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푸른색으로 점철된 멜로 : 무뢰한(2014)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6.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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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 (2014)
연출 : 오승욱 감독
출연 : 김남길, 전도연, 박성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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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의 정재곤(김남길)은 어떤 인물인가. 경찰인지 깡패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극의 초반에는 마치 정의를 수호하는 경찰인 것 같다가도 '범죄자와 구분할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해버리기도 한다. 영화 말미에서 자신의 손에 뭍은 오줌 냄새를 맡는 재곤은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냄새나는 놈이다 라는 것을 확인하는 듯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4명의 범인의 애인에 그는 어떤 이상한 끌림을 느끼는 것 같다. 그것이 동정일지 호기심일지는 알 수 없다. 살인범을 검거하며 팔, 다리 중 하나를 못쓰게 만들라는 부탁에도 강한 반발과 불편함을 느꼈던 재곤이지만 결국 그는 박준길(박성웅)의 심장을 겨누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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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잠복하며 식은 싸구려 도시락을 먹고 항상 눈을 감은 채 세상에, 사람에 피로를 느끼는 재곤. 영화 속 등장하는 그의 개인 공간은 자동차 안이 유일하다. 자세히 몰라도 한눈에 알 수 있는 그의 앞만보고 질주하는 무지막지한 성격과 목표를 향한 집착, 타협없는 막무가내 독고다이의 성격은 주변 사람을 괴롭힌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성격이 그를 유능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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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김혜경(전도연)에게 빠져들었던 걸까. 김혜경이 아니라 어떤 다른 피의자의 연인이었더라도 다르지 않았을까?그는 피의자의 연인들에게서 뭔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범죄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범죄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 김혜경과 정재곤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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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하고 차가운 푸른색 끈적임은 영화 전반을 장악한다. 겸손한 존댓말, 실없는 농담, 무례한 반말, 어떠한 어투도 어느 상황에 어울리는 법이 없다. 진심을 부드러운 말투로 정중하게 이야기하고 거짓은 위선과 허세 뒤에 숨겨 전달한다. 악하지 못한 사람들의 대화는 시리다.

"상처 위에 또 상처, 더러운 기억위에 더러운 기억. 그렇게 사는거죠."
"비운에 길든 나머지 그것을 완수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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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끝없이 벼랑 위에서 하는 줄타기를 이어간다. 정재곤과 김혜경은 서로가 서로에게 맞는 짝이 아님을 알고 있다. 숨길 수 없는 끌림 속에서도 그들의 타이밍은 절묘하게 어긋난다. 스스로를 위한 것인지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왜 또다시 재곤은 혜경을 찾아가는가. 그녀의 칼을 맞음으로써 그는 사죄를 다한다. 재곤의 마지막 대사는 이제 서로에게 빚진 것 없는 동등한 관계가 되었다는 의미었을까. 그렇게 재곤은 또 하나의 '기억하기 싫은' 흉터를 얻고만다.


결국 이 영화는 김남길과 전도연의 연기력으로 가득차있다. 하드보일드 멜로라는 낯선 장르를 부드럽게 완수시켰던 것은 재곤과 혜경으로 온전하게 살아준 두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끈질기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한결같은 기세로 몰아치는 오승욱 감독의 연출력 또한 인상깊다. 일반적으로 공감을 하고 끝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곤과 혜경 덕에 몇 번이고 다시 생각날 영화이다.


[유세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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