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환상 세계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쿠쉬전

글 입력 2015.02.0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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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만에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학교에서 교양현장수업으로 오케스트라를 보러 온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첫 방문이었다. 

 따뜻한 5월에 왔을 때보단 너무나도 춥고 차가운 1월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그 때와는 달리 겨울만의 예술의전당의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초현실주의의 작가의 그림을 본다고 하니 너무나도 기대가 되었다. 

 그 날에는 평소에 전시회 문화생활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친구와 함께 했다. 그 친구는 전시회를 찾아 가는 게 매우 어색하고, 미술 작품을 봐도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가질 않아 미술관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내가 그 두려움을 깨주고 싶어 같이 가자고 했다. 초현실주의의 작품이니깐 다른 분야의 작품들 보다는 친구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추천해줬더니 친구도 내가 같이 간다니깐 스스럼없이 함께 가자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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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도착해서 초대권을 받고 입장을 했다. 

 내부에선 사진촬영이 되질 않아서 입구에서 찍은 사진이 전부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엄마와 같이 온 아이들도 있었고, 친구들끼리 단체로 관람을 온 학생들도 있었다. 

 우리는 첫 작품부터 차근차근히 보면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마침 평일 도슨트교육 시간이 되어서 작품설명을 같이 들으면서 감상을 할 수 있었다.

 


 블라디미르 쿠쉬는 모스크바 생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초현실주의 거장이다. ‘러시아의 달리’라고 불릴 만큼 동화적인 환상적인 표현이 많은 그림들을 선보였는데, 은유화법을 함께 쿠쉬만의 화풍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나는 이러한 쿠쉬 만의 화풍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사실주의화법(REAL)과 은유화법(METAPHOR)을 합쳤다는 사실이 대단했다고 생각했다. 정반대되는 개념을 섞었다는 시도가 놀라웠고, 그게 어려운 해석으로 관객에게 다가오지 않고 다양한 해석과 스토리로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 냈다는 것이 대단했다.

 



 이번 전시 구성은 크게 ‘무의식’, ‘욕망’, ‘환상’ 로 이루어져있는데, 각각의 테마에 맞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알 수 있는 쿠쉬만의 특징 있는 그림들이 많았다. 

 ‘무의식’ 세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지중해로의 하강>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전시회를 가기 전에 그림을 봤을 때랑 달리 직접 보고 나서 발견한 점이 있어서 신기했다. 보도 자료를 통해 그림을 봤을 때는 사람의 머리와 팔만 보였는데, 가서 직접 보니깐 아래 부분에 다리까지 묘사되어있는 점을 발견하였다. 그걸 보고나서 와 정말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은유가 많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그림은 역시 직접 눈으로 봤을 때의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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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로의 하강, Descent to Mediterranean, Vladimir Kush, painting on canvas, 59x99cm

 




 두 번째 ‘욕망’세션에서는 <붉은 지갑>이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동전지갑을 그려낸 작품이었는데 잠금장치 부분을 자세히 보면 남녀의 모습으로 묘사되어있다. 이는 부와 관련하여서 돈이 많아지면 알게 모르게 남녀 사이의 관계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놀랐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남녀의 사랑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고, 그 속에서 동전지갑을 통해 은유적으로 부를 묘사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 작품이 앞서 말했던 사실주의화법과 은유화법을 합친 Metaphorical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도 이 작품이 가장 인상에 깊었다고 하였는데, 그만큼 현실주의적인 모습을 미술 속에 잘 녹여낸 작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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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지갑, Red Purse, Vladimir Kush, painting on canvas, 35.6x28cm




마지막으로 세 번째 세션 ‘환상’에서는 블라디미르쿠쉬전 포스터로 쓰인 작품인 <바람>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에 깊었다. 전체적인 색감이 다른 듯 통일된 것이 안정적이었고, 집에서 흔들리는 와이셔츠를 묘사함으로써 작가만의 불안함과 이민자로써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좋았다. 특히 이 작품은 칸느 국제전시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유럽의 현대 미술계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관람객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예술계에서도 가장 사랑받았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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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Wind, Vladimir Kush, painting on canvas, 104x81.3cm




 세 가지 테마 이외에 오브제와 드로잉 작품들이 있는 공간도 있고, 블라디미르 쿠쉬의 방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공간도 있다. 

 오랜만의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그 중에서도 블라디미르 쿠쉬의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있었던 자리라서 좋았다.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몇몇 작품들 사이에 김경주 시인의 시가 있었는데 그게 작품관람에 약간 덜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았다. 그림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각자만의 스토리를 상상해 낼 수 있었던 자리였는데, 시를 읽고 작품을 보면 상상을 가두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블라디미르 쿠쉬만의 은유적 화법을 시로써 이끌어 내려 했던 의도 같았는데 조금 아쉬웠다는 생각이다. 

 쿠쉬만의 색깔을 가까이서 직접 느끼고 보면서 미술과 벽을 쌓고 지냈던 친구에게 두려움을 깨줄 수 있어서 뜻 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혹시나 주변에 미술을 어렵다고만 생각해서 두려움이 있다는 친구들이 있다면 블라디미르 쿠쉬전을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만의 동화적인 감상이 아무 감흥 없는 관람객에도 마음 속 깊이 전달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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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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