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문 개인전 (11.26~12.02)

글 입력 2014.11.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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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가나아트센터 <빅토르 문 전시회>
2014.11.26(수)~12.2(화)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화가, 빅토르 문(64세, 우스또베Ustobe 거주)의 한국전시회가 이달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울 관훈동에 위치한 인사가나아트센타에서 열린다. 자신의 화폭에 음악성과 회화성, 냉철한 역사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빅토르 문 화백의 이번 전시회는 올해가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150주년을 맞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1937년 강제이주열차>, <붉은 안개>등의 작품을 통해 문 화백은 동시대의 아픔을 겪어온
고려인의 정신과 기억의 감정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왔으며 그 작업은 지금도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198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의 작업들 중 핵심적인 것에 속하
는 30점이다. 그의 작품 특징은 큐비즘 기법의 사용이다. 20세기 초 피카소와 세잔같은 작가
들에 의해 시작된 이 미술회화 운동은, 물체의 면이나 선을 자유롭게 이용해 그림을 입체적으
로 표현하는 새로운 미美를 태동시킨 바 있다.
빅토르 문 화백의 그림 속에 나타나는 큐비즘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과 청각, 지각을 함께
일깨우게 하는 감성의 언어가 스며들어있다. 이는 빅토르 문이 속한 사회공동체에서 유행하던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어법을 구사하고, 새로운 미적영역을 확장
했다는 점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실제로 그의 작품속엔 사회주의 국가와 자본주의 국가 출신
의 화가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서정적인 차분함이 배여있다. 즉, 사회주의 국가에서 성장했
음에도 그의 작업은 리얼리즘이 아닌, 감성적 은유와 상징적 표현들로 가득 차있다.
그의 그림속에 등장하는 소재 또한 지극히 평범하다. 인물들, 바퀴, 새, 우산, 기차, 모자, 악
기 등이 바로 그것. 그의 소재에 자주 등장하는 새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그런 새가 아니다.
빅토르 문 화백에게 새는 좀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내 그림속에 등장하는 새는 평화와
희망을 뜻하는 그런 상징적 의미의 존재가 아닙니다. 새는 바로 우리 고려인을 의인화 한 것
입니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야 하는 철새의 모습이 바로 우리 고려인의 자화상
인거죠.“
과거, 그리고 현재의 불안한 처지에 놓여있는 ‘까레이스키’의 집단심리가 빅토르 문의 손에
의해 반영된 것이 바로 새다.
기차와 바퀴 또한, 1937년 소련의 스탈린에 의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
한 고려인들, ‘까레이스키’의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연상장치다. 실제로 그 기억의 역사는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빅토르 문의 집안 뿌리와 연결된 슬픈 사건이기도 했다. 빅토르 문의 할아
버지와 할머니는 바로 그 죽음의 이동행렬속에 있었다. 빅토르 문의 어머니 박 시나이다는 당
시 11세 소녀였다. 어머니로부터 들은 강제이주의 사연은 그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3
개월 동안 6천 킬로미터의 이동 중 1만 명의 동포들이 병들어 죽고, 굶어죽은 고려인들은 기
차밖으로 버려졌다. 무덤도 없이. 그렇게 해서 겨우 도착한 곳엔, 이리떼가 아이들을 물고가는
황량한 땅이었다. 이주를 가장한 학살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살아남은 까레이스키들은 지금
도 말한다. “(그들이)죽이려고 보냈는데 우린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이라고. 자신의 존재와도 연
결된 역사적 사건은 빅토르 문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리고 그가 붓과 물감으로
세상을 그려야하는 화가의 길로 접어들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 본능의 시도가 그의 마음에
서 자연히 화폭으로 옮겨졌다.
<가야금>,<고갯길>,<1937년 통과열차>은 빅토르 문이 작업해 온 그림의 제목들이다. 이처
럼 그의 그림속 제목들은 한민족의 구성원으로서 느낄 수 있는 애잔하고, 아련하기도 한 단어
들의 조합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숨가쁘게 달려온 한민족의 역사를 그대로 투영하는 것이기
도 하다.
하지만 그의 그림이 어둡고, 절망의 끝을 달리는 밤기차의 풍경을 닮았는가 하면, 그건 착
각이다. 빅토르 문의 그림은 한결같이 밝고, 음악의 멜로디가 흐르고, 꿈과 희망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빅토르 문의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소학교
반 교원이었던 어머니가 그림에 재능을 보인 어린 아들에게 백지와 연필을 사주면서 한 가지
조건을 걸었던 것. “사람을 놀래거나, 슬프게 하거나, 분쟁을 일으키거나, 절망하는 그림을 그
려선 안된다.”
이런 이유에서 그의 그림은 자신에 대한 일상, 서민의 바람같은 소박한 꿈들, 평화롭고 행복
한 삶에 대한 희망이 붉은 기타의 선율로,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꿈
과 희망, 사랑과 행복을 위한 서사시로서의 작품을 일관되게 표현하고 있는 것.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의 작업목표는 ‘사랑, 치유, 행복’을 위해 붓을 들고있다.
현재 그의 그림<고갯길>은 카자흐스탄 대통령 집무실에 걸려있다. 카자흐스탄 국립미술관
카스티프에도 그의 작품 4점이 소장돼 있다. 한국전시회는 이번이 다섯 번째. 두 번의 개인전
시회와 두 번의 국제전시회를 가진 바 있다. 한국 전시회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빅
토르 문 화백은 자신의 뿌리를 찾는 DNA적 본능이 발동, 전남 나주에 있는 남평 문씨의
시조인 문바위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제이주의 쓰라린 역사는 너무나 슬픈 비극이고, 고통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슬퍼할 수만은
없지요? 힘을 내야지요? 지금 중앙아시아에서 차지하는 고려인의 위치는 개척자의 상징입니
다. 구 소련이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까레이스키가)받고있습니다. (그
래서 우린)민족적 자부심을 갖고있습니다.“
 
 
 

 
 
 
[오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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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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