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마당극패 우금치의 '청아청아 내딸청아' 관객과 배우가 같이 호흡하는 연극이었다.[공연예술]

글 입력 2015.05.0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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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마당극패 우금치가 공연을 준비한 ‘청아청아 내딸청아’ 공연을 보러 일찍 길을 나섰다. 화성행궁 앞에서 펼쳐지는 수원연극제가 벌써 네 번째 날을 지나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보려고 일찍 서둘러 온 것이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마당무대에서 ‘당나귀그림자재판’이라는 연극이 한참 진행 중 이었다. 당나귀 그림자재판이 끝나자 한 순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금새 주무대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저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다.
수원연극제 질 좋은 연극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이곳 화성행궁 앞 광장을 찾는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많이 보인다. 나도 얼른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청아청아 내딸청아는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특별석 신청을 인터넷으로 받길래 신청해 두었는데 따로 자리가 마련마련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약간 실망했다. 그러나 한 통의 전화가 ‘띠리 링’ 수원문화재단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특별석은 무대에 올라가는 거라서 따로 자리 마련하지 않았어요. 조금 후에 전화 할 테니 무대로 올라오세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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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올라간다는 말을 들은 딸아이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요즘 한참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큰아이는 시큰둥 한 것 같으면서도 입가에 미소는 살짝 보인다. 싫지 않은 모양이다. 무대위로 올라가서 연극관람을 하다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으랴. 감탄하며 무대위로 올라가는 가족들을 따라 무대옆쪽으로 이동하고 무대로 올라갔다.
 무대로 올라가서 함께 연극에 참여하다니 감회가 새롭다.
마당극패 우금치는 관객은 관람을 하고 배우는 연극을 하는 틀에 박힌 구조가 아니라 열린 구조를 지향한다고 한다. 관객과 함께 소통하면서 연극을 펼쳐나가는 우리전통 마당극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 마당놀이 인형극을 보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많이 나오고 관객과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실제 상황에 맞게 극을 진행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서양에서는 관객과 무대가 따로 떨어져 있고 관객은 보는 사람입장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 나눠져 있지만 예전부터 우리의 마당놀이는 관객과 호흡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런 우리전통마당놀이의 특징을 장점으로 활용해 극을 진행해서 인지 관객과 배우의 친밀도도 높고 이야기 속으로 더 빨리 흡수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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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놀이
 
우금치의 ‘청아청아 내딸청아’는 전통마당놀이처럼 길놀이로 시작한다 마당놀이패의 깃발을 들고 배우들이 객석을 돌며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 악수를 청하기도 하고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도 하면서 먼저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관객들과 친해지는 시간 인사라는 것을 하는 시간이었다.
그냥 연극을 시작하는 것보다 활씬 정감 있고 한국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함으로써 집중도를 높이고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가까이서 등장하는 배우들의 의상을 보면서도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잘 드러난 이야기
 
보통 심청전을 시작할 때 이야기는 앞 못 보는 심봉사가 어린 청이를 대리고 고생하는 이야기부터 가난과 슬픈 이야기로 시작해서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우금치의 연극은 달랐다. 먼저 해학과 웃음으로 시작한다.
부인 곽 씨는 간밤에 태몽을 꾸었는데 ‘천지신명께서 우리 애를 점지해 주셨단 말이오’라고 기쁨의 말을 하며 심봉사와 재치 있는 입담을 이어간다. 아이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일 그러나 연극에서 그런 은밀한 부분을 어떻게 재미있게 풀어내느냐가 이야기의 흥미 있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처음이야기부터 관객과 함께 호흡했다. 무대 위 특별석은 연기자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보이는 매력이 있었다. 또 배우들은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를 건내며 마치 대답을 한 것처럼 표정을 읽어내고 다시 그에 맞는 대사를 이어간다. 짜여진 각본이겠지만 리얼상황에서 그 상황에 맞게 에드리브를 하고 관객을 쳐다보며 연기를 하는 것을 보며 실제상황을 즐긴다.
그리고 관객들도 연기에 참여한다. 심봉사가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누가 곽 씨 부인 인지 더듬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심봉사는 관객으로 앉아있던 필자를 덥석 무대위로 끌어들이려 해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조금 창피한 생각도 들고 그냥 가만히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배우의 행동은 많은 웃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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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속전 속결이다. 그렇게 야한 밤을 보내고서는 금방 무대 위를 내려가더니 갓 나은 아이를 안고 올라온다. 심봉사의 딸 청이다. 그렇게 어여쁜 딸아이를 가슴에 안고 좋아하는 것도 잠깐이었다. 바로 심봉사의 부인 곽 씨의 죽음 소식이 들려오고 금방 무대는 슬픔으로 가득 찬 꽃상여 길로 변화한다.
무대 위에서 약간의 시간 간격을 두고 생과 사 그리고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을 자례로 보여주고 있었다. 내용도 심청전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해가 쏙쏙 되도록 구성이 알찼다.
무대와 객석을 오르내리는 배우들의 발걸음도 마치 다람쥐가 쪼르르 나무 위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처럼 바쁘고 표정 또한 살아있다. 더 좋았던 것은 배우들이 하나하나 관객을 찾아가는 것이다.
 
 
#마음의 눈을 떠라
 
고전이야기 심청전의 내용은 익히 알고 있지만 ‘청아청아 내딸청아’ 연극의 포인트는 마지막에서 드러났다. 심봉사는 딸 청이의 희생으로 공양미삼백석을 바치고 인당수에 몸을 던진 후 바로 눈을 뜬 것이 아니라 왕비가 된 청이의 얼굴을 단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눈을 뜨게 된다. 간절히 보기를 원하는 것이 생긴 후에야 눈을 뜨게 된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무엇에 눈을 떠야 하나 간절히 보기를 원하는 것을 떠올려 본다. 연극에서는 마음의 눈을 뜨라고이야기 한다. 진정으로 보고 싶은 것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참되고 소중한 것들은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속마음, 어떤 사람이 내게 친절한 사람인지 얼굴만 보아서는 알 수 없다. 진실은 또 다른 무엇엔가 가려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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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서 아내와 자식마저 잃고 나서 봉사인 채로 뺑덕어멈의 농간을 관객들은 재미나게 지켜본다. 세상이 모두 다 아는 진실을 심봉사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심봉사의 연기가 재미있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다. 심봉사가 눈을 떳을 때 연극은 끝이 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나는 마음의 눈을 떳는가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수원연극제 연극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연극의 수준이 정말 높다는 것이다. 무언가 생각하게 하고 무엇인가 고민하게 만들고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좋은 책을 한 권 발견한 것처럼 든든하고 알찬 공연이었다.


[김효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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