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필적확인문구와 수험생분들께 드리는 글 [수능]

글 입력 2017.11.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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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이 3일 남았습니다. 글이 올라갈 즈음에는 2일이 남았겠네요. 이번 글은 수험생분들을 위해 마음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시간이 되고, 고사장 문이 닫히고, 안내사항이 다 공지되고, 드디어 수능이 시작되는 순간 수험생 여러분께서 맞이할, 맞이한 시간은 바로 OMR 카드에 정보를 기입하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필적 확인문구도 있겠죠. 저는 두 번의 수능에서 매 시험마다 필적 확인란에 문구를 적고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가 끝나면 숨을 강하게 한번 내뱉었죠.

 제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필적 확인문구는 바로 “햇빛이 나뭇잎을 선명하게 핥고 있었다.”입니다(2013 6월 고1,2 모의고사). 사실 문구 자체보다는 수많은 패러디들이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또 기억하는 문구라면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가 있습니다(2015 8월 고3 모의고사). 이 문구는 제가 재수한 해의 8월 모의고사라 시험이 종료되고 따로 독서실에서 본 문구인데, 전 해 수능처럼 이번 해도 무너질까 두렵던 절 위로해준 문구입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최고의 주제는 필적 확인문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제 수험생 여러분들과 함께했던 필적 확인문구 중 몇 개를 꺼내보려 합니다.


햇빛이....jpg

- 참 강렬했던 필적 확인문구였습니다.



1. 깊은 숲 속에서 나오니 유월의 햇빛이 밝다(2015 6월 고3 모의고사)

 전문가분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6월 모의고사의 성적이 곧 수능 성적이라고 말씀하시는 전문가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6월 모의고사는 대입 일정에서 내 위치를 확인하고 그 해 수능의 유형을 예상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이 필적 확인문구는 6월 모의고사에 딱 알맞은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대입에서 첫 기표인 유월의 햇빛이 밝다는 희망을 건네주니까요. 이 문구는 김달진 시인의 ‘유월’이라는 시에서 가져온 문구입니다.


2. 아름다운 네 모습 잃지 않았으면 (2017 7월 고3 모의고사)
 
 아름다운 모습. 대입 기간은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지는 기간이죠. 끊임없는 경쟁에 대한 압박과 부담감, 해소되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 등등. 그 탓에 다른 사람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운 모습을 잃는 것은 자신 스스로를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든지 무너질 수 있고, 지칠 수 있고, 그럴 때엔 자신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래야 할 때에 그러지 않다가 결국 자신 스스로의 마음을 놓아버린다면, 원래의 나라는 모습을 잃어버린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사실 이 문제는 대입 결과가 나오는 순간이 가장 걱정됩니다. 혹시 아쉬운 결과에 지금까지 겨우 잡아왔던 끈을 놓아버리진 않을까. 매년 나오는 슬픈 뉴스들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항상 이 문구처럼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잃지 말라고, 놓아버리지 말라고.


3.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2017 3월 고3 모의고사)
그대, 참 괜찮은 사람. 함께라 더 좋은 사람.(2016 7월 고3 모의고사)

 말하는 것이 다른 두 문장이지만 한 곳에 넣은 것은 둘을 합쳐 하나를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대입의 시작을 잘 어루만져 주는 좋은 문장이죠. 모의고사 시험 때 문장이 이슈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능을 앞둔 지금도 다시 나오고 있지요. 이 문구는 박치성 시인의 ‘봄이에게’의 한 구절입니다. 저 역시도 모든 수험생분들께 저 문장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입시가 끝나는 2월이면 모든 수험생분들이 예쁜 꽃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봄이에게’ 시에서 위 문구 앞에 작가는 “아직 작은 씨앗이기에 / 그리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 그리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적고 있습니다. 수험생분들이라면 앞으로 피울 꽃에 집중한 나머지 지금에 가치를 별로 두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직 대학생이기에 많은 어른들께서 말씀하시는 ‘대학이 전부가 아니야’ 라는 문구를 자신 있게 말씀드리진 못합니다. 저 역시 대학이라는 틀의 영향력을 체험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대입의 결과가 수험생 여러분들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입 중이든, 끝난 뒤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여러분들은 “그대, 참 괜찮은 사람. 함께라 더 좋은 사람.”입니다.





대학.jpg
- 수험생 여러분들의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입학,
그 모든 일정을 축하하고 응원합니다.


마치며.

“하염없는 빛 하염없는 기쁨.”

 2016년 9월 고3 모의고사 필적 확인문구입니다. 지진, 갑작스러운 수능 연기. 안 그래도 부담이 되는 수능에 더 지칠 수도, 흔들릴 수도, 마지막까지 가는 것이 너무 벅차게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수험생 여러분들께 제가 드리는 것은 짧은 글에 담긴 미숙한 위로이지만 그래도 작게나마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꼭 이 길에 끝에는 “하염없는 빛, 하염없는 기쁨”을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김찬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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