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하고 싶은 그대에게 : 파니 핑크 [영화]

글 입력 2018.02.0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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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시작되면 신년 운세가 인기를 끈다. 물론 그때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종종 보이지 않는 미래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기 위해 점집, 타로 집을 전전한다. 운세는 재미로 보는 것이라고 하지만 퍽 신경이 쓰이는 존재이다. 좋은 운세이던, 좋지 않은 운세이던 '운명'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우연의 연속들에 우리는 모든 것을 껴 맞추곤 한다. 혹자는 이러한 우연들로 이어진 운명을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어느 순간 그런 사소한 우연도 운명이라고 믿으며 그 운명에 자신을 맡긴다. 마치 파니 핑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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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ody loves me


 파니 핑크는 29살의 노처녀다. 이 시대에 29살 노처녀라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 영화가 1994년도에 만들어진 영화임을 고려하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여자가 서른 넘어서 결혼할 확률은 원자폭탄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자조적인 말을 내뱉는 그녀는 사랑에 실패한, 그래서 지루한 인생을 '버티고' 있는 노처녀이다. 영화 초반, 그녀는 자신의 지루한 삶과 그동안 경험했던 실패한 연애에 대해 나열하며 나 자신조차도 날 사랑하는 건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Nobody loves me. 이 영화의 원제는 그런 파니 핑크의 상황을 함축하여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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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녀는 정말 우연한 기회로 점술가 오르페오를 만나 레코드판처럼 돌아가는 삶을 끊어내는 듯하다. 하지만 사실 그는 생업을 위해 점을 봐주는 돌팔이와 비슷하다. 낮에는 점술가로, 밤에는 게이바에서 립싱크로 노래를 부르며 생업을 이어나가는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히 예언에 들어맞는 상대를 만나게 된 파니 핑크는 운명을 믿고 사랑을 다시 시작해본다. 사랑에 대한 기대를 내려놨던 그녀가 사랑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다시 품으며 그녀의 인생은 꼬인다. 그녀는 운명이라고 믿은 상대를 잡기 위해 자신의 원래 모습을 버리며 그에게 매달린다. 소심하지만 돌발적으로 행동해보기도, 돈을 주고 겉모습을 꾸며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다시 한번 'Nobody loves me'를 확인하고 사랑에 상처받는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미움받지 않길 바란다. 모두가 나를 사랑하는 것을 꿈꾸기에 '미움받을 용기'까지 필요했다. 파니 핑크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받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사랑에서 해방된다. 파니 핑크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지만, 그로부터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며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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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는 시간 속의 '나'


 어찌 보면 그녀는 오르페오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그 사랑에 상처받았기 때문에 그를 미워할 법도 하다. 기대가 무너질 때 가장 비참해지기 때문이다. 그녀가 운명이라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했을 때도 달려가서 원망했던 상대도 오르페오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그에게서 삶의 위로를 받고 상처를 극복해나간다.

 사랑받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녀는 그를 통해서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죽음 동호회를 다니며 나만의 관을 짜고, 지루한 삶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그녀는 '지금'이라는 시간의 중요함을 배우고 매 순간을 '나'로 채워가는 법을 알아간다. 그리고 비로소 깨닫는다. 사랑받는 방법은 내가 먼저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게 누구든 상관없다. 하지만 영화 파니 핑크는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할 것을 제안한다. 파니 핑크는 초반에 나 자신조차도 날 사랑하는 건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에 충실하고 오늘 하루를 자신에게 맡기며 나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타인에게 받는 사랑에서 해방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을 찾고, 비로소 온전한 사랑을 만난다. 운명이 정해준 사람이 아닌, 내가 선택한 사람이 운명이 되는 것을 통해 영화는 우리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나 자신을 잃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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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나도 타인에게 사랑받아야 내가 온전해진다고 믿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타인으로 나를 채우지 말자.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이 있을 때 내 인생에 타인의 자리도 생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타인에게 진정으로 사랑받을 수도, 사랑할 수도 없다. 사랑 하고 싶은 그대여, 먼저 사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 자신부터 시작해, 주변까지 차근차근 사랑을 주다 보면 어느샌가 사랑받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마치 파니 핑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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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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