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별들이 부르는 곳, 몽골 첫 번째 이야기 [여행]

글 입력 2017.08.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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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몽골 여행을 결심한 두번째 이유인 사막.

나에게 사막은 미지의 세계이자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곳 이었다.
상상만 하던 공간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그 벅찬 감동은 어떤 단어로도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날 만큼의 더위가 우릴 맞이해 주었다.
돌이켜 봤을 때, 이동시간이 가장 힘들었던 때가
바로 사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또한 사막이었다.
고통 끝에 행복인 것일까.

사막의 형태가 멀리서 보일 때,
매우 작고 한가롭게 느껴졌다.
그러나 사막에 다가갈수록
모래바람이 우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얼굴을 쓸면 손에 모래가 묻어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직접 사막의 모래를 밟은 기분은 정말 좋았다.
좋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표현력이 안타깝기만 하다.

맨발로 사막을 올라설 때,
밟는 동시에 발이 푹푹 빠지고
모래는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비록 발이 푹푹 빠지는 탓에 오르는 힘은 배로 들었지만,
사막을 직접 밟을 수 있는 경험을
한 것 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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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몽골 여행을 계획 할 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혼자 떠나고 싶었지만
비용과 다른 여건상 불가하다고 판단했고,
인터넷 카페에서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일행을 구하게 되었다.

일사천리로 일행을 구한 것은 아니었다.
몇번의 퇴짜도 맞고, 파투도 났다.

며칠 후, 누군가에게 연락이 왔다.
함께 여행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난 감사한 마음으로 흔쾌히 수락했고,
16일간 함께 여행을 하게 된 우리는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온라인 상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것,
실제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

이상한 사람들이면 어떻게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나,
다 결정한 상황에서 한명이라도
못 간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몽골에 도착해서 일행을 만났다.
걱정이 아까울 만큼
우리 일행들은 좋은 사람이었다.

여행 내내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던 것은
나의 큰 행운이지 않을까.

처음에는 낯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인 성격인 내가,
그렇게 빠른 시간안에 모두 친해질 수 있던 탓은
다 편하게 느껴졌던 일행 덕분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친해질 수 있었다는 것.
몇 년 동안 사귄 친구들보다
더 많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

한번의 싸움도 없이 웃으며 지낼 수 있었다는 것.
하루하루 길고, 어쩔 때는 지치기도 한 하루였지만,
16일을 되돌아 보면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마치 꿈을 꾼 듯이.

함께한 언니들이 있었기에
몽골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더 빛나 보였던 것을 아니었을까.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고,
몽골에서 행복한 기억을 가져갈 수 있게 해 준
언니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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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공

6일간의 일정 중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푸르공.

우리의 이동을 책임져 주고,
몽골 투어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 곳이다.

몽골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푸르공을 타고 여행을 하고 싶었다.
푸르공을 타야만
진짜 몽골을 온 기분을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푸르공을 처음 본 날,
상상했던 것보다 좀 낡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에어컨도 없었고,
많이 흔들리는 탓에 엉덩이가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불평으로 나오지 않은 이유는
우리의 기사님 덕분이었다.

16일간의 여정을 책임져 주신,
가장 수고가 많으셨던 기사님을 향한 감사함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사님의 운전 실력을 보고 수 없이 감탄하고,
묵묵히 뒤에서 챙겨주는 배려에 감동했고 감사했다.

이동시간이 매우 길었기에,
처음에는 차안에서 보내는 많은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차안에서 본 풍경,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은 긴 이동 시간이
무색할 만큼 짧게 느껴질 수 있었다.

몽골 여행 전에는
푸르공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면,
여행 후 현재는 푸르공 안에서 함께한 시간들,
그리고 우리의 기사님이 가장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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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을 결심한 첫번째 이유이자,
거의 유일한 이유인 별.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을 직접 보고싶었다.

난 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쉽게 볼 수 있는 별자리 조차
알지 못할 만큼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몽골의 수많은 별들은
나를 그곳으로 인도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말문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별을
실제로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테를지와 홉스골에서의 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연치 않게도 투어의 첫 날 밤과 마지막 날 밤이었다.

테를지에서, 몽골에서 처음 본 별은
정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별 하나만 봐도 신기했던 한국에서 와는 달리,
이곳의 밤 하늘은 검은 도화지에
흰색 물감으로 마구마구 찍듯이,
어릴 적 한번쯤 그려보았던 우주에 떠있는
별들처럼 그렇게 생겼다.

