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레이터가 있는 클래식 음악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4.23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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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클래식 음악의 구성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악이나 독주곡이나 현악4중주와 같은 실내악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19세기 말부터 내레이터의 해설이나 낭독을 음악 연주의 일부로서 편성하여 작곡된 곡들이 탄생하였습니다. 내레이터는 곡에서 음악에 맞는 이야기를 구현하거나, 마치 음은 없지만 노랫말처럼 시를 읊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곡들 중 몇 개의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러시아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Sergei Prokofiev) 에 의해 1936년 작곡된 “피터와 늑대” (Peter and the Wolf)입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어린이를 위한 교향곡 작곡을 의뢰를 받았고, 내레이터와 교향악단을 위한 곡을 완성하였습니다. 이후 영어로 번역되어서 아주 많이 공연되었고, 디즈니에서 짧은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 "Peter and the Wolf" Israel Philharmonic con.Zubin Mehta, Itzhak Perlman (Nar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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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의 'Peter and the Wolf'

 각 등장인물에 대한 테마를 작곡하고, 이야기에서 그 등장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 테마를 상황에 맞는 분위기로 변주하였습니다. 각 등장인물별 테마의 특징은 매우 묘사적입니다. 예를 들면 새는 플룻의 고음을 이용해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모습을 잘 표현한 반면, 잔소리를 하는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저음의 바순을 이용하는 등 그림을 그리듯이 표현했다고 생각됩니다.
 내레이터의 해설은 대체로 음악과 동시에 나오지 않고, 서로 차례를 번갈아가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고, 그에 맞는 음악을 연주하는 형식입니다.
 피터가 늑대를 잡는다는 ‘피터와 늑대’ 의 스토리는 다른 동화들에 비해서 조금 극적인 면도 약하고 재미가 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특성을 최대한 잘 살려서 작곡된 곡과 창의적인 형식 덕분에 이렇게 유명해 진 것 같습니다.

 이와 비슷한 내레이션이 등장하는 곡으로 프랑스 작곡가 뿔랑 (Francis Poulenc) 의 1945년 곡으로 “작은 코끼리 Babar의 이야기” (The Story of Babar the Little Elephant) 가 있습니다. 이 역시  Jean de Brunhoff 의 1930년 동화책을 음악으로 묘사한 것입니다. ‘피터와 늑대’와는 달리 관현악이 아닌 피아노 곡으로 작곡되었습니다. 뿔랑은 아방가르드, 초현실적인 영향을 받으면서도 명확한 선율과 고전적인 대위법 등을 표현방식으로 택했기 때문에 난해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지만 신비스러운 피아노 선율은 확실히 동화를 완전히 그의 방식대로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닙니다.  
 


▲"The Story of Babar the Little Elephant" Giorgi Latso-Latsabidze (piano), Wayne Adams (Narration)

 이 역시 내레이션 이후에 음악이 연주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위 사례들과 비슷한 사례로는 스트라빈스키(I.Stravinsky)가 작곡한 “The Soldier's Tale" 이 있습니다.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코넷, 트럼본, 그리고 퍼커션으로 이루어진 7중주 곡으로 작곡되었으며, 러시아의 민속 이야기에서 그 스토리를 착안하여 각색을 하였습니다. 이 공연에는 해설자의 대사가 가장 많지만 이외에 ‘군인’과 ‘악마’라는 두 명이 더 등장하기 때문에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대사를 하지 않지만 무용수들도 등장해 무대를 꾸미기 때문에 발레와 같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러한 곡은 매우 독특한 구성의 음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The Soldier's Tale"  (Butler Dance, Music and Theatre)

 이와는 조금 다른 경우로, 영국의 작곡가 월튼 (William Walton) 은 1920년대에 걸쳐서 Edith Sitwell 의 시를 내레이션으로 하는 오케스트라 음악을 작곡하였습니다. Sitwell 의 시“Façade”는 문학 잡지 “Wheels"에서 1918년부터 연재된 시의 모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itwell 은 단어의 리듬과 의성어를 연구하여 시를 써내려 갔으며, 월튼은 그녀와의 교류를 통해 음악을 완성해나갔습니다.


▲ "Facade" Radio Kamer Filharmonie, Alejo Perez(conduct), Sir Thomas Allen(narration)


 이 음악은 시와 음악을 맞추려는 월튼의 오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의 곡들과는 달리 내레이터의 목소리와 음악은 동시에 진행되며 따라서 내레이터는 음악에 대한 높은 이해가 요구되었습니다. 또한 지휘자와의 교류를 통해서 공연장에서 완벽한 낭독을 해야 했습니다. 낭독시 음의 높낮이까지 지정이 되어있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노래처럼 들리기도 하고 랩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시의 내용에 따라 익살스러운 부분도 있고 진지한 부분도 있어서 관객의 몰입을 유도합니다.
 비슷한 사례로 유명한 독일 작곡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이미 1897년 Alfred, Lord Tennyson 의 산문시 ‘Enoch Arden’ 의 낭독을 위한 음악을 작곡하였습니다. 피아노 독주로 이루어졌으며, 내레이터와 동시에 연주되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 교육용으로도 자주 인용되는 ‘Young Person's Guide to the Orchestra’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입니다. 이 곡은 브리튼(Britten)이 1946년 작곡했으며, 바로크 시대 작곡가 헨리 퍼셀(H.Percell)의 테마를 각 오케스트라의 파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를 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먼저 오케스트라 전체가 함께 연주를 하고, 변주가 시작됩니다. 내레이션은 각 변주가 연주가 되기 전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 "Young Person's Guide to the Orchestra" St. Petersburg State Conservatoire Music School Orchestra, Arkady Steinlucht (conduct)

 이 곡을 다 듣게 되면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와 악기들에 관한 이해를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번 글로 보는 것보다 해설과 함께 한 번 듣는 것이 빠른데, 브리튼은 이러한 필요성을 잘 인식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레이션이 있었기에 이 곡의 목적이 잘 이루어지고, 그 가치가 더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악기나 노래가 아닌 내레이션도 음악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많은 클래식 작곡가들은 다양한 시도로서 증명해 왔습니다. 이러한 곡들의 구성으로 관중들의 재미를 유발하거나, 곡의 이해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하기에 더욱 의미 있는 시도로 보여집니다.   


[우지융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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