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도서]

글 입력 2018.10.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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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행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여행을 많이 다녀본 편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글쎄.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더욱 ‘글쎄’이다. 24살의 현재까지 해외여행은 5번 정도 다녀왔는데 많이 다닌 걸까, 적게 다닌 편인 걸까? 그 기준이 모호하기만 하다. 몇 년 전만 해도 확실히 여행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일상이 힘들어지면 괜히 ‘스카이스캐너에’ 들어가서 비행기를 보기도 하고, 특가로 뜬 항공권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계획에도 없던 여행을 갔던 적도 꽤 있다. 그냥 그렇게 즉흥적으로, 시간이 되고 돈이 되는 친구들끼리 함께 다녀왔다.

 

사실 지금은 더욱 모르겠다. 여전히 나를 짓누르는 일에 대해 해방감을 맛보고 싶은 지금, 어김없이 ‘여행’을 떠올렸다. 항공권을 결제해버리는 대신에 그냥 여행 ‘에세이’를 집어 든 정도이지만. 그래, 나에게 여행은 무언가 할수록 어려운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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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정의



이 책의 저자는 여행을 매우 좋아한다. 여행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여행’이 무엇인지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여행은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난다는 것이다.'라는 말에 반기를 들며 오히려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의 상황을 주시할 일이라고 반론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그냥 ‘떠나고 싶어서’라고 했다. 우리는 떠나기 위해 지쳤으니까, 쉬고 싶으니까, 좋은 생각을 하고 싶으니까, 경주에 가본 지 오래됐으니까 등 갖은 핑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맞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또한 떠난다는 것 자체에 있다. 집이 아니라, 학교가 아니라, 지금 여기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음에 있다. 그리고 이유를 만들어 낸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너무 힘들고, 또 힘드니까!


여행은 일상의 연장이지만 동시에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다. 전혀 다른 공간과 시간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세상에 스며들어 간다. 내 삶을 유지하는 방식 안에서의 외출이고, ‘나’라는 사람의 연장이기 때문에 일상의 연장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차이는 있다. 나의 경우 일상 속에서는 늦어도 8시에는 일어난다. 하지만 여행을 가서는 그런 거 없다. 억지로 잠을 청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러고 싶으면, 그럴 수 있다.



 

여행의 점수



사람들은 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좋을지를 많이 고민한다. 그에 따라 참 많은 사람이 정답을 내렸다. 최소한의 돈을 가져가서 여러 가지로 부딪혀보는 것이 좋고 지금껏 가보지 않은 오지에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모험적인 여행을 예찬하는 사람도 있고, 충분히 돈을 가져가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히 모든 것이 정답이다. 내가 했을 때 더욱 만족스럽고 행복한 것을 하면 된다. 여행의 경험을 통해 나만의 답을 찾아가면 될 일이다.


 

그냥 내 식대로 여행하면 된다.

어차피 그것도 나이 들면서 바뀌고 돈 벌면서 바뀐다.

남이 내가 이해 못 할 방식으로 여행하면

그냥 이렇게 말하면 된다.


아. 그렇구나.



이렇게 가벼운 문제인데 많은 사람이 여행하면서, 또 여행이 끝난 후 괜스레 불행해진다. 나의 것과 남의 것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나는 저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했고, 저렇게 예쁜 사진을 남기지 못했고 등 나도 수없이 해왔던 비교들이다. 우리는 자신의 여행에 점수를 매기기 시작하고 기준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여행이다. 이렇게 되면 내 여행은 결코 만족스러울 수 없다. 설사 남들보다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자신의 여행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해도 그것이 ‘행복’이 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남에게 인정받아야 좋은 것은, 공부와 회사 업무로도 충분하다.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것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한 번도 혼자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생각은 여러 번 해봤는데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내지 못했다. 사실 함께 여행을 다니는 친구가 너무 잘 맞아서 굳이 혼자 떠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도 큰 것 같다.

 

그런 내가 처음 딛는 길 위에서 혼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리적으로 분리되어야만 정신적 분리가 이루어질 수 있음에 공감하게 됐다. 익숙한 것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는 익숙한 대로 생각하니까. 짧은 시간이라도 익숙한 관계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장소가 주는 새로운 것들을 마음껏 느껴보고 싶다. 너무 늦지 않게 혼자 떠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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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 명확해졌다. 나는 여전히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냥 여행에 대해 나만의 생각과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을 뿐이다. 내가 가보지 못한 수많은 공간에서, 때로는 나에게 익숙하지만, 더 알고 싶은 그런 장소에서, 나 혼자서,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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