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나는, 사랑받고 싶어요 '시에나, 안녕 시에나'[공연예술]

글 입력 2015.03.1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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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받고 싶어요 


시에나, 안녕 시에나



김지현(ART Insight 서포터즈 3기)


시에나 안녕 시에나 리플렛-1.jpg


장소 :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기간 : 2015.03.04 ~ 2015.03.27

주연 : 이강희,한송이,이보미,강연정

공연시간 : 평일 오후 8시 / 토요일,일요일 오후 4시, 7시 (2회) / 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관람시간 : 80분

기본가 : 자유석(균일) 30,000원
 
관람등급 : 만 15세이상

예매처 : 인터파크 티켓

주최/기획 : 창작집단 빛과 돌

문의 : 010-2961-2722

할인정보 :  2015-01-05(월) ~ 2015-02-18(수) 기간 내 예매시 50% 할인
[창작집단 빛과 돌]완벽한 관계 티켓 소지시 4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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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유공자 및 장애우 할인 50% 할인



이번 리뷰는, 배경음악이 있습니다 :D 
공연의 주제와도 잘 맞는 곡이니, 동영상을 틀고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Yiruma-Love Me


소오름. 공연을 보고 내가 느낀 감정이었다. “시에나, 안녕 시에나” 는 오래 전, 부모님께 상처를 받은 소녀가 그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특이한 서사구조가 눈에 띄는데, 10년 전 기억의 파편 속, 주인공이 다시 주인공이 되어 두 명의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공 두 명이 동일 인물임을 깨닫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동일 인물이면서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서로 대립을 하다가도, 결국엔 서로를 받아들이고, 의지하고, 또한 이별을 한다.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순을 여러 장치들로 표현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에나 어릴 적.jpg


시에나의 기억 속 부모님은, 굉장한 ‘이성주의자’여서, 감정이 사람을 망가뜨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자식을 대할 때에도 이성적으로 대하기 때문에 이성적이지 못한, 감정적인 어린아이 ‘시에나’에 대해 불평을 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지켜야 할 예의’를 중시하는 만큼 공과 사를 구분하는 시에나의 부모님. 그들의 직업은 아이러니하게도 환경 운동가이다. 자신들이 신경쓰고 있는 고래가 위급하다며 딸인 시에나를 집에 홀로 남겨두고 가는 모습에서부터, 시에나는 강한 괴물과 맞이한다. 


시에나 엄마.jpg


그 괴물은 자신이자, 거부하고 싶은 대상이며, 또한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에나의 ‘외로움’ 이었다. ‘언어를 갖지 못한 감정은 당신 마음 속 괴물의 먹이가 된다’. 이 말의 의미는, ‘당신이 입 밖으로 내지 못한 감정은 짙은 외로움과 후회가 되어 당신을 괴롭힌다’ 이었다. 제 때에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숨겨왔던 시에나는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다. 성장한 시에나는, 과거의 시에나에게 붙잡혀있다. 그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엉망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하고, 과거의 자신이 쓸모없기 때문에 없애고 싶어한다.  


시에나 아빠.jpg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지우고 싶어하던 시에나는 결국 그 모습도 받아들인다.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 외로움이었으며, 그것이 결코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음을 인정한다. 그 순간부터 갈등은 점차 가라앉기 시작한다. 성장한 시에나가 용기 내어 부모님께 자신이 그 때 많이 외로웠노라고, 많이 아팠노라고 말하자, 어릴 적의 시에나는 이별을 고한다. 이젠 내가 없어도 된다고, 괜찮다고, 너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내가 상처 받았음을 인정하고 어릴 적의 그 기억을 뛰어넘는다는 것. 그것이 작가가 의도했던 ‘성장’이 아니었을까.  


성장한 시에나.jpg


의식과 무의식, 긴장감을 오가는 무대의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한 포인트들도 인상깊었다. 먼저 중요한 관람 포인트였던 ‘메타포(metaphor)적 언어’. 설명으로 봤을 때는 무슨 소리인지 잘 몰랐지만, 직접 공연을 보니 이해가 갔다. 이 극은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문장보다 극적이고 간결한 문장을 대사로 차용했다. 음절과 어절의 끊어 읽기를 고의적으로 무시하기도 하고, 문장을 단어와 조사로 분절시켜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공연의 주제,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괴물을 키우고 있다.’ 라는 문구를 딱딱 끊어지는 절도있는 행동과 어찌 보면 편집증적인 반복으로 관객들에게 계속 주입을 시킨다. 


시에나, 안녕 시에나.jpg


보기만 해도 숨막히는 절도성과 냉정함 속에서 나는 불안함을 느꼈다. 내 감정과 기억 저 너머에 있던 무언가를 억지로 끄집어내는 기분이 들었다. 공연을 보며 문득 어릴 적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어릴 적, 잠시 신경이 예민하셨던 엄마를 껴안으려 하자 엄마가 나를 밀쳐냈던 기억이었다. 시에나의 사랑받고 싶어하는 행동이 부모에게 거부당하는 장면에서, 그 기억은 시에나와 겹쳐졌다. 시간이 오래 흘렀음에도 아직도 그 때의 슬픔은 기억이 나곤 한다. 상처는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이 공연의 전체적인 내용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고, 곪을 대로 곪아버린 상처를 파내려는 주인공의 자괴감이 그것을 몸으로 보여줬다.

이 외에도 감탄했던 부분은 의상과 무대장치, 음향효과와 동선이었다. 처음에 무대를 보고 주인공들의 의상을 봤을 때, 저 특이한 디자인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지 궁금했다. 과연, 프로그램북을 받아보니 전부 극의 분위기에 맞춰 의도된 구성요소였다. 무대 디자인은 잘 정돈되어 있고, 초록색에서 나오는 차가움이 느껴진다. 조명으로 인해 환상성과 사실성의 경계선에 있는 느낌도 받는다. 


시에나 극장.jpg



의상 디자인 역시 ‘환상과 기억의 파편’에 초점을 두고 제작되었다. 신비로운 보라색, 초록색, 회색 등을 사용하여 기억의 공간을 추상화시키고, 인물들의 성격도 잘 알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보여줬다. 그 예로 과거 기억 속 시에나의 부모님은 날카롭고 딱 떨어지는 정장을 입고 있지만, 성장한 시에나의 나이 든 부모님은 편안한 홈웨어를 입고 있다.



시에나 무대의상.jpg


공연을 보고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 있었다. 과연 시에나의 기억 속 그 냉철했던 부모님은 ‘사실’이었을까, 라는 질문이었다. 성장한 시에나가 어릴 적 부모님이 자신에게 줬던 상처를 말하자, 부모님은 ‘우리는 그런 적이 없다’ 라고 말한다. 이것은 부모님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에나에게 상처를 줬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어릴 적 시에나가 상처받았던 기억이 왜곡됐을 수도 있다는 의미 아닐까. 가끔은 내가 기억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으니 말이다. 

기억 속의 상처와 내 안의 괴물.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아직까지도 어릴 적의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사람들, 그 때 받았던 상처가 아직까지도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이 ‘시에나’의 주인공이다. 내 안의 괴물을 끌어내어 우위에 설 것인지,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의 고민은 아마 살아가면서 계속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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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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