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5 베세토 페스티벌 : "ALONE" - 혼자라는 것, 그리고 함께 하는 것

베세토 페스티벌, 한국, 중국, 일본을 넘어 아시아 공연예술의 플랫폼으로!
글 입력 2015.09.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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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즘의 "상자 속의 여인" 에 이어,
지난 9월 19일, 또 다시 남산예술센터를 찾았다.

이번 공연은 특별초청작, 홍콩화극단의 "ALONE"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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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세토페스티벌 BeSeTo Festival

2015 제22회 베세토페스티벌
BeSeTo Festival

2015년 22회를 맞이하는 베세토 페스티벌은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 3개국이 각국의 작품을 소개해오고 교류를 이어 온 의미 있는 축제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각국의 주요 작품을 초청하고 교류를 진행해왔으며 이제 베세토 연극제 한국위원회 중심으로 그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도약하고자 합니다. 새롭게 변화하는 베세토 페스티벌은 현재 동시대 아시아를 담는 주제, 젊은 아티스트 소개, 다방면의 아티스트 교류와 네트워크 형성을 중심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간 차별화 된 공연예술축제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 <불행>, <한중일 단편선-한 개의 사람> / [일본] <상자 속의 여인> / [중국] <황량일몽>, <바다에서 온 여인> / [홍콩] < ALONE >





 일본 작품을 보기 위하여 한 번 다녀왔던 곳이라 그런지 많이 가본 곳을 가는 것마냥 익숙한 걸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맨 처음 아트인사이트 덕분에 베세토 페스티벌을 알게 되었을 때, 모든 작품소개를 읽고 제일 내가 궁금했던 작품이 바로 이 "ALONE"이란 작품이었다. 자기 자신, 자아를 찾는다는 건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내 자신을 조금씩 제대로 알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작품에 더 눈이 간 것 같다. 그래서 연극을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을거라고 예상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공연을 보고난 후 그땐 그냥 단순히 쓰면 되겠지하며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제대로 리뷰를 써보려고 하니, 어떻게 써야할지 무척이나 난감하다.



홍콩화극단_공연 사진1.jpg


<작품소개>

A-Lone의 Lone은 구멍이라는 뜻의 광동어 '窿'과 발음이 같다. "ALONE은 현대사회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자아를 찾아가는 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심리적 혼돈을 그려낸다. "ALONE" 은 연극의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 시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일단 작품소개부터 시작해보자는 것이다. 쭉 읽어내려가다 멈추어 본 지점은 연극의 시각적 요소라는 부분이었다. 보통 연극의 3요소를 무대, 배우, 관객 그리고 연극의 4요소라 할 때는 무대, 배우, 관객, 희곡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ALONE"이라는 연극의 시각적 요소란 '무대'를 말하는 것일까? 무대에서 볼 수 있었던 색색의 조명과 명암, 그리고 내 생각엔 배우들의 몸짓, 행동, 배우들이 사용했던 도구나 옷차림까지 모두가 시각적 요소로 쓰인 것 같았다. 이 연극이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 하는데에 많은 비중을 뒀기에 아쉬운 점을 찾으라 한다면 배우들이 쓰는 언어가 한국어가 아니었다라는 점일 것이다. 배우가 쓰는 언어와 우리가 쓰는 언어가 다르기에 자막을 통해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자막을 보여주는 스크린이 무대 위쪽에 있었기 때문에 무대에 계속해서 집중하지 못하고 자막으로 시선이 가야만 했다. 그래서 좀 더 무대와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싶었음에도 자꾸 시선이 분산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극의 초반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대사와 행동으로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데엔 성공한 것 같았다. 다만, 그 반복되는 대사와 행동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연출자가 어떤 의도로 그 한정된 무대 위에서(5각형이라 하기엔 정확하지 않은 모양, 그렇지만 이 또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리라) 다양한 방향에서 같은 상황이 일어나는지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하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가 내 눈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엔 총이 들려 있었고,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총소리와 함께 그녀의 얼굴 위로는 눈물이 흘러내려 그녀의 미소 띈 입가에 떨어진다. 
그렇게…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알 수 없는 공간. 두 개의 권총은 서로를 겨누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순간…
그것은 꿈인가? 그들의 꿈인가 혹은 그 혼자만의 꿈인가?
악몽인가 혹은 달콤한 꿈인가?




