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페인에서 만난 한국 영화 [영화]

글 입력 2017.11.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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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부 지역의 대표적인 도시 빌바오(Bilbao)는 한국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그렇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같이 한국인 관광객이 넘쳐나는 타 도시에 비해 동양인 자체가 많지 않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지도도 낮은 편이다. 필자는 이 도시에서 유학생활을 했는데, 신기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한국'은 잘 몰라도 '한국영화'는 아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더 의외의 사실은, 빌바오와 한국이 서로 문화적으로 교류하는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빌바오는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가 높고, 시 차원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도시다. 그 활동 중 하나로 빌바오 시에서 설립한 '빌바오아르떼(BilbaoArte)'라는 센터가 있는데, 이 곳에서는 전시, 상영, 세미나,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활동을 한다. 그리고 빌바오아르떼는 서울시립미술관(SeMA)과 매년 서로의 아티스트를 각 도시로 파견하는 예술 국제교류 협정을 맺고 있다. 서울의 작가들이 빌바오에서 전시 활동을 하고, 빌바오 작가들은 서울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국제교류 활동과 더불어, 스페인 한국문화원과 협력하여 한국 영화 스크리닝을 매년 한다. 70석 규모의 작은 상영관이지만 보름 동안 8편이나 상영하는, '제대로 된' 스크리닝이다. 이번 년도에는 '도희야', '우는 남자', '베테랑', '한공주', '사이비', '베를린', '암살', '마더'가 상영되었다.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유명한 작품뿐만 아니라, 소규모 자본이지만 예술적으로 주목받은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상영작만 보아도 수출이라는 상업적 논리보다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시작된 '교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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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lbaoArte의 상영관


이 센터의 디렉터 분과 직접 인터뷰할 기회가 있어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국 영화에 큰 관심이 있어 직접 스크리닝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상호, 박찬욱 등 한국 감독들의 줄줄 꿰고 계셨고, 그 표현력과 참신함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하셨다.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한국 사회에 대해 너무 잘 이해하고 계셔서, 이런 문화기획자를 통해 한국 영화가 소개된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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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FANT 시상식
 

뿐만 아니라, 빌바오 영화제 2017 Fantasy Film Festival (FANT)에서 연상호 감독의 '서울역'이 장편 영화 최고상을 받았다. 바스크 지역(스페인 북부 지역의 주)의 영화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지만, 다양한 국제 영화도 함께 소개하는 영화제로, 그 중에서도 한국영화가 최고 급 상을 받은 것이다.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은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도시에까지 한국 문화, 한국 사회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자랑스러웠다.

영화를 통해 서로 너무도 다른 두 나라가 지역성을 뛰어넘고, 서로 이해하면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쁜 일이다. 한국 영화가 앞으로도 더 성장하여 더 다양한 문화와 소통하는 매개가 되어주길 응원한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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