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라진 학교에 남은 것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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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힘들 때면 가끔은 어릴 적 생각이 난다. 눈 코 뜰 새도 없이 바쁜 현대 사회 속에 살아가는 회색 인간도 어린 시절의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은 낡은 컴퓨터 앞에서 시작된다. 오늘 할 이야기는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가득 담고 있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다.
정해진 시간은 단 한 시간이었다. 엄마의 허락이 떨어지면 언니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컴퓨터 한 대를 놓고 벌어지는 피 튀기는 신경전 속에서 이긴 자만이 게임을 할 자격을 얻는다. 그 시절에도 다양한 게임을 좋아했던 나와 달리, 유독 옷 입히기 게임을 좋아했던 언니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 게임을 좋아하고 즐겼던 나지만, 가장 그리운 게임은 단 하나다. 나와 동년배라면 모두가 알 법한 게임 마법학교 아르피아!
지금은 추억의 사이트가 된 야후! 코리아에서 운영했던 어린이 포털 ‘야후! 꾸러기’에서 서비스를 진행했던 아르피아는 마법학교 학생이 되어 세계를 탐험하는 턴제 RPG 게임이다.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게임이었으나 그 이상으로 잘 구성된 스토리, 흥겨운 BGM덕분일까, 나에게 주어진 1시간을 10분 같이 만드는 마법을 부리곤 했다.
2013년 야후꾸러기의 철수와 함께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이 게임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잠들어있다. 지난 몇 년간 마법학교 아르피아를 되돌리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지만, 저작권 문제로 인해 재출시가 어렵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남기기도 했다.
8살이던 나는 마법학교 아르피아에서는 2학년의 초등학생이 아닌 대지 종족의 신입생이 되었다. 학교 광장에서는 수많은 온라인 동급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귀여운 펫들을 데리고 몬스터를 무찌르기도 했다.
그 시절 학교 안의 칙칙한 지하실은 왜 그리도 무서웠는지, 게임 속 수업은 왜 그렇게 열심히 들었는지… 지금의 나도 알 수는 없지만, 겁 없이 도전하고 끊임없이 시작하는 내 어린 시절에 미묘한 감정이 든다. 기특하면서도 어딘가 애잔한, 그러면서도 부러운… 향수라는 감정은 이런 것인가 보다. 나의 어린 시절을 책임졌던 마법학교 아르피아가 너무 그립다. 나는 그때 그 게임이 그리운 걸까? 그때 그 시절의 내가 그리운 걸까?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어린이들은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다. 폐지된 어린이 포털들, 그리고 사라진 플래시 게임들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들도 그들만의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 거겠지.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괜스레 울적해진다.
하지만 조금 이상하게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미래의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지금의 나는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내가 했던 무모하면서도 어딘가 부러운 그런 짓들.
이 글을 읽고 있는 미래의 나를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산다.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말이다.
[박아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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