 시놉시스를 따라가 보았을 때, 처음에 연극을 보기 전 극을 이끌어가는 건 남자가 아닌가 예상했다. 그런데 보면 볼 수록 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여자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한 다섯 번? 여섯 번? 세보진 않았지만 어쨋거나 여러 차례의 총소리가 있었고, 언제나 그 총을 맞는 건 남자였다. 하지만 또 다시 같은 상황의 반복. 그들은 서로의 꿈 속에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 남자 말대로 그만의 꿈일까, 그녀만의 꿈일까? 중요한 건 그는 그녀를 해칠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것이 꿈이든 현실이든 아니면 무엇이든 간에 그는 지금 알 수 없는 공간, 상황에 유일하게 나 이외의 존재를 보았고,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는 그녀를 해치기 보다는 같이 있고 싶었을 것 같다. 혼자보다는 함께 있는 편이 죽는 것 보다는 낫다라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매번 '뭐야?'란 질문을 남자가 먼저 던졌을 것이다. 그녀에게 말을 걸려고. 사실 모르겠다 내가 지금 뭐라고 쓰고 있는지. 다만, 내가 만약 그 상황에 놓인, 특히나 그 남자라고 생각하면 그럴 것 같다는 것이다. 이 곳이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이게 진짜 현실이 맞긴 한지, 아무것도 모르겠는 상황에서 정말 작품 제목 그대로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다면 아마 나는 내가 가진 총을 나에게 겨누었을 것 같다. 아,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쓰면 쓸 수록 정말 모르겠다. 정말 어려운 작품이다.


 무대가 엄청나게 크다거나 혹은 무대장치가 화려했다거나 하진 않았는데, 그 단순한 무대 위에서 조명으로 여러가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다. 특히나 '인간이 총에 맞는다'는 개념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졌을 때 당연히 뒤따라 드는 생각은 인간의 혈흔, 피일 것이다. 피라고 생각하면 100에 99는 붉은색을 당연히 떠올릴 것이 아닌가. 내 생각이 편협적인가? 어쨋거나 무지개 빛깔로 형상화하는 피는 인상적이었다. 잔인하다거나 참혹해보이지 않았다고 할까. 그리고 차례로 인물을 비춰준다거나, 무대 위로 조명을 하나 하나 비춰주어 모양을 여러가지로 만드는 점, 또 무대를 갑자기 어둡게 하여 관객에게 인물들의 모습을 상상할 여지를 만들어주는 그 시각적 요소가정말 훌륭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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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를 적으며 머리 속에 맴도는 이 여러가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거라 믿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더 혼란스럽다. 이 작품을 결론내리기 어렵다. 아니지. 그 누가 '이건 이래서 그렇다~' 하며 결론을 지을 수 있을까? 장르가 무엇이 되었든 어떤 작품이든 이미 무대에 올려지거나 사람들에게 보여진 후, 그 이후에 몫은 관객에게 있지 않은가. 이렇게 뭐가 뭔지 모르겠는 채로 끝나는 작품 또한 있어야지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하나 더, 문화초대를 계속해서 받으면서 항상 누군가와 함께 관람하였는데, 혼자 보는 작품은 공교롭게도 "ALONE"이 처음이었다. 내용이 그래서 그랬는지, 아니면 작품의 제목이 'ALONE' 이어서 였는지, 아니면 결국 극은 다시 맨 처음과 똑같아서 였는지 뭐가 됐던 간에 나는 이 작품을 혼자 보고 난 이후 갑자기 외로워졌다. 인간은 본래 외롭고 고독한 동물이란 생각에 변함은 없지만 그래도 현대사회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에 놓인 상황이 기쁨이든 즐거움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누군가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이 작품을 보고 내가 내린 최후의 결론이다. 여지껏 썼던 모든 리뷰들 중에 이 작품의 리뷰가 쓰기에 제일 어려웠음을 밝히며, 내년 그리고 내후년까지 베세토 페스티벌을 다시 찾을 것을 굳게 다짐하며,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 나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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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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