“죽기 전에 이 광경을 
눈에 담아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런 기막힌 아름다움 속에서
일부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중략)
하나의 별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을 때면
그 외 수많은 별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내 눈에는 그 하나의 별만 보이게 된다.(중략)
몽골 투어 첫째 날,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밤에.”
(나의 일기장 중)

투어의 마지막 밤,
홉스골에서의 별들도 잊을 수 없다.
호수 위에 떠 있는 뗏목위에 누워 한없이 별을 바라봤을 때.
별똥별이 거짓말처럼 떨어지고,
은하수를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고,
별들은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았다.

몽골의 밤 하늘 속 별은
어떤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는,
오직 눈으로만 담을 수 있는 광경이었다.

만약 몽골을 다시 떠나게 된다면
그때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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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몽골족의 이동식 집.
교과서 속에서 본 몽골 전통 가옥 게르.

현재에도 게르에서 생활하는지,
과연 게르에서 잘 수 있을지 궁금했다.

첫날부터 게르에서 잤다.
아니, 여행의 90%를 게르에서 잤다.

처음 본 게르는
다른 의미에서 충격이었다.
생각한 것 보다 더 크고, 높고, 깨끗하고, 아늑했기 때문이다.
매일 바뀌는 게르는 매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겹지 않았다.

한번은 기사님의 친구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몽골의 진짜 게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잠만 자던 그 게르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 말이다.
과연 이 크기에 모든 생활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실제로 가능했다.

이쪽은 부엌, 저쪽은 침실…
5명의 가족이 살기에 충분한 곳이었던 것이다.

실제 거주공간을 볼 수 있었던 친구 집 방문은
어디에서도 할 수 없을 소중한 기회였다.
그곳에서 만난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은 덤으로.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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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 aa0aa
    • 안녕하세요, 이번 두레에 참가한 이정민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사람, 푸르공, 별과 같이 하나의 단어가 주제로 정해진 점이 참 좋았습니다. 다음 주제단어는 뭘까 내심 기대가 되기도 했고요. 특히 같이 여행 갔던 분들과의 인연이 몽골여행에서의 큰 선물이 아닌가 싶어 부러움이 컸습니다. (인터넷에서 구한 용기가 대단하세요..!) 몽골의 넓은 초원과 푸른 하늘 사진을 보며 표현력의 한계를 저도 느끼는 듯합니다. ‘별’ 파트에서 실제 일기장에 썼던 글을 가져온 것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마치 내가 몽골에서 별을 본 것 같은 설렘과 과연 어떻길래 이정도일까, 하는 궁금증이 공존했습니다.
      제가 만약 언젠가 몽골로 가는 표를 산다면 이 글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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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olo
    • 안녕하세요! 이번 두례에 참여한 성채윤입니다! 몽골은 정말 제가 가고 싶은 곳 중 하나라서 이 글을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에 거리를 두는 한 친구가 가장 행복했던 곳이 몽골이었다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몽골'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 친구와 함께 어떤 곳일까, 하는 막연한 궁금증이 떠오릅니다. 얼마전 전시회 '아라비아의 길'을 관람하고 나서 저 스스로 극동 아시아가 아닌 아시아 지역을 전혀 모른다는 자각을 했었는데, 특히 제시해주신 테마 중 하나인 고비 사막을 보고 '몽골에도 사막이 있었구나..'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아름다운데 이런 곳들을 모르고 살아간다면 아까울 것 같아서 덕분에 평소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세계 테마여행'이란 프로를 정주행 하고 있는 중입니다.. ㅎㅎ 학교에서 재미없게 배우던 세계사 책을 다르게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별 파트에서 왜 별 사진이 없는 거야 ㅠㅠ 하고 아쉬워 하다가 글쓴이님이 그 광경은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광경이라고 하셔서 바로 납득했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언젠가 그 별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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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인
    • 안녕하세요 두레에 참가한 최지은입니다.
      와 짧은 글들로 몽골에 정말 가고싶게 만드네요. 그리고 짧게 문장을 나열해서 그 공백이 몽골의 드넓은 초훤을 느끼게 해주어서 좋았습니다. 고비,사람,푸르공,별,게르 다섯가지 테마로 표현한 내용도 좋았습니다. 사막. 정말 경험해보고 싶네요. 어떤 여행 글들보다 제일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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