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채색 속, 원색의 향연 ; 연극 맥베스 - King's Choice

겨울 날 만나고 온 '맥베스 이야기'
글 입력 2017.11.2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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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몸을 통하는, 코 끝 마저 삭막한 계절에 조그마한 공간에 맥베스가 다녀갔다. 레이디 맥베스와 함께.

 공간은 변화 없이 그대로 머물렀다. 움직이는 것은 두 명의 배우뿐이었다. 또한 자리에 앉아 소리를 메꾸던 한명의 배우. 그들의 움직임은 작은 공간과 관객들의 눈을 가득 채웠다.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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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이 보고 온 것은 맥베스의 광기와 고뇌, 그리고 고민들이었다. 자신에게 내려진 예언을 이루기 위해선,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선 ‘죄’를 저질러야만 한다는 큰 짐을 가지고 살다간 인물. 우리 앞의, 작은 공간의 맥베스는 광기와 고뇌에 둘러 쌓인 인물이었다.누가 그를 그렇게 고민토록 했는가. 관객은 이 질문에 답을 내려야했다.

 조심스럽게 그의 고뇌덩어리 공간에 몸을 담구고 온 필자는, 아마 그 답이 '예언'은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만약 그의 선택이었다면, 그는 응당 그 선택의 무게를 어깨에 의연히 지어야할 터. 하지만 맥베스가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은 그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뇌하고,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고 부인하고, 그 무게에 짓눌려 정신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맥베스-King's Choice>의 맥베스는, 예언에 끌려 다닌 인물이라고.

 과연 그 인물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이었을지는 모르겠다. 매력을 갖기에, 그의 내면과 외면은 너무 유약하였다. 또한 너무나 광적이고 과한 그의 감정 표출은 관객에게 그를 그렇게 끌리지 않는 인물로 인식시켰다. 고뇌 끝에 잠깐의 정신적 극복이라도 제시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쉽다.



레이디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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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원피스의 레이디 맥베스. 그녀만큼 이 연극의 ‘시선 강탈’의 캐릭터가 있을까? 유일하게 원색의 옷을 입고, 화려한 귀걸이를 하고, 우리 앞에 선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앞서 언급한 맥베스에 비해, 그녀는 굳센 인물이었다.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사람은 하나의 자아를 온전히 소유하고 있을 때 멋있고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레이디 맥베스는 그것을 충족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나아갔고, 쟁취했고, 부추겼고 결국 원하는 것을 얻었다. 외면이나 내면이나 너무나도 사랑하고 싶은 캐릭터였다. 연극을 보던 와중, 왜 영국에서 ‘레이디 맥베스’라는 드라마가 따로 제작되었을지 납득하게 될만큼, <맥베스>의 두 번째 인물로 나오기엔 그 매력이 너무나도 차고 넘쳤다.

 아마 맥베스의 살인이나 왕위 쟁취가 ‘예언’ 따위가 아닌 다른 요인에 기인한 것이었다면, 필자는 고민 없이 ‘레이디맥베스의 선택’이었다고 답하겠다. 굳센 그녀는 유약한 맥베스의 정신적 지주였고, 모든 것이었다. 또한, 관객들에게도 그랬다.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아쉬울 만큼. 레이디 맥베스를 보기 위해 다시 한번 그 작은 공간을 찾고 싶을 만큼, 맥베스에게 와인을 권하던, 앞에서 칼춤을 추던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극적이었고 아름다웠다.



음향 효과


 연극 무대의 한 켠을 차지하고 앉은 음향장비들 사이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예언과, 하인, 그리고 다양한 음향효과를 담당했다.

 연극은 살아있는 것(live)이랬다. 영화와는 다르게, 그 공간에만 그 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배우는 그곳에 살아있고, 그들의 움직임 또한 그곳에만 살아있다. 연극 <맥베스-King's Choice>가 의미 있는 것은, 이전에 녹음되어 생동감을 가지지 못했던 소리에도 생동감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생동감이 관객들의 마음에 크게 느껴졌나 하면 아닌 것 같다. 그것보다는 무대 뒤의 음향장비가 무대 앞으로 나온 것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그것이 아쉽다. 하지만 몬스터 창작극단의 음악적 시도는 대단한 것이었고, 앞으로의 발전 또한 주목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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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기억하며

 연극은 기억으로서만 존재한다. 찍히거나, 촬영되거나 하면 연극의 존재의미와 가치가 사라지니까. 그래서 필자의 기억은 나눌 필요가 있을 것같다. 이제는 그것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기분 좋게 필자의 기억을 나눠드리겠다.

 맥베스는 다양한 음악장치, 한 남자의 고뇌,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여 무대를 채웠다. 그 중에서 가장 강렬했던 것은 레이디 맥베스였다. 대체 그 배우는 누군지, 다시 한번 팜플렛을 보고 갔을 만큼 그녀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걸크러쉬’ 요즘 유행하는 그런 인물의 모습이었어서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다음에는, 다음의 연극에서는, 그녀의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을 것같다.

 <맥베스-King's Choice>의 마지막 대관식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무대 뒤의 액자 앞에 나란히 선 맥베스와 레이디맥베스의 모습은 색채 없는 차가운 겨울날, 하나의 강렬한 장면으로 뇌리에 박히기에 충분했음을 기억하며 글을 마친다.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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