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낭송 그 작은 울림에 내 마음에도 봄이 깨어난다. [문학]

글 입력 2015.03.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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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리고 하늘이 맑아졌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코끝을 간질이고 어느새 나뭇가지에서는 꽃송이들이 하나씩 고개를 들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 봄의 설렘을 안고 찾아간 곳은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이다. 바로 이곳에서 이제는 정기적으로 수원시울림 시낭송회가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5시에 열린다고 한다.
 
봄바람을 안고 찾아간 수원시가족여성회관에는 수원시울림 시낭송회 회원들로 가득했다 테이블 위에는 상큼한 청포도와 토마토가 접시 가득 담겨있고 도란도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몇 번 시낭송회 때 방문을 해서 그런지 안면이 있는 회원님들이 반갑게 반겨주신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김동환의 시에 김동진님이 곡을 붙여 지금껏 한국의 서정가곡으로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 곡으로 수원시울림 낭송회의 문이 열렸다. 시낭송 회원들의 목소리에도 벌써 설렘이 묻어난다. 노래 속에 나오는 건너 마을 젊은 처자가 되어 봄빛에 반짝이는 꽃을 따는 상상을 하며 봄을 노래한다.
 
수원시울림 낭송회에 오면 항상 감성이 풍부해지는 노래가 있고 슬픈 일도 ‘시’ 속에서 같이 슬퍼하다 보면 어느새 치유될 것 같고 큰 울림이 있다. 잔잔하게 전해지는 명시들이 낭송가 들의 울림을 통해서 큰 파도가 되어 나를 감동시킨다.
 
20여명의 수원시울림 시낭송회 회원들은 테마를 정하고 시를 골라서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짧은 시간이지만 감동적인 무대를 보여주려 했다. 그리고 관객낭송이라는 코너를 통해서 관객에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시를 낭송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이색적이다.
 
이번 시낭송회 프로그램은 짧은 시 큰 감동, 관객낭송, 시인고찰 편으로 서정주시인의 시들과 함께 마지막에는 '만약 내가(If I can…)'라는 에밀리 E.디킨스의 시를 다 함께 낭독해보면서 시를 느끼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황의숙관장은 축사를 통해서 수원시울림 시낭송회가 스스로 커가는 자생적인 단체임이 참 자랑스럽다는 말로 서두를 꺼내고 앞으로도 가족여성회관의 공간활용을 잘 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또 수원시의회 김미경의원님은 각종 민원과 행사 회의로 아침을 전쟁처럼 시작하지만 오늘은 소녀감성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하며 직접 한편의 시를 낭송해주기도 했다.
 
짧은 시 큰 감동 코너에서는 '님과 벗'(김소월) '섬'(정현종) '고백'(고정희) '그 꽃'(고은) '길'(조병화) '너에게 묻는다'(안도현)의 시들이 낭송되었다. 짧은 한 구절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들이었다.
 
또 미당 서정주 시인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1915년에 출생하시어 2000년 85세의 일기로 타계하실 때까지 1000여 편의 시와 15권의 시집을 남긴 시인에 대해 다시 한 번 서정주 시인에 대한 시들을 낭송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화상' '늙은 아내' '늙은 사내의 노래' '신록' 등이 낭송되었다.
 
김춘수 시인은 “미당의 시로 그 처신을 덮어버릴 수는 없다. 미당의 처신으로 그의 시를 폄하할 수도 없다. 처신은 처신이고 시는 시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또 세간에서는 ‘뛰어난 시인이지만 훌륭한 삶을 산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그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시들은 정말 주옥같다. 서정주 시인의 시 '자화상'에서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라는 구절은 지금도 내 머리를 맴돈다. 또 서정주 시인에 관해 시울림 낭송가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듣는 낭송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낭송은 어렵다. 그러나 옆에서 듣다보니 어느새 나도 물이 들었나보다. 관객낭송도 해야 한다며 무조건 나와서 낭송하란다. 딱히 외우는 시는 없지만 봄비가 와서 아파트 화단에 생강나무 꽃이 핀 것을 보고 김소월님의 '산유화'라는 시가 생각나서 적어 놓았던 것이 생각나서 즉석에서 휴대폰을 보며 산유화를 낭독했다. 익숙한 사람들 이라고 생각하니 떨리지도 않았다. 쉬운 시여서 생각보다 간단했다. 정말 짧은 시 큰 감동이다. 나도 시낭독을 할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마지막에서 함께 하는 낭송으로 ‘만약 내가’라는 에밀리 E.디킨슨의 시를 함께 낭송할 때,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라는 구절을 통해서 첫 번째는 자신을 치유하고 그 다음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준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되었는데 이것은 곧 시울림의 이유요 목적이 그대로 들어나는 시 인 것 같아서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만약 내가(If I can...)
 
에밀리 E.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물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김효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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