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만화로 그리는 작은 세계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2.1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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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책'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아마 만화라는 장르 특성상 판타지 가득한 세계가 대부분일 것이다. '원나블'이라 불리는 (한때) 3대 인기만화,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만 봐도 그렇다. 악마의 열매 능력자니, 닌자니, 사신이니 하는 캐릭터들이 나오고 흥미진진한 모험과 전투를 펼쳐간다. (물론 판타지가 만들어내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극대화되는 인간적인 캐릭터와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려고 하는 만화책들은 조금 다르다. 담담하고 조심스럽게, 우리가 모르는 혹은 알고도 무심하게 지나쳤을 작은 세계들을 섬세한 감정으로 그려나간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어딘가에 실존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시시한 이야기도 아니다. 원피스에서 에이스가 죽을 때만큼 슬프고 감동적일지도 모른다. 흥미롭게 들여다 보시길! 



1. IS - 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 /로쿠하나 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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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 양쪽 기관을 모두 지니고 태어난 ‘IS(인터섹슈얼)’ 하루. 행동은 남성이지만 신체는 여성화가 진행 중인 하루의 소망은 사람들이 IS에 대해 알고, 받아들여 주는 것. 편견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도 일에 매진해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받게 된 하루. 하지만 어른이 되어 재회한 첫사랑 상대 켄지와는 다가가지도 못하고, 더 멀어지지도 못한 그대로이다. 1/2000의 확률로 태어난다는 IS의 사랑과 리얼한 감정을 그린 화제작.

 :여기서 말하는 IS라는 성소수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LGBT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양쪽 성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다. 성소수자의 문제를 떠나서 주인공 하루가 때로는 울고 싸워가며 '존중받아야할 한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받아가는 이야기는 당신이 하루와 같은 '존엄한 인간'이라면 감동받을 수 밖에 없다. 
 성소수자의 이야기는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어서 소개하기에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단순한 성소수자 이야기를 넘어선, 모든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다. 그리고 같은 인간으로서의 당신의 이야기다. 
 2011년에 일본에서 드라마화 되기도 했다. 원작을 본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니 만화책이라는 
매체가 어색하다면 드라마로 접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2.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新 엄마의 손이 속삭일 때/ 저자 카루베 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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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주인공 미에코가 힘겹게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가슴 따뜻한 남자 히로후미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지는 만화다. 주변 사람들의 편견과 무시, 냉정함에 상처입기도 하고 스스로의 나약함과 의존성에 절망하기도 하지만,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삶에 대한 강한 의지로 아름다운 일상을 꾸려나가는 미에코의 모습이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이 주인공 미에코에게는 일상이 아니다. 듣고 말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사소하고도 중대한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생각지도 못했던 힘든 일상에 그들을 이해하게 되고, 그러한 일상을 헤쳐나가는 주인공에게서 그 의지의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후속편 '엄마의 손이 속삭일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속편이 더 인상깊고 감동적이었다. 듣고 말하지 못하는 주인공인 미에코가 '엄마'라는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전작보다 더 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고, 거기서 오는 더 큰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듣고 말할 수 없는 그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이다. 

3. 사형수 042 / Yua Koteg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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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형제도의 폐지를 검토 중인 정부는 한 실험을 개시했다. 사형수 042로 불리는 타지마 료헤이는 뇌의 파괴충동을 조절하는 부위에 칩을 박아넣은 후 어느 공립 고등학교에 파견된다. 료헤이의 흥분 상태가 살인을 저지를 정도에 이르면 칩은 폭발하여 뇌가 파괴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 만화를 얘기할 때면 항상 민감하게 언급되는 것이 사형제도 찬반에 관한 논란이다. 물론 설정 상 직접적으로 '사형수'라는 캐릭터를 다루고 있으니, 그러한 부분에 대해 말이 나오지 않을 수는 없다. 실제로도 영화 <데이비드 게일>같이 직접적으로 사형제도에 대항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형수 042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완곡하게 사형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사형수의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의 범죄를 정당화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료헤이는 자신이 죽인 아이의 할아버지를 만나 자신이 저지른 일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사형수042'가 아니라 '료헤이'라는 자신을 찾아간다.



 이 세 만화에는 사회적 소수자가 등장한다는 것 외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들 스스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이해를 받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의 인물들과 함께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때로는 싸워나가며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회적 소수자 문제가 여기저기 불거지는 지금, 그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를 읽어보는 것도 관심의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아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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