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단지 세상의 끝'

글 입력 2017.06.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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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세상의 끝
  (It’s Only the End of the Worl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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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선고를 받은 유명 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고향을 떠난 지 12년 만에 집을 찾는다.

아들을 위해 정성껏 요리를 준비한 어머니(나탈리 베이), 오빠에 대한 환상과 기대로 예쁘게 치장한 여동생 쉬잔(레아 세이두), 못마땅한 표정으로 동생을 맞이하는 형 앙투안(뱅상 카셀), 그리고 처음으로 루이와 인사를 나누는 형수 카트린(마리옹 꼬띠아르)까지.

시끌벅적하고 감격적인 재회도 잠시, 가족들은 루이의 고백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분노와 원망의 말을 쏟아내는데… 12년의 부재, 3시간 동안의 만남. 이제 그가, 가족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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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있는 낯선 사람들. 가족.   


“이해는 못 해. 하지만 널 사랑해. 그 마음만은 누구도 못 뺏어가.”


 '가족'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이중적인 단어였던가. 무슨 음식을 좋아했는지부터 사소한 습관까지도 다 아는 사이인 동시에 서로의 말의 의미 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고, 이해 할 수 없기도 한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이렇게 서로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 밖에 없는 기대감은 실망과 증오로 변하였다. 그리고 시간이라는 공백은 그 기대를 더욱 잔인하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가족이라는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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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받은 사람들


 어쩌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가족간의 짜증 섞인 대화를 보고있는 고통스러운 시간이라 생각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의 분명한 메세지를 가지고 있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가족 간의 문제에서 항상 적용되는 말이다. 사랑을 받은 사람을 사랑을 주는 방법도 알고, 상처를 받은 사람을 상처를 주는 방법을 안다. 그 사람이 이 말에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걸 너무 잘 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내가 상처 받기 전에 상처를 주는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 사용한다. 영화 주인공인 앙투완, 루이, 카트린, 쉬잔 그리고 어머니까지 이 가족은 저 마다의 원인과 이유로 상처를 받았고 그리고 상처를 주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서로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어 있을 뿐이다. 단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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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라는 거짓말


 “앞으로 더 자주 올게요, 편지도 자주 할게요.”


 시간은 '기억'을 '추억'으로 미화하는 힘이 있다. 진절머리 날 정도로 떠나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그리웠던 곳으로 돌아가지만 '추억'으로 포장하기에는 초라했던, 피하고만 싶었던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오랜 시간 간직 해온 나의 추억 속의 그 곳은 내가 떠나고 싶었던 그 곳일 뿐이었다. 그리고 또 그 곳을 떠날 수 밖에 없다. 스스로를 위해서라면. 이렇게 지긋지긋한 가족과 끝을 내기 위해서는 때로는 거짓말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그만 시간을 미래로 돌려보자. 먼 훗날 시간이 지나면 또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곳 바로 '가족'이라는 존재일 것이다. 과거에 주인공 루이가 그랬듯이. 세상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 하지만 그 '끝'이라는 말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서로 관계에 대한 휴식기를 가지기 위한. 어쩌면 '가족'이라는 단어와 '끝'이라는 단어의 결합은 무의미 할 지도 모른다. 끝이라는 말이 거짓말 인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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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이다. 타인 보다 더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것도 바로 가족이다. 가족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겠지. 이해해 주겠지.' 같은 다소 어리석은 생각은 이제부터라도 버리는 것이 좋을것 같다.


[전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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