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이 사는 곳, 빠이

글 입력 2017.05.1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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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배낭여행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겠지만 여행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 제공을 받지 아니하고 나 홀로 모든 정보 서치부터 스케줄, 예산을 짜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는 배낭여행은 여행이라는 일탈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크게 느껴질 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낭여행이라는 자유로운 단어는 나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곤 했었다.

  이 책은 그러한 나를 제목으로 벌써 사로잡았다. 온전히 책임지고 떠나야 하는 여행이기에 조금은 더 지치기 쉬운 배낭여행자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곳이라, 태국의 관광지에서 벗어난 이 작은 마을에서 배낭여행자들은 안식이 되어주는 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책을 들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가지게 된 나의 빠이에 대한 첫 인상은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홍대와 같은’ 느낌이었다. 커다란 갤러리들의 아트 페어가 아닌 소규모의 아티스트들 개개인이 모여 만들어진 아트 마켓과 그것이 이루는 마을 공동체, 또 그 마을 공동체가 여행객들과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빠이의 특유의 분위기란 나에게 한 없이 이상 그 자체와도 같았다. 때문에 나는 책을 읽으면서 꽤나 자주, 이런 삶이 가능하단 말이야? 하고 적잖이 놀래왔던 것 같다. 나를 놀라게 한 ‘이런 삶’이란 오늘날 여기저기서 화두에 오르는 한국의 경쟁사회를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정말이지 유토피아적인 삶이라고 받아들여질 만한 것이었다. 소박하게 살며, 어우러져 사는 삶. 어우러져 산다는 것은 빠이에서 크게 사람과 자연과 어우러지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빠이는 낯선 여행객들이 서로가 가진 장벽을 넘어 하나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하지만, 더불어 이 곳을 이루는 모든 사람들이 빠이를 또 이루고 있는 자연과 하나 되기 위해 끝 없이 노력하는 것 같았으며 이들은 빠이의 현재가 자연에게서 받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기숙사에서 살게 되어 서울이라는 한국의 수도이자 큰 도시에 나와 살게 된 이후를 생각해보면 나는 서울에서 꽤나 가까운 경기도에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이라는 도시에 살게 된 것이 좋았더랬다. 반짝반짝하고 편리하고 문화예술이 집중된 이 도시에 몸 담고 있다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이 곳에서 혼자 동떨어진 느낌을 받은 적도 물론 있었고, 슬픈 날에는 집에 있을 때보다 더욱 외로운 감정을 느낀 적도 있었다. 때문에 작가가 이야기하는 ‘신나는 지옥’이라는 조금은 극단적인 표현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처럼 나 역시 지구를 도시와 시골로 이분법적인 구분을 통해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시와 시골이 조화롭게 융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이 마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외로웠던 날들의 그 폭풍같던 감정들이 이 곳에서 조금은 사그라들고 ‘그래도 견딜만하네, 다시 일어설만 하네’하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따지자면 빠이는 그야말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빠이를 몇 년 뒤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곱고 아름답구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세상에 변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빠이를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나는 이 책을 읽는 줄곧 세월의 흐름을 느끼기가 어렵게,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이 천천히 서서히 느릿느릿하게 변해가는 곳이 있다면, 그 곳이 빠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하고 있었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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