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국경
-‘버드맨’과 ‘김치’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다는 사실보다도 ‘FuXXing Kimchi’라는 영화 속 대사로 더 화제가 된 ‘버드맨’. 관객은 영화에 대한 기대와 논란의 장면에 대해 호기심을 안고 영화관을 찾을 것이다. 그 호기심에 부흥하듯, 첫 시퀀스에서 엠마 스톤은 ‘X같은 김치냄새’라는 대사를 뱉는다. 한국인이기에 기분 나쁠 수 있는 수 있는 사안이지만 영화 속 나온 한 마디를 가지고 한국을 멸시했다는 해석으로까지 나아갈 필요가 있을까?

▲논란이 된 장면/'버드맨'(2015)
흥미로운 사실은 한 나라 혹은 나라의 문화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일이 ‘버드맨’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위플래쉬’에서 플랫처 교수는 지도 중 학생들을 ‘아일랜드 촌놈’, ‘남부 게이’ 등으로 부른다. 우리는 이러한 장면을 보며 영화가 국가를 비하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교수의 캐릭터가 남다르다고 본다. 또 다른 예로 ‘황해’에서 연변족이 족발 뼈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관객이 감독이 연변족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김치’라는 하나의 음식에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투영하는 것도 어찌 보면 과장된 해석이라 할 수 있다고 본다. 외국 배우가 내한했을 때 단골로 나오는 ‘Do you know Kimchi/Park Jisung?' 등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배우를 보며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진대, 음식이나 유명인에 한국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것은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또한 김치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지나가는 말이었다. 의미심장한 내용들만이 담겨져 있지는 않은 우리 실생활 속 대화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는 극중 ‘샘’이 아빠의 심부름 때문에 짜증을 부린다는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감독이 ‘김치’라는 단어를 쓴 의도가 있다면 그것은 김치를 싫어하거나 한국을 비하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김치의 속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치는 발효음식이다. 숙성과 부패의 중간에서 고뇌에 빠져있을 ‘리건’의 심리상태를 영화적으로 표현한 장치로 해석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