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크린 속 국경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0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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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국경

-‘버드맨’과 ‘김치’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다는 사실보다도 ‘FuXXing Kimchi’라는 영화 속 대사로 더 화제가 된 ‘버드맨’. 관객은 영화에 대한 기대와 논란의 장면에 대해 호기심을 안고 영화관을 찾을 것이다. 그 호기심에 부흥하듯, 첫 시퀀스에서 엠마 스톤은 ‘X같은 김치냄새’라는 대사를 뱉는다. 한국인이기에 기분 나쁠 수 있는 수 있는 사안이지만 영화 속 나온 한 마디를 가지고 한국을 멸시했다는 해석으로까지 나아갈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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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장면/'버드맨'(2015)


 흥미로운 사실은 한 나라 혹은 나라의 문화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일이 ‘버드맨’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위플래쉬’에서 플랫처 교수는 지도 중 학생들을 ‘아일랜드 촌놈’, ‘남부 게이’ 등으로 부른다. 우리는 이러한 장면을 보며 영화가 국가를 비하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교수의 캐릭터가 남다르다고 본다. 또 다른 예로 ‘황해’에서 연변족이 족발 뼈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관객이 감독이 연변족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김치’라는 하나의 음식에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투영하는 것도 어찌 보면 과장된 해석이라 할 수 있다고 본다. 외국 배우가 내한했을 때 단골로 나오는 ‘Do you know Kimchi/Park Jisung?' 등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배우를 보며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진대, 음식이나 유명인에 한국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것은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또한 김치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지나가는 말이었다. 의미심장한 내용들만이 담겨져 있지는 않은 우리 실생활 속 대화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는 극중 ‘샘’이 아빠의 심부름 때문에 짜증을 부린다는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감독이 ‘김치’라는 단어를 쓴 의도가 있다면 그것은 김치를 싫어하거나 한국을 비하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김치의 속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치는 발효음식이다. 숙성과 부패의 중간에서 고뇌에 빠져있을 ‘리건’의 심리상태를 영화적으로 표현한 장치로 해석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현은 ‘문학은 반체제가 아니라 영원한 비체제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비체제성은 비단 문학이 가진 특성만이 아니라고 본다. 연극이건, 음악이건, 영화건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에 국가성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의 한 부분을 제지를 할 수는 없다. 국가의 일원보다는 개인의 입장에서 영화에 존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찾는다면 더욱더 문화예술을 감상하는 것이 즐거워지지 않을까?

[조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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