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녀의 인생의 흐름에 따라, 마리로랑생展

글 입력 2017.12.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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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랑생의 예술은 우리시대의 명예이다.”
 
  
마리로랑생포스터-01.jpg
 
 
 한 달 동안 손꼽아 기다려왔던 마리로랑생展. 그리고 그 오랜 기다림이 단 하나도 아쉽지 않았던 마리로랑생展이었다. 요즈음 여러 전시회를 다니면서 느꼈던 기분 중의 하나가 ‘불편함’이었다. 한 예술가를 주제로 하는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기엔 부족한 설명과 다소 난잡한 전시 동선이 나에게는 약간의 불편함으로 다가왔었다. 한 예술가의 작품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의 생애에 대해 먼저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해왔었기에 한 예술가의 인생의 흐름에 따라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연출된 이번 마리로랑생展은 내게 쌓여있었던 불편한 감정들을 단번에 해소시켜 주었다.
 
 이번 전시는 마치 가독성이 높은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잘 써진 마리로랑생의 자서전을 작품으로써 읽게 된 듯한 기분이 드는 전시였다. 총 8개의 부분으로 나눠진 전시는 마리로랑생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그녀의 인생사와 함께 당시 그녀가 그렸던 작품을 보며 한 예술가를 넘어서 한 여자의 일생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부친의 외도로 태어났던 마리로랑생, 당대의 위대한 예술가들 틈바구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마리로랑생, 아폴리네르와의 뜨거웠던 사랑 속에서 점차 자시만의 색을 찾게 된 마리로랑생, 전쟁의 발발과 함께 결혼생활의 실패로 고난을 겪은 마리로랑생. 인생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그 인생사가 함축되어져 만들어진 그녀의 작품은 보면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키스, 1927년경, 캔버스에 유채, 81.2x65.1, Musee Marie Laurencin.jpg
키스, 1927년경, 캔버스에 유채
81.2x65.1, Musee Marie Laurencin

샤를 델마스 부인의 초상, 1938, 캔버스에 유채, 100x73, Musee Marie Laurencin.jpg
샤를 델마스 부인의 초상, 1938, 캔버스에 유채
100x73, Musee Marie Laurencin
 

 어찌 보면 기구한 삶을 살아왔고 그 기구한 삶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자신이 온전히 몰두 할 수 있었던 그림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녀의 그림은 그녀의 인생과 닮아있었고 왠지 모르게 필사적이었다. 여성스럽고 우아하고 부드러운 그녀만의 화풍 속에서 나는 그녀의 슬픔과 고뇌, 좌절, 고통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죽기 불과 몇 년 전에 그렸던 그림들 속에서는 기쁨과 희열까지도 읽어 낼 수 있었다.
 
 그녀가 우울했던 시절 그렸던 여러 소녀상들 여성상들 속 인물들의 표정에서는 아무런 표정도 찾을 수 없었다. 색채 또한 회색빛의 음울한 기분이 가득했고 그녀의 화풍 속 대표적인 색감이라고 할 수 있는 분홍과 파랑에도 차갑고 컴컴하고 우울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그녀가 모든 고통과 비애를 예술적인 영감으로 승화시키고 극복했을 때의 작품 속 여성들은 알 듯 말듯 미소를 짓고 있었고 음울했던 색채에서 벗어나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을 갖고 있었다. 초반의 음울한 색채를 지니고 있어 음산하기 까지 했던 작품에서부터 채도가 높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색채를 담은 작품을 보며 한평생 그녀를 따라다녔던 ‘슬픔’ 이란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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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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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랑생의 생애가 쉽게 정리되어 있는 전시장 내부

 
 근래에 이렇게 전시에 심취해서 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시를 보는 내내 다른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온전히 마리로랑생과 그녀의 작품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시간을 가져 매우 기쁘다. 정말 오랜만에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볼 수 있었던 전시였다. 많은 이들이 이 전시를 보고 내가 느꼈던 감동, 기쁨, 마음의 포만감을 느끼길 바란다.

 
[박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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