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버려진 공간의 재활용 [문화 전반]

여관을 갤러리로, 폐교를 캠핑장으로
글 입력 2015.10.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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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로 이미 포화상태이다.
폐공장 단지부터 동굴, 폐교까지 도심 곳곳에 사용되지 않고 버려진 건물과 공간이 만연하다.
요즘 이러한 공간에 예술과 문화를 더하여 예술가의 창작공간이 되기도 하고 폐교를 캠핑장으로 이용하는 등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무심히 지나쳤던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었고 떠오르는 명소로 각광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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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라인 프로젝트 조감도]


미국의 뉴욕 맨하튼 동남부에는 1908년에 개장하여 1948년 중단된 이후부터 60년 동안 버려져 있는 축구장 크기의 전차터미널이 있다. 이에 미국 뉴욕시는 2018년 완공 계획으로 세계최초 지하공원을 만들 예정이다. 이 로우라인 파크는 사용되지 않는 지하철 부지에 지상에서 모은 자연광을 내려보내 녹지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이다. 실제로‘로우라인 프로젝트’의 조감도에 따르면 천정에 6개의 원격채광과 태양열 집열 장치를 설치해 햇빛을 수집할 것으로 햇빛을 받으며 산책이 가능하다.
기술홍보전문가 댄 바라쉬는 “이곳 지하 터미널에 식물이 자랄 정도로 충분한 햇빛을 끌어들일 예정”이며 “세계에서 가장 밀집된 공간에서 사는 뉴욕 시민들에게 지하를 활용한 숲 정원과 매력적인 휴식‧문화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말한다.
인구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거공간은 늘어나고 녹지공간이 줄어들기 마련인 한편, 로우라인 파크가 생기면서 편의시설이 부족한 뉴욕 시민들에게 휴식처, 전시장, 공연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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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프리고 거리]


프랑스 파리에서는 북쪽으로는 오스테를리츠역, 남쪽으로는 마세나 거리, 동쪽으로는 센느강, 서쪽으로는 차이나타운에 이르는 지역을 신시가지로 조성하고 있다. 이 신시가지에는 버려진 건물들을 활용하여 파리 7대학, 건축학교, 예술가 촌이 입주되어있다. 1950년대가 되자 기술이 발전하여 없어지거나 공장들이 교외로 이전하면서 많은 산업이 쇠퇴하고 건물이 노후화됨에 따라 생겨난 빈 공간을 예술, 문화, 교육, 일, 여가활동 등으로 채운 것이다.
실제로 파리 7대학 중 그랑 물랭은 방앗간을, 알 오 파린은 밀가루 제분공장을 개조한 것이다. 또 파리의 프리고 거리에는 세계 대전 중 음식물을 보관하였던 건물이 있다. 이는 1945년 프랑스 철도 공사의 소유가 되었는데 60년대부터 사용하지 않게 되어 80년대부터는 15개의 작은 공간을 임대를 내주었다. 그러면서 많은 예술가들이 정착하게 되었고 2003년부터는 파리시가 이곳을 소유하게 된다. 이때부터 합법적인 문화, 예술 아뜰리에로 자리잡게 되고 건축가, 포토그래퍼, 화가, 피아노 조율가, 조각가 등 다양한 문화예술가들이 파리시의 지원을 받으며 작업을 한다. 이 건물의 내부와 아뜰리에는 1년에 두 번 공개되며 문화예술가와 시민들이 작품 전시, 작품 구매를 통해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버려진 공간이 재활용된 것은 미국의 로우라인 파크, 프랑스의 신시가지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폐공장 단지를 국가와 시의 적극적인 주도하에 문화거리로 재탄생시켰고, 영국의 런던은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 갤러리로 탈바꿈시켰다. 우리나라도 버려진 공간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출처-네이버블로그.PNG
[통의동 보안여관]


과거 미술관이 ‘네모지고 하얀 공간’이라는 정형화된 의미였다면 요즘엔 상가나 모텔, 찜질방 등 버려진 건물을 재건축하여 다소 근엄하고 무거운 분위기 대신 친근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탈바꿈 하는 중이다.
서울 종로 통의동의 ‘보안여관’은 지난 80여 년의 세월동안 여관으로 운영되며 한국근대문학의 대표작가인 서정주, 김동리 등이 장기 투숙해 문학 활동을 벌인 곳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공간이 2006년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전시업체 (주)메타로그 아트서비스의 최성우 대표가 보안여관을 인수하여 전시와 퍼포먼스, 이벤트 등을 진행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대전 소제동 철도 관사촌 또한 1900년대 일본 철도 노동자를 위한 곳이었지만 대부분 근대화 과정에서 훼손되어 버려진 공간인 채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최근 철도 관사촌을 복합 예술공간으로 새롭게 꾸며, 미술작품 등의 전시와 더불어 주민들을 취재해 사진전을 열고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폐교로 인해 놀고 있는 공간을 공사하여 펜션이나 캠핑장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폐교 캠핑장은 운동장으로 사용되었던 넓은 공터를 캠프파이어, 불꽃놀이 등 야외활동 사용에 유용하여 캠핑장으로 사용하기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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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동 철도 관사촌]

 
지난 20일 서울시는 영국의 ‘Forgotten space’공모전처럼 고가 하부, 지하철역 빈 공간, 보행로 등의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활용하기 위래 서울시민 아이디어를 공모한다고 했다. ‘Forgotten space’는 건축가나 예술가로부터 공간을 새롭게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 받는 행사이다. 서울시는 해당 공모전에 착안하여 공모전을 개최하고, 수상작 내에서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한 뒤 실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1년 정부는 폐교재산을 교육용시설·사회복지시설·소득증대시설 등의 건전한 용도로 활용하도록 촉진하는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하였다. 학생 수 감소 등으로 학교가 통·폐합되면서 폐교가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임대로 쓰이거나 그대로 방치되는 등 폐교 활용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당 법은 폐교건물에만 한정되어 있어 다른 공간들은 해당 범위에 속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공간을 재활용 하는 것은 폐교 건물만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법 범위를 넓혀 공간 재활용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동안 급격한 성장을 이룩하면서 효율적이고 우수하며 편의성을 두루 갖춘 공간들을 조성해왔다. 부족한 주거난 해결을 위해 낙후된 주거단지가 높은 아파트로 바뀌는 등의 변화를 겪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낙후되어있는 공간들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개발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거나, 성장하는 주변 환경에 적응되지 못한 채 어색하게 방치되어 있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오면서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친 공간들을 발견하고 새롭게 재탄생시킴으로써 버려진 공간을 재조명할 필요성이 있다.





출처

아시아뉴스통신 '대전 철도관사촌, 철도 역사문화관광지 탈바꿈'
티스토리 '버려진 공간의 재탄생 파리 프리고 거리' 
네이버 블로그 '뉴욕 지하공원 프로젝트 로우라인'


[명효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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