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더블린 사람들" ① 가슴 아픈 사건(A Painful Case) [문학]

글 입력 2015.07.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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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대표작들 중 하나는 바로 “더블린 사람들(Dubliners)”이다. 
“더블린 사람들”은 1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로, 앞으로 이 단편 하나하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The Sisters
An Encounter
Araby
Eveline
After the Race
Two Gallants
The Boarding House
A Little Cloud
Counterparts
Clay
A Painful Case
Ivy Day in the Committee Room
A Mother
Grace
The Dead



15개의 단편들 중, “가슴 아픈 사건(A Painful Case)”은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히 드러나는 비교적 읽기 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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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tory

  더피(Mr Duffy)기계적이고 변화 없는,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삶을 사는 인물이다. 이러한 그의 성격은 작품 속에서 그의 방에 대한 묘사와, 그의 일과에 대한 설명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방은 항상 깔끔하게 유지되어 있으며, 항상 같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등 매일 기계적인 일상을 살아간다. 심지어 그의 직업은 은행원(Bank Cashier)이다. 정말이지 더피의 라이프 스타일에 걸맞는 직업이다. 또한 그는 상당히 지적인 사람이기도 한데, 그는 독서를 즐겨 하고 글을 쓰며, 정치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이처럼 기계적인 삶을 사는 더피지만, 그도 때때로 문화생활이라는 것을 한다. 더피는 가끔 콘서트나 오페라를 보러 가곤 하는데, 어느 날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여성, 시니코 부인(Mrs Sinico)과 대화를 주고받게 된다. 시니코 부인은 젊은 딸이 있는 기혼 여성으로, 남편의 무관심으로 인해 외로운 삶을 사는 인물이다. 그들이 세 번째로 마주친 날에 더피와 시니코 부인은 약속을 잡고 만나기 시작한다. 시니코 부인과의 만남은 더피의 피상적인 삶을 채워준다. 시니코 부인은 더피와 정치와 독서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지적인 인물이며, 감수성 역시 풍부해 고독한 더피의 삶을 따뜻이 감싸준다. 그들은 정치·음악·책 등의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더욱 더 가까워져 간다. 


2. 갈등

  어느 날 시니코 부인이 더피의 손을 잡고 그녀의 볼에 그 손을 갖다 대는 사건이 벌어진다. 시니코 부인이 그 풍부한 감수성으로 더피에 대한 열정을 먼저 고백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더피는 매정하게 시니코 부인과의 관계를 끊어버린다. 4년 후, 다시 기계적인 삶으로 돌아가 살고 있는 더피는 저녁을 먹다가 시니코 부인이 기차에 치여 죽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더피는 시니코 부인과의 깊은 관계를 매몰차게 거부함으로써 결국 시니코 부인을 죽게 만들었다. 시니코 부인이 자살을 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동기는 더피의 거절이다. 시니코 부인만 더피를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더피 역시 시니코 부인에게 끌리는 마음이 분명히 있었다.(그의 이성이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피는 시니코 부인과의 깊은 관계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 두려웠다. 그 후 시니코 부인은, (남편도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가운데) 너무나 큰 외로움에 술에 과하게 손을 대게 된 것이다. 자살을 택한 것은 시니코 부인 자신이지만, 더피는 분명히 시니코 부인의 죽음에 일조했다. 


3. 깨달음(Epiphany)의 순간

  시니코 부인의 부고를 알리는 기사를 읽고도 자신이 시니코 부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더피는, 시내를 걸으며 공원 담장 근처에서 연인들을 목격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그 연인들의 타락한, 은밀한 순간(“venal love”라는 표현으로 보아 성매매의 상황으로 추정된다)을 목격한 것은 그를 절망감에 가득차게 만든다. 그는 자신이 자신의 삶에 너무 엄격했음을, 자신이 시니코 부인에게 치욕을 주고 행복을 뺏어버려 결국 그녀를 자살에 이르게 했음을 깨닫게 된다. 시니코 부인은 그가 유일하게 감정적인 교감을 나누던 사람이다. 이제 시니코 부인이 죽은 이상, 그는 또다시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시니코 부인의 죽음을 계기로 깨달음을 얻은 더피가 앞으로는 마비된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을 살까? 더피의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더피에겐 더 이상 시니코 부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그녀의 존재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더피가 앞으로도 마비된 그의 삶을 개선시킬 여지가 없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아마도 더피는 계속 마비된 삶을 살아갈 것이며, 외롭게 죽을 것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가슴 아픈 사건”(A Painful Case)는 시니코 부인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의 소제목이다. 더피라는 한 사람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시니코 부인의 죽음은 더피 자신이 만들어 낸 가슴 아픈 사건이자 그의 인생의 비극이다. 



[이슬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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