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봄의 시작에 이 영화 어때요? [영화]

글 입력 2018.03.3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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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미.jpg


<콜미바이유어네임>

이탈리아 외 2017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마이클 스털버그, 아미라 카서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 개봉: 2018.03.22
상영시간: 132분 / 청소년 관람불가


"Call me by your name, then I'll call you by mine"

이는 분명 근래 본 멜로 영화 대사 중 가장 로맨틱한 대사다. '부르다'라는 행위가 이렇게 자극적으로 다가온 적이 없었다.

영화는 올리버(아미 해머)가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의 집에 도착하며 시작한다. 그는 엘리오 아버지(마이클 스털버그)의 연구를 돕기 위해 미국에서 온 젊은 철학 교수다. 분명 사랑의 시작은 숨길 수 없는 눈길이다. 자연스레 눈길이 머물 곳이 사라지면 찾게 마련이다. 올리버가 온 후 엘리오의 시선은 온통 그에게 머문다. 올리버는 자신이 좋아하는 계란을 두 개 먹으면 세 개, 네 개 원한다는 걸 알고 애써 한 개만 먹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처음 엘리오의 다가옴을 경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여기(가족 별장)에서 뭐하냐는 올리버의 말에 엘리오는 '여름이 가길 기다린다'라고 답한다. 그럼 겨울엔 여름이 오길 기다리냐고 다시 돌아오는 질문.

엘리오의 여름은 끝나길 기다려야 하는 만큼 길지만(길게 느껴지지만) 다시 겨울이 오고 그는 또 다른 여름을 기다려야 한다. 그의 그 해 여름은 충분히 슬프고 괴로우며 기쁜 것이었고 대부분의 첫사랑이 그렇듯 온몸으로 그 감정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영화 마지막 엘리오의 표정은 그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나타내주고 있는데, 그건 충분히 사랑해본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시작할 용기조차 없는 그런 감정들. 가끔 너무 아름다운 것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영화는 이탈리아 북부의 여름을 배경으로 한다. 이것만으로도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볼 이유는 충분하다. 당장 여행을 떠나고 사랑에 빠지고 싶어지는 영화, 다가오는 여름이 두렵지 않을(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영화다.

희미해져가는 영화를 붙잡고 싶어 영화의 ost인 Sufjan Stevens의 'Mystery of Love'만 반복재생할 뿐이다.


토냐.jpg


<아이, 토냐>
미국, 2017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출연: 마고 로비, 세바스찬 스탠
앨리슨 재니, 줄리안 니콜슨, 폴 윌터 하우저

장르: 드라마 / 개봉: 2018.03.08
상영시간: 120분 /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시작하면 관객은 그 세계로 첫발을 들이는 영원한 이방인이다. 이방인은 그 세계에서 조명하는 인물이자 가장 자주 마주하게 되는 인물, 주인공에게 의지하게 되고(어떤 경우에는 주인공 자체가 되기도 하면서) 결국 응원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가 아무리 악하다 하더라도 관객은 그를 온전히 미워하기보다 조금의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려 노력하는 편을 택한다. 그렇게 하여 관객의 숙명은 주인공을 미워할 수도 마냥 사랑할 수도 없는 애증의 관계에 놓이는 것이다. 이 지점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섬세해야 하는 이유다. <아이, 토냐>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그래서 어느 정도의 논란이 예상되는 영화다.

우선 영화에서 말하는 ‘the incident’를 설명하자면 90년대 초반 미국 피겨스케이팅계의 라이벌이었던 토냐 하딩과 낸시 캐리건 사이의 일이다. 구체적으로 토냐 하딩의 전 남편인 제프 길롤리와 그의 친구 숀 화이트가 사람을 사주해 낸시 캐리건의 무릎에 상해를 입힌 사건이다. 하딩은 이 사건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3년의 집행유예와 10만 달러의 벌금형, 급기야 피겨 스케이팅계에서 영원히 제명된다. 그녀는 이러한 폭행 계획이 공모된 배경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언론은 이미 그녀를 세기의 악녀로, 낸시 캐리건을 희생양으로 보도했다.

영화는 토냐 하딩의 편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토냐 하딩을 연기한 마고 로비 또한 그녀의 입장을 신뢰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엄연한 피해자인 낸시 캐리건의 입장이 애매해지게 되는데, 영화는 토냐 하딩의 편에 있기 때문에 그녀를 제외한 모두는 그저 그녀가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데 걸리는 걸림돌로 묘사되기 때문이다.(오히려 피해자인 낸시 캐리건에게 얄미운 감정이 들 정도!)

영화를 보고 그 사건과 토냐 하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관객의 몫이지만 많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부디 낸시 캐리건이 이 영화를 보고 불쾌하지 않았으면, 토냐 하딩의 미래는 이전보다 덜 아팠으면 하는 마음.

영화는 관객을 자꾸만 힘들게 한다.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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