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갤러리1관 압구정 :: 김석영 : 신들의 정원,곡신(谷神)

글 입력 2014.12.08 16: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5f786744_141249.jpg


‘아픔을 승화시키는 谷神의 맨얼굴’

김재홍(金載弘) 시인

무시무시한 낭하를 향해 질주하는 푸르고 흰 말들의 곧추 선 등짝은 분명 공포 반응이나 분노의 폭발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자연의 한 억센 생명이 자신의 근육과 운동 신경을 극단의 강도로 표출하는 찬란한 희열이었다.

속도에 밀려 부리부리한 눈과 귀는 터질 듯 찢어질 듯 날렸고, 콧구멍은 젖혀져 금방이라도 굉음을 쏟아낼 것 같았다. 그리고 풀냄새가 났다. 꽃향기가 들렸고, 새와 나비와 벌레의 날갯짓 소리가 보였다. 

김석영작가가 경영한 화면 속에서는 말도 새도 나비도 풍경도 모두 강렬하고 역동적이었다. 거칠고 격렬한 붓질과 오감을 모두 뚫어주겠다는 듯한 화려한 색채는 멀뚱히 서서 구경하는 감상자에게도 장쾌한 생명에의 경외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랬다.

‘청마의 해’라며 많은 사람들이 쓸데없는 기대에 부풀었던 지난 1월, 서울 평창동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열린 <곡신불사> 展은 그랬다. 전시 자체가 생명을 향한 억센 말발굽의 질주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랬다.

노자 <도덕경> 제 6장의 바로 이 구절, ‘谷神不死 是謂玄牝’(직역 : 곡신은 죽지 않으니, 이를 현빈이라 부른다)의 번역 불가능한 다의적 화면이 전시장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산속 깊은 골짜기의 텅 빈 오묘한 곳을 곡신이라 부르더라도, 만물의 탄생과 순환의 여성성을 현빈이라 하더라도, 그의 화폭에 담긴 강렬하고 다채로운 생명의 양상은 쉽게 몇 마디로 함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가던 어린 학생 수백 명이, 수십 년 별러 여행을 떠난 동창생 수십 명이, 대한민국 물류의 첨병 운짱들 수십명이 한꺼번에 ‘세월’에 갇히고 말았다. 시시각각 전해지는 영상과 자막과 기자들의 보도는 차라리 상처를 덧내는 날선 칼과 같았다.

그로부터 김석영의 곡신은 더욱 ‘치유의 곡신’이 되어갔다. 상처받은 영혼, 맹골수로를 배회하는 길 잃은 영혼을 위한 ‘생명의 곡신’이 되어야 했다. 그리하여 ‘곡신불사 시위현빈’의 본뜻대로 영혼의 안식처로 길안내를 하고, 아픔을 넘어서는 예술적 ‘승화의 곡신’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현장을 눈으로 보고 있다.

맹렬한 기세로 근육이 끊어질 듯 터질 듯 살갗이 벗겨질 듯 흩어질 듯 달려 나가는 청마의 기운이 다시 솟아나기를 기원한다. 
이번 전시 ‘치유 곡신’ 전을 통해 나는 아픔과 상처를 뛰어넘어 생명에의 열렬한 환호성을 본다.

작가는 자신의 스타일을 통해 생명의 기운, 치유와 희망을 전달하고자 한다. 우선은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림이고 나아가서는 보는 이들에게도 그러한 기운, 혼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그림은 다분히 주술적이다. 추억과 애도, 치유와 희망, 그리고 에너지와 영성으로 가득한 그의 그림은 미술이 여전히 사람의 삶과 마음에 개입하고 영혼에 관여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환기시켜준다.   
-박영택 미술평론가-


그가 집요하게 추구해온 <곡신> 시리즈와 꽃그림은 우리들을 경쾌한 감정과 이성 그리고 낯선 경험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보여준다. 작품 내면에 살아 움직이는 색채들의 파장과 진동에서 우리는 그의 얼굴뿐만 아니라 현실 속에 있는 우리 자신을 볼수있기 때문이다. 
그의 회화는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뜨거운 표현주의와 구상의 차원을 넘나들며 달리고 있다.
그 속도감 속에 지나치게 분방한 듯 보이는 작품들은 작가의 얼굴을 비추는 매우 독창적인 하나의 거울임이 분명하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브라운갤러리1관 압구정

http://www.browngallery.co.kr






브라운갤러리1관 압구정

김석영 : 신들의 정원,곡신(谷神)

2014-12-04 ~ 2014-12-30

[조호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