아니라 의미의 기초가 되는 층들에서도 관람자와 그림 사이를 중재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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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nderer above a sea of mist, 1818
 

우선 주인공의 뒷모습을 보자. 그의 복장은 당시 반진보적 '복고'를 지향하는 신정부에 대항하는 해방전쟁 동안 전파된 것이다. 당시 엄격한 검열 속에서도 프리드리히는 옛 독일 복장을 그려넣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주인공의 복장을 통해 프리드리히의 정치적이고 애국적인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옛 독일 복장을 한 그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는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의 바다 저쪽, 맑은 대기 속으로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는 바위 기둥들을 지나 멀리 산봉우리와 산맥'을 응시하고 있다. 

이는 낭만주의 사조의 대표적 특징인 '숭고미'를 잘 드러내준다. 숭고란 실재적인 위협은 없지만, 장엄하고 위엄있으며 거대하고 무한한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두려움이다. 숭고를 느낄 때면, "가없는 공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평온한 가운데 당신의 전 존재가 깨끗해지고 정화되며 당신의 자아 자체가 사라진다."

감상자는 주인공의 시선에 자신의 시선을 투영시켜 끝없는 안개 바다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뾰족하게 솟은 산맥과 소용돌이 치는 안개처럼 격변하는 시대상을 목도한 한 인간의 결연함이 느껴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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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 board of a Sailing Ship, 1819
 

이 작품은 마치 감상자가 뒷모습을 한 두 명의 주인공과 한 배를 타고 그들을 바라보는 듯하게 만든다. 두 주인공은 손을 잡고 멀리 보이는 교회 첨탑과 건물들이 안개속에 휩싸인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남자는 화가 자신이고 여자는 그의 부인인 카롤리네라고들 한다. 그들의 뒷모습은 감상자로 하여금 '그들이 향하고 있는 안개에 쌓인 그 도시는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 배를 타고 나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낭만주의 사조에 큰 영향을 받은 프리드리히의 모티프는 프로테스탄트적 신앙심, 당시 계몽주의 혁명의 실패에 따른 인간 이성에 대한 불신으로 대한 반동으로 생긴 주관성 회복, 대자연과 인간의 조화 등이었다. 이들은 한 화폭에 섞여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고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었다. "화가는 여기서 어쩌면 인생의 배라는 주제를, 삶을 이 세상에서 다음 세상으로의 여행으로 보는 그리스도교의 회화및 문학 전통에서 널리 알려진 생각을, 그리고 어쩌면 정치적 자주독립에 대한 요구까지도 언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형식 구도 면에서도 은 특징할 만한 작품인데 "살짝 기운 수직선(돛대)과 수평선(먼 해안), 그리고 쐐기 같은 배의 앞부분을 원근법으로 그린 대담한 구도", 감상자는 이렇듯 "클로즈업한 시선"을 주인공의 뒷모습을 바라봄으로써 체계적으로 인식하게된다. 





#3

640px-Caspar_David_Friedrich_-_Der_Mönch_am_Meer_-_Google_Art_Project.jpg
 the monk by the sea, 1808~1810
 

앞의 두 그림처럼 사람의 뒷 모습이 그림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 않아도 프리드리히는 풍경화 속에 사람을 조그맣게 그려넣었다. 역시 그는 감상자에게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은 아우라가 가감없이 뿜어져 나오는 광활한 바다를 마주한 승려의 뒷모습은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자그만 인간 존재를 표상한다. 그 앞에서 수도자는 어떤 심정일까? 바다를 바라보는 수도자의 표정은 두려움일까, 감격스러움일까? 수도자는 두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그 외에 감상자가 알 수 있는 수도자에 대한 정보는 없다. 다만 수도자가 보는 풍광을 수도자에 투시하여 바라본다. 즉, '자신이 거기에 서 있는 것으로 상상하게 하는 남자는'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의 왜소함을 인식하면서 우주의 힘에 대해 숙고'를 경험하게 한다. 형식적으로는, 그 승려가 '기준점이 되어주기'때문에 수평선까지는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지만 배경의 규모는 어디까지 뻗어나가는지 짐작할 수가 없다.





마치며

프리드리히의 주 소재는 풍경이었다. 너른 바다나 만년설이 서려있는 높은 산꼭대기, 첩첩이 쌓인 산중, 곧게 뻗은 평야와 같은 광활한 대자연이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사람의 뒷모습이 들어있다. 우리는 그 사람을 매개로 배경을 바라본다. 감상자와 배경 사이에 '뒷모습'이라는 중재자를 끼워 넣어 감상자가 그림안에 들어 가 있는 효과를 준다. 감상하는 내가 그 승려, 여인, 남자가 되어 대 자연 앞에 마주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2005, 노르베르트 볼프 지음, 이영주 옮김, 마로니에 북스


[이세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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