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IDance 2015 서울세계무용축제 : 그라인드

내가 보는 것이 정말 무용이란 말인가
글 입력 2015.10.1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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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2015 SIDance Festival
올가 홀리즈 무용단의 <애완동물>이라는 작품에 이어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예프타 반 딘테르 & 민나 티카이넨 & 다비트 키르스
<그라인드>를 만나고 왔다.


IMG_8167.JPG
 

 
< 축제 개요 >


행사 일시 : 2015년 9월 30일 (수) ~ 10월 18일 (일) (총 19일간)
 
행사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소극장 드림,
서강대학교 메리홀, 남산골한옥마을 국악당

주최 :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주관 : 18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강동아트센터, 까몽이스협회, 주한포르투갈대사관, 아메리칸 댄스 어브로드, 주한독일문화원, 주한스페인대사관, 주한오스트리아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요코하마댄스컬렉션, 요코하마 레드브릭 웨어우스, 팔레스타인 라말라시, 홍콩예술발전위원회, 주한프랑스문화원, 주한스웨덴대사관, 스웨덴예술위원회, 스웨덴대외홍보처

협찬 : 파란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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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인드 >
방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의 모든 감각을 의심하라


당신이 보고 있는 것, 듣고 있는 것, 느끼고 있는 것. 의심하지 않았던 감각에 대해 의심을 품게 하는 공간. <그라인드>는 조명 디자이너 민나 티카이넨, 사운드 디자이너 다비트 키르스와 공동 작업이다. 공감각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감각과 단절된 인식을 유예시켜 조명, 사운드, 신체, 무대와 객석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칠흑 같이 어두운 공간을 드러내는 고동치고 분절되고 깜빡이는 섬광, 객석을 진동시키는 저음 사운드의 압박, 그리고 흔들거리는 이미지와 그림자는 눈이 아닌 감각으로 느끼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공연자와 관객의 구분은 사라지고 완전한 암흑은 눈과 귀를 먹먹하게 한다. 압도하는 듯하지만 온 몸의 날 선 감각은 자유를 얻게 된다.





 SIDance2015를 첫 작품을 "애완동물"이라는 공연으로 접했기에, 다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서강대학교를 찾았다(나는 무용이라는 장르에 대해 정말 1도 모른다). 무대는 불이 꺼짐과 동시에, 이상한 빛 하나가 그것도 굉장히 모호한, 뚜렷하지 않은 형태로 무대에 비춰졌다. 당황스러웠다. 정말. 지난 프리뷰에서 예상한 대로 공연이 전반적으로 어지럽고 사실은 멀미가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사실 언제 끝이 날까 공연을 보며 생각한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실제로 공연이 끝이 남과 동시에 많은 분들이 우당탕 내려온 게 사실이니까. 정말 내가 보고 있는 것도 무용이란 말인가? 이것도 무용의 한 형태란 말인가? 현대 무용의 범위는 도대체 어디 까지란 말인가?! 그렇다면 정말 나는 현대무용을 평생 이해하지 못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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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프리뷰를 작성하면서도 사진들을 보며, '저게 뭐야? 이미지를 따로 촬영한 건가?'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공연은 정말 사진과 같았다. 첫 번째 사진 그대로 무용가는 무대에서 왔다 갔다 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무슨 효과를 썼는지 모르겠다. 진짜 몰라서 모른다고 쓸 수 밖에 없다. 빔을 사용했을까, 아니면 그림자 효과? 아니 그림자 효과를 썼다 해도 특정한 빛이 없었는데, 내가 못 보았나? 어떻게 한 걸까?! 마치 울렁거리는 아지랑이를 보는 것 같기도 했고, 영화 속 특수효과를 직접적으로 보는 느낌도 들었다. 아니 사실 지금 내가 공연장이 와있는 게 맞나? 의심스러웠으니.... 아! 나는 정말 그들이 의도한 바 대로 공연장, 무대라는 '공간'에 의심을 품었던 게 맞구나. 그러고는 두 번째 그림대로 한 사람이 등장하였다(사실 사람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반가웠다. 뭐라도 보여주겠지 싶어서). 그런데 그러고는 사진과 같이 벽과 싸우기 시작했다. 지금 이 리뷰를 읽는 당신은 내 표현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이다. 반복적으로 등을 벽에 기대거나 비빈다거나, 부딪히는 행위를 하였다. 마치 벽이랑 싸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손에는 계속해서 저 길고도 꼬여있는 선을 든 채 말이다. 그 줄을 힘껏 계속해서 당기기도 하고, 내려놓아서 풀기도 하고, 그 줄이 천장에 매달려있기도 했다. 어지러웠다. 무용이라는 게 사실 대사나 말 없이 몸짓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음악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앞서 보았던 베세토 페스티벌의 <상자 속의 여인>이라던가, 올가 홀리즈 무용단의 <애완동물> 역시 배경음악이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다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번 <그라인드>라는 작품에서의 배경음악은 안 그래도 어지럽고 울렁거리는 나를, 더 괴롭게 했다. 반복되니까. 보는 것과 듣는 것이 동시에 반복되니까 눈이 아프기도 하고 괜히 머리까지 아픈 것 같고. 사람은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하다가도 그 상황에 적응하는 동물이라 믿지만, 이런 반복은 너무도 어지러워서 적응이 되지 않았다. 


▶ 현대무용의 틀을 해체하고 실험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전위적 현대무용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장르 협업으로 몸과 물질의 관계에 대해 파고드는 안무가 예프타 반 딘테르의 <그라인드>는 조명과 사운드가 공간을 압도하여 마치 관객이 설치예술을 경험하는 것과 같이 느끼게 할 것입니다.



 현대무용의 틀을 '해체'하고 '실험'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전위적 현대무용이라 쓰여있다. 틀은 해체하고 실험을 하되, 현대무용은 현대무용이란 말 아닌가. 어찌됐건, 현대무용은 현대무용이란 소리다. 그렇다면 '설치예술'이란 무엇일까?



Installation art (설치 예술)

Installation art is an artistic genre of three-dimensional works that are often site-specific and designed to transform the perception of a space. Generally, the term is applied to interior spaces, whereas exterior interventions are often called public art, land art or intervention art; however, the boundaries between these terms overlap.

< Source : WIKIPEDIA >



 "주로 장소특수성을 가진, 그리고 한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끔(변형시키도록) 고안된 그런 삼차원적인 작품의 예술적 장르 중 하나"라는 건데, <그라인드>는 구체적으로 이를 '조명'과 '사운드'를 이용하여 관객들이 경험하게끔 만든 작품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내가 틀린 걸 수도 있다. 아... 정말 어렵다 어려워.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건, 그러니까 이 작품은 연출자의 의도가 그대로 나타난, 정말 정확하게 부합한 작품이었다라는 것!? 다시금 인간의 상상력은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측할 수 없는 건 뻔하지 않은 것이니까. 비록 나는 무척 어지럽고, 정신 없는 50분을 보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장르를 마주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고 싶다. 그리고 그 반복적이고 어지러운 행위예술을 무대에 선보이기 위해 수없이 연습했을 무용가에게 정말 박수 쳐주고 싶다. 연습하는 그는 얼마나 어지럽고 힘들었겠는가. 나에게 접해보지 못했던 무용을 향유할 수 있게 해준 아트인사이트에게 마지막으로 감사함을 표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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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Culture, Education - NEWS
< 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 http://www.artinsight.co.kr >
 
 


[황